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 행동이란 무엇일까? 누군가를 돕고, 희생하며, 대가 없이 선을 행하는 모습. 우리는 이러한 행동을 ‘순수한 선행’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타적인 행동 속에는 정말 이기적인 의도가 단 하나도 없는 것일까?
예를 들어, 서울에 사는 당신이 제주도에 가서 한 달 동안 무보수로 자원봉사를 했다고 가정해 보자. 여행 경비조차 당신의 사비로 충당했고, 봉사 과정에서도 보상을 바라지 않았다. 그러나 봉사가 끝나는 날,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당신의 친구에게는 극진히 감사를 표하면서 당신에게는 아무런 감사의 말을 전하지 않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아마 마음 한구석에 섭섭함이 밀려올 것이다.
이 감정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만약 자원봉사가 온전히 타인을 위한 행동이었다면, 감사 인사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순간, ‘이 좋은 일을 한 사람이 바로 나’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품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비록 ‘칭찬받고 싶다’는 마음을 의식하지 않았더라도,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는 ‘내가 좋은 일을 했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은 욕구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인간이 본래 ‘나’라는 존재에 강한 애착을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과 타인을 완전히 별개의 존재로 인식한다. ‘나’는 유일하며 고유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변치 않을 본질이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믿음은 ‘나’라는 존재가 인정받고 존중받기를 바라게 만든다. 자원봉사처럼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동조차, 사실은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자아의 가치를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은 욕구가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심리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 마음의 깊은 곳에서는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본능이 끊임없이 작동하고 있다. 심지어 선한 행동을 하는 바로 그 순간에도 ‘이 일을 하는 나’에 대한 무의식적 애착이 따라붙는다. 하루 24시간, 한순간도 쉬지 않고 우리의 마음은 ‘나’라는 존재를 지키고자 애쓰고 있다.
그렇다면 이기심이 전혀 없는 완전히 순수한 이타심은 가능할까? 어쩌면 완전한 이타심은 인간의 본능을 거스르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타적인 행동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기적이면서도 동시에 이타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행동이 스스로의 자존감이나 성취감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그 행동 자체는 분명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선한 영향력을 미친다.
때로는 ‘나’라는 존재가 긍정적으로 확인되는 순간, 우리는 더 적극적으로 선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타적인 행동을 통해 느끼는 보람이나 기쁨은,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을 성장시키고 타인과의 관계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든다. 이기심과 이타심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얽히며 함께 작용하는 감정인 것이다.
결국, 이기심이 완전히 배제된 이타는 존재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기심이 남아 있다고 해서 선한 행동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는 사소한 욕구가 있더라도, 그 행동이 누군가에게 따뜻한 손길이 되어준다면 그 이타심은 여전히 가치가 있다. 이타적인 행동을 통해 내가 느끼는 보람이나 행복이 스스로를 위한 것이든, 타인을 위한 것이든 결국 그 선한 영향력이 누군가의 삶을 밝히는 순간이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