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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에 머무는 연습을 해본 적 있는가?

by 밤하늘 읽는 시간

제육볶음이 익어가는 주방 한편에 서 있으면, 문득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든다. 팬 위에 고기를 올리고 불을 올리는 순간, 지글지글 소리는 조용한 공연의 서곡처럼 시작되고, 양념을 넣고 재료를 뒤적일수록 매콤하면서도 달큼한 향이 부엌을 가득 메운다. 채소가 더해지며 색이 살아나고, 열기가 절정에 다다를 때면, 이건 단순한 조리가 아니라 나만의 리듬과 감각이 스며든 하나의 창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리라는 행위는 늘 같은 재료, 같은 순서로 반복되는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안엔 미세한 차이와 감정의 결이 있다. 어느 날은 간이 조금 세고, 어느 날은 불 조절이 서툴러 살짝 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흐름 속에서 오히려 지금의 나를 마주하게 된다. 오늘은 얼마나 서두르고 있는지, 혹은 얼마나 여유가 있는지, 내가 지금 이 순간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보통 우리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걱정하거나, 지나간 과거를 떠올리며 자책한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무르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나 요리를 할 때만큼은 다르다. 불 조절 하나, 재료의 순서 하나에 집중하면서 자연스럽게 현재에 닿게 된다. 일상의 단순한 행위가 내 생각을 정돈해 주고, 마음을 현재로 끌어다 놓는다.


우리는 흔히 결과로 자신을 설명하려 한다. 남들이 볼 수 있는 완성된 모습으로 판단받기를 원하고, 또 그렇게 스스로를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직접 만든 한 접시의 요리처럼, 삶 역시 그 과정을 어떻게 살아냈는가가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요리를 하는 그 순간처럼, 삶의 한 장면에 온전히 몰입해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조금 더 솔직하게 바라볼 수 있다.


팬 위의 음식이 점차 완성되어 갈수록, 나 역시 나를 조심스레 익히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불을 조절하고, 간을 맞추고, 재료 하나하나를 바라보는 동안, 편견에 사로잡혀 있던 시선은 서서히 풀리고, 조급함은 온기로 바뀐다. 그렇게 '지금 이 순간에 나답게 존재하고 있는가?'라는 조용한 물음이, 머릿속에 가만히 내려앉는다.


지글지글한 소리와 향 속에서, 마음의 흐름을 따라 천천히 볶아낸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내가 그 안에 온전히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삶 위에서 조금씩 나를 익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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