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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26. 2021
훈련장의 밤하늘을 보며
오늘 파주의 하늘은 작년 가을 논산의 하늘과 다른가?
두돈반 트럭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피로를 씻는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별이 수놓아져 있다.
방탄헬멧의 무게가 머리를 땅으로 당겨서
시선이 하늘에 오래 머물렀다.
목이 꺾여 뻐근해질 즈음, 논산의 밤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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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훈련이 처음이라 설레었던 어느 논산의 밤,
각개전투 전 야간 전술 보행 훈련이 이루어졌다.
생활관 동료들이 한 팀이 되어 움직였다.
우리는 총을 들고 좌우 경계를 하며 밤길을 걸었다.
게임 속 전사라도 된 것 마냥 기분이 꿈틀거렸다.
수분이 다 빠져버린 나뭇잎의 바삭하는 소리 위를
우리는 걸었다. 천천히, 또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나뭇잎 부서지는 소리 그리고
임시 분대장의 수화에 따라 엎드리거나 할 때
'척척'하고 총이 부딪히는 소리뿐이었다.
가장 고요한 훈련을 마치고 복귀 준비를 했다.
오와 열 맞춰 줄 설 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가로등 하나 없는 훈련장의 하늘은
내가 여태껏 본 것 중 가장 순수하게 빛났다.
그 귀중한 광경을 놓칠세라, 뚫어져라 응시하면
보이지 않던 별의 무리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인공조명으로 때 타지 않은 하늘은 경이로웠다.
방탄헬멧의 무게가 버거워서, 다시 고개를 폈다.
두돈반에 옹기종기 모여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잠깐 논산의 하늘을 본 듯한 착각에 빠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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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잠깐, 내가 착각을 한 것이 맞나?
나는 왜 당연히 하늘만 의심하고 있는가?
나의 착각은 왜 의심의 대상에서 제외되었을까?
논산의 하늘을 보며 다시 생각한다.
저 하늘을 논산의 하늘이라고 부르면 안 되나?
하늘은 넓다. 그리고 높다.
그래서 파주에서 본 달이 논산에서도 보인다.
한국 사람이 본 하늘은
몇 시간 뒤에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에도 뜬다.
하늘의 경계는 모호하다.
1초에 지구는 400m 이상을 회전한다는데,
1초 전의 하늘은 지금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그런데 작년 가을에 본 하늘을
지금 보고 있다는 말은 조금 우습게 들린다.
시간의 연속성이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하늘은 애매모호라는 단어의 형상인 것 같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저 하늘은 논산의 하늘이 될 수 없는가?
다르다고 한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