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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imes New Roman Jul 20. 2024

말하지 못했다는 안도

품고만 있어도 괜찮지 않아?


온라인 삐에로짓이 지겹다고 생각되면서도 '체면장부' (페이스북)에 끊임없이 뭔가를 적고 낄낄대고 사진을 올려댄다. 이런 나도 때로는 진지한 얘기를 육성으로 하고 싶다. 어쩌다 그런 기회가 와도 우물쭈물하다가 상대의 말을 듣기만 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기 일쑤지만 ㅡ 내가 지독히 말주변 없고 어버버버하고 말만 꺼내면 '핵노잼'이라는 걸 잘 앎 ㅡ "나 워밍업 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내 말도 좀 들어보면 안 되겠니?"라고 요구하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요구는 하지 않는다, 네버!! 결국 진실한 얘기를 꺼내지 못하고 가슴에 고이 담은 채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고 나면 어떤 기분이냐고? 아주 다행이란 기분이지. '오늘도 말하지 못했다!' 하는 안도. 오지랖을 다만 한 스푼이라도 아껴두는 게 아무래도 신상에 이로울 것이다.


근데 만일 내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나타난다? 그게 남자면 연애하는 거고, 여자면


어어어.....여자면..........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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