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세상은 내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가?

by 밤하늘 읽는 시간

우리는 흔히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믿는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지며 감각을 통해 '객관적인 현실'을 인식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세상은 과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일까, 아니면 나의 경험과 감정이 덧입혀진 또 다른 모습일까?


인간의 뇌는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해석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우리는 그의 성격이나 의도를 단번에 알 수 없다. 그러나 그의 표정이나 말투, 과거에 비슷한 사람과의 경험을 통해 그의 마음을 짐작한다. 누군가를 이해한다고 느낄 때조차, 사실은 그 사람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아는 것이 아니라 나의 경험과 기억을 통해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의 매핑’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상대의 표정이 어두우면 ‘기분이 좋지 않은가 보다’라고 짐작하고, 말투가 차가우면 ‘화를 내는 것 같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같은 상황에서도 우리는 자신의 기분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낀다. 화난 표정이 서운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우울한 기색이 단순한 피로함으로 보일 수도 있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인식은 본질적으로 주관적이다. 경험과 기억이 다르면 생각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면 우리가 보는 세상도 달라진다. 같은 상황에서도 각자의 해석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차이를 '다름'이 아닌 '틀림'으로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 자신의 생각과 상대의 생각이 다를 때, 우리는 흔히 상대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서로의 해석 방식이 다를 뿐이다.


인간의 뇌는 편향적일 수밖에 없다. 뇌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유리한 방향으로 상황을 해석한다. 낯선 상황에서는 먼저 두려움을 느끼고 경계하게 된다. 이러한 경계심은 인간이 원시 시대부터 살아남기 위해 발전시킨 본능이다. 뇌의 편도체는 두려움을 관장하는 기관으로, 불확실한 상황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렇듯 인간은 불확실성을 피하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자 한다. 그래서 우리는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며 살아간다. 긍정적인 기대는 우리에게 희망을 심어주지만, 때론 지나친 확신과 편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람마다 보고 듣고 믿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완전한 소통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온전히 나의 해석일 뿐일까?


완전한 객관은 어렵다. 그러나 자신의 시각만이 옳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우리의 해석은 종종 오류를 품고 있으며, 편견에 물들기 쉽다. 진정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면, 자신의 시각에만 머무르지 않고 타인의 시각을 상상해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믿는 진실이 전부가 아닐 수 있고, 누군가의 행동 뒤에는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사정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첫걸음일 것이다.


세상은 내가 보는 대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나의 시선은 세상을 이해하려는 수많은 시각 중 하나일 뿐이다. 우리의 시선이 때론 편향되고 한계가 있을지라도, 그 안에서 타인의 시선을 함께 바라보려는 노력은 더 넓고 깊은 세상을 경험하게 할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다를 수 있다는 자각, 그리고 타인의 시선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열린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조금 더 진실에 가까워지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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