감각으로부터 자유로운 생각은 존재하는가?

by 밤하늘 읽는 시간

우리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지며, 코로 냄새를 맡으며 세상을 인식한다. 우리의 모든 경험은 감각을 통해 축적되고, 그 경험이 다시 생각을 형성한다. 그렇다면 감각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생각이 가능할까?


어떤 개념을 떠올릴 때, 우리는 그것을 마치 경험한 것처럼 상상한다. ‘따뜻한 햇살’이라는 말을 들으면 피부에 닿는 온기와 눈을 감아도 떠오르는 노란빛이 떠오른다. ‘바다’라는 단어는 출렁이는 파도 소리와 차가운 물이 발끝을 감싸는 느낌과 함께 떠오른다. 감각 없이 우리는 온전한 사고를 할 수 있을까?


우리는 감각이 없이도 ‘순수한’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생각조차 감각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예를 들어, ‘정의’라는 개념을 떠올려 보자. 정의는 눈에 보이지 않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추상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어떤 형태로든 ‘느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부당한 일이 벌어졌을 때 가슴이 답답했던 기억, 불합리한 상황을 보며 느낀 분노 같은 감정들이 정의라는 개념을 형성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유’라는 개념 역시, 탁 트인 들판을 떠올리거나 속박 없이 하늘을 나는 새를 연상하는 것처럼 감각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결국 우리의 사고는 감각에서 완전히 독립될 수 있을까?


감각에서 완전히 독립된 사고가 가능할지 이해하기 위해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 보자. 만약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이 모두 차단된 존재가 있다면, 그는 생각할 수 있을까? 그는 세상을 어떤 방식으로 인식하고, 개념을 형성할 수 있을까? 언어조차 감각을 통해 학습되는 것이라면, 감각이 차단된 상태에서는 언어를 배우는 것조차 어려울 것이다. 결국, 생각이란 감각을 기반으로 형성되며, 감각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는 사고 자체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그러나 감각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어떤 이는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또 다른 이는 쓸쓸함을 느낀다. 같은 음악을 들으며 누군가는 기쁨을, 누군가는 슬픔을 떠올린다.


생각은 감각에서 비롯되지만, 단순한 감각의 반응이 아니라 그것을 조합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독창적으로 만들어진다. 감각이 없으면 사고도 존재할 수 없지만, 감각만으로 사고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감각을 초월한 것처럼 보이는 철학, 예술, 윤리 같은 개념을 만들어내며, 감각을 바탕으로 더 깊이 있는 사유를 확장해 나간다.


우리는 감각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느낄 때조차, 사실은 감각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사고하고 있다. 우리의 모든 사유는 감각의 흔적을 지니며, 우리가 형성한 개념조차 감각 경험의 축적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감각이 사고의 전부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감각이 사고의 출발점이라면, 인간은 그 위에서 새로운 사유를 창조해 나간다. 감각을 통해 세상을 받아들이면서도, 그것을 넘어서려는 사고 과정 자체가 어쩌면 인간만이 가진 가장 독특한 능력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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