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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임투티 Sep 12. 2016

닮은 듯 다른

남들이 보면 같아보이지만 엄연히 다르다.

최근엔 재미난 일이 있었다. 광고주로 살다보면 대행사에게 미안하게도 갑 아닌 갑으로 살지만, IT 마케터로 살다보면 고객사에 가면 을 중에서도 이런 을이 없을정도이다. 신제품 마케팅 플랜을 짜오란 것인데 정말 몇일을 밤새 전략을 짜고 탄탄하게 만들었다. 허접하게 해올 줄 알았던지, 고객사에서 올 수 있는 팀이란 팀은 다 불러모아 발표를 시작했는데 고객사 마케팅 팀에서 이런건 프리미엄 제품의 마케팅 플랜인데 제법 탄탄하다며 좋아했다. 기획팀에서는 이건 다 거짓말이라며 내가 다니는 회사가 거짓말을 하고 겉만 번지르르하게 나열해왔다는거다. 


얘넨 맨날 그랬어요.


담당이 바뀌었고, 사람이 바뀌었다. 그런데 얘넨 맨날 그랬어요 라니. 기분이 확 나빠져,  고객사에서도 준비해오시기로 한 플랜은요? 하고 여쭈니 당황했는지 화를 버럭 내더니 주제를 돌려버렸다. 나중에 실무를 함께 해온 과장님이 말하길 사실은 우리쪽이 준비를 안해왔는데, 이렇게 해오실지 몰라서 당황하신듯 하다 해명해주었다.


세상에 맨날 같은 것이란 없다. 사람은 늘 변하고, 같은 '마케터'라는 직업을 가져도 다른 전략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닮은 것 같지만 엄연히 다르다.


최근에 데려왔던 녀석들이다.


이녀석들 이후에 잠시 꽃농부를 내려놓았다. 바로 저 고객사들 때문인데, 하나도 아니고 여러 고객사에서 동시에 전화오다보니 새벽까지 근무는 필수였다. 홀로 남아 일을 하다보면 불과 한달 전 나의 꽃농부 시절이 그리웠다. 직장인 취미로 시작한 꽃농부 활동인데, 글쎄 취미생활도 즐기지 못하는 내 시간들이 너무 화가 났다.


이녀석들 고를때가 그랬다.


엄청 닮았네요.


어쩌면 이 녀석들도 나처럼 기분 나빴을지도. 엄연히 다르다. 나도 그렇고, 다른 마케터들도 그렇다. 일을 할 때 내 프로젝트에 대해선 욕심을 부린다. 그래서 너는 다르다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편인데, 함께 하는이들이 그렇지 않을때 왠지 혼이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함께 하자 라고 말해보지만, 우리의 의지는 다르다. 그럴만도 한게 회사이다보니 서로 다른조건으로 들어왔고, 나 또한 만족스럽지 않던 날들이 있어 그들에게 뭐라할 수 없었다.





엄연히 다른 꽃같은 다육이들

오기가 생겼는지, 엄청 비슷하게 생긴 애들을 우선 다 데려와보기로 했다. 하나씩 담으면서도 너무 헷갈려서 농원 아주머니께 이름표를 제대로 써달라 몇번을 부탁한지 모른다. 괜히 이름을 잘 못 부르면 기분 나쁠 수 있으니까. 마치 쌍둥이들의 이름을 바꿔 부른 기분이랄까.


자라고사

첫눈에 이녀석이다 하고 집어든 녀석이 바로 이녀석. 끝이 분홍빛이 도는데다가 잎색도 민트색처럼 화사하고 잔잔하게 예쁘다.

잎 하나하나의 모양도 굉장히 예쁘다. 끝만 살짝 뾰족해지는데 뚱뚱한 잎모양도 아닌데 풍성하기까지 하다.

이번 꽃모양 다육이 중에선 자라고사가 가장 눈을 사로잡았다.




온슬로우

원래 꽃모양 다육이중에서 가장 예뻐하던 녀석이다. 야시장에도 데려간 적이 있는데 북유럽풍 화분에 아주 절묘하게 잘 맞는 녀석이다. 꽃이 아닌데도 화려한 느낌이 굉장하다.

이녀석은 촉까지 많아서 정말 꽃다발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다.

한송이만 있는 아이도 있다. 온슬로우는 원채 좋아하고 예뻐하는 녀석이라 두녀석이나 데려왔다. 같은 녀석인데도 서로 다른 모습이 재미있다. 

다육이인데 귀여운 느낌보다는 풍성한 느낌이 한 가득이다. 이렇게나 다르다.




모란

참으로 헷갈린다. 모란이 맞는 것 같다. 




오리온

정말 모란하고 너무 닮았다.  사실 사진으로도 구분이 안갈정도인데 아무래도 여기부터가 맞는 듯 하다. 사실은 지금도 구분이 잘 안가기 때문에 지금도 여기부터인지 하나 아래부터인지 구분이 가지않는다. 


닮은 듯 다른 녀석들인데 어찌 나는 아직도 구분을 못하는가. 아직도 초보 농부.



프리린제

끝에 연지곤지를 찍어놓은 듯 화려한 이 꽃같은 다육이는 프리린제이다. 사실은 쬐끄만녀석은 이렇게 안 생겼는데 나는 여태 이렇게 큰 꽃모양 다육이는 치와와인줄 알았다. 갑자기 혼선이 온 것이 또 다시 미안해졌다.

끝이 뾰족하고 날카롭다. 그치만 전체적으로 보면 화려하고 예쁜 꽃모양일 뿐이다.



크리스마스

이녀석의 이름은 크리스마스. 이름부터 너무 마음에 들어 데려왔다. 사실은 진한 초록색보다는 프리린제처럼 민트빛 초록색이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아래 크리스마스는 정말 크리스마스를 생각하게 만든 아이이다. 

역시나 다육이들은 연지곤지를 찍은 듯 끝부분이 예쁘게 물든 것이 참으로 예쁜 듯 하다.




여제

여제와 크리스마스가 참 닮았다. 여제와 크리마스를 구분하는 법은, 색감은 비슷하지만 모양이 조금 다르다. 크리스마스는 옹골지게 모여있는 반면에 여제는 화려하게 펼쳐져 있는 느낌이다. 화려한 느낌이 여자 황제라는 뜻의 여제와도 참으로 잘 어울린다.

여제가 나와서 말인데, 얼마전 올림픽에서 박인비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감정의 변화가 심해 화가나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고, 기쁨이 가득차면 웃음이 얼굴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런데 박인비 선수는 부진하다는 수많은 언론들의 평가를 뒤로한 채 임했던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고 골든 그랜드 슬램을 달성 했고, 4일간의 경기에서 큰 표정의 변화없이 마인드 컨트롤 했다. 기뻐도, 흔들려도 어떠한 표정의 변화도 없던 묵직한 사람. 그가 여제인 이유이다.





닮았지만 엄연히 다르다. 내가 싫어하는 그 누군가도 분명 어떤이에겐 사랑스러운 존재일테고, 너넨 다 똑같다해도 그 중에 어떤이는 열정을 불태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닮았다는 것이 나쁜 표현은 아니지만, 다름을 존중하고 인정하는것도 중요한 듯 하다. 참으로 배움이 많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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