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갖춘 달에서 평생 혼자 살아야 한다면,

by 밤하늘 읽는 시간

모든 것을 갖춘 달에서 평생 혼자 살아야 한다면, 오직 혼자 살겠는가? 나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사람과 함께 살겠는가?



상상해 보자.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공간, 달 위에 나 혼자 남겨졌다. 공기는 충분하고, 음식도 끊임없이 공급되며, 편안한 공간에서 살아갈 수 있다. 생존에 필요한 것들은 모두 충족되었고, 불편함 하나 없이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나 외에 그 누구도 없다. 나의 기쁨을 알아줄 사람도, 슬픔을 나눌 사람도, 나의 말에 귀 기울여 줄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고요함이 주는 자유로움이 편안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나의 목소리는 오직 나 자신만이 듣게 되고, 나의 감정은 공유되지 않은 채 허공에 흩어진다. 우리가 충족된다고 느끼는 것은 단순히 물질적인 조건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인정받고 소통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풍요로운 환경이 주어진다 해도, 사람과의 관계없이 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과연 만족스러운 삶일까?


그렇다면 또 다른 선택지는 무엇일까? 나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사람과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한다면? 그가 내게 어떤 존재였고, 어떤 행동이 나를 아프게 했는지 떠올려본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고통을 주는 존재를 피하려 한다. 상처를 준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이 밀려온다. 그 사람과 함께하는 삶은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일 것만 같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구가 아닌 달이라는 환경을 떠올려보자. 지구에서는 싫은 사람을 피할 방법이 있다. 관계를 정리하고, 거리를 두고, 새로운 환경을 찾아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달에서는 회피가 불가능하다. 서로가 유일한 존재이기에, 그 사람을 완전히 외면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러면, 나를 아프게 한 존재와 평생을 함께해야 한다면, 그 관계는 어떻게 변할까?


우리는 언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는가? 단순한 다툼이나 갈등이 아니라, 삶의 한 부분을 뒤흔들 만큼 깊은 상처를 남긴 사람이라면, 그는 나의 어떤 경계를 침범한 것일까? 배신, 모욕, 상실. 우리가 용서하기 힘든 순간들은 단순히 감정을 다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키고 싶은 가치를 무너뜨리는 경험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우리가 그 상처를 지구라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극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아닐까?


지구에서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가족, 친구, 동료, 낯선 이들까지. 때로는 갈등이 피할 수 없는 요소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기도 한다. 하지만 만약 관계 자체가 사라진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모든 것을 갖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물질적인 풍요만으로 인간이 충분해질 수 있을까? 완전한 독립과 자유는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관계를 잃어버린 삶 속에서 인간은 결국 소통과 연결의 결핍을 경험하게 된다. 나를 아프게 한 사람이 나의 유일한 관계라면,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게 될까? 시간이 흐르면서 상처를 품고서도 대화할 수 있을까? 혹은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완전한 단절보다는 불완전한 관계 속에서라도 인간적인 소통을 이어가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을까?


완벽한 조건 속에서도 인간은 인정, 소통, 공감을 원한다. 관계는 때로 상처를 남기지만, 관계없이는 우리의 존재조차 희미해진다.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정의하고, 성장하며, 존재를 확인한다. 결국,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관계를 통해 스스로를 이해하고, 타인과 함께하는 삶을 고민하는 과정이다.


정해진 답이 있는 질문은 아니지만, 마치 공기처럼 늘 우리 곁에 존재하는 인간관계의 본질을 돌아보게 만드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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