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이미 시작되었다.
새해가 밝은지 일주일 하고도 이틀이 지났다.
지난해, 지지난해, 지지지난해...그러니까 블로그를 시작하고도 쭉 나는 새해가 되면 새해 다짐을 적곤 했다. 한해를 어떻게 살아갈지 잣대가 되어주라고. 불을 밝혀주라고.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그렇게나 시트콤 같던 서른살이 지나고, 서른 한살을 맞이하는데 연말엔 안좋은 기운이 몰려오더니 결국은 혼자 스키장을 가 사우나에서 서른 한살을 맞이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일주일은 훌쩍 지나버렸고, 나는 서른 한살이 되어있었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두명의 나. 블로그와 브런치에서 서로 다른 톤앤매너로 이야기를 하다보니 글을 쓰는데 걸리는 시간이 상당했다. 그래서 올해 가장 먼저 바꾸기로 한 것은 톤앤매너. 이게 뭐라고 싶겠지만, 나에겐 상당한 변화다. 지난날 2007년말부터인가 운영을 했으니, 딱 10년만에 나는 블로그에서 말투를 바꿨다. 장난끼 넘치던 20대는 지나갔고, 어느덧 나는 서른살에서 또 빠르게 세월을 달리고 있다.
서른한살의 나는 어디에,
서른 살 꽃농부. 지난 해 초부터 중순까지 나는 직장생활로 지칠대로 지쳤었다. 그래서 흙을 만지기 시작한 것이 일년이 지나 지금은 꿈을 쫓기 시작했다. 흙이란 것이 참 고마운 것이, 새로운 생명을 자라게 하는 마법같은 힘이 있는데, 그 마법은 내게도 통한다. 생명만이 아니라, 나 또한 살아나는 기분이랄까. 정말 신비로운 그 마법의 힘. 힐링이라 불리울지도.
한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나. 이 지친 기분을 털어버리기 위해 이제 제대로 바빠보자 싶었다. 남을 위해 코피 흘리는 시간이 아까웠고, 나를 위해 노력해보자 싶었다. 뭐, 사실은 나는 무늬만. 엄마와 이모가 실제로는 다 한다지만, 원래 아이디어가 젤 중요한거라며. 나는 브레인이라며.
어쨌든 이게 바로 올해를 밝혀줄 어마어마한 장부다. 비.밀.장.부.
엄마와 이모가 중심이 되어 시작하는 우리들의 농장 이야기. 나는 마치 비선실세처럼, 뒤에서 이거해 저거해 사진으로 외치고 그 사진을 보고 엄마와 이모고 바쁘게 움직인다. 내가 우울한날이면 우루루 뭉쳐서 벤치마크 간다며 온갖 농원이며, 카페 나들이를 떠난다. 나름 각자의 역할이 명확해 착착 맞는다.
슬쩍 비밀 장부를 열어본다.
뚜둔.
사실은 엄청나게 원하던 꿈의 공간이 있었는데, 부지가 밭이다보니 건축이 허가가 나지 않는다 했다.
그래서 또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아싸 유레카. 이거다 이거!
드럼통이 꽤 많다. 우리 농장에는 이리저리 드럼통들에 식물이 심어져있는데, 이모랑 한참을 아이디에이션하다보니. 어라? 이모, 드럼통. 그래 드럼통! 동시에 외쳤다.
물론 지금에야 드럼통 등 인더스트리얼 느낌의 인테리어가 원채 많다지만, 그런 느낌보다는 시애틀부심이랄까...뭔가 재활용, 그린, 에코프랜들리. 이런 키워드가 떠오르는 느낌. 실제로도 우리가 구해온 드럼통들은 버려진 공사현장에서 주워온것들이 많다. 팔레트도 그렇다.
뭐, 핑계를 대자면 사실 자본이 없다. 한마디로 돈이 없다. 으디다 그리 썼는지 정말 답답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뭐 한번사는 인생아닌가, 내가 원하는대로 살자싶었다....지만 지금은 후회한다. 조금 모아둘껄. 엄마 이모가 큰 턱을 쏴서 이것저것 구상해보지만, 건축사무소에선 싸게(?) 1-2억정도라는 소리에 갑자기...더 작아져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기왕 하는거 농장에 맞게 재활용을 제대로. 내가 스스로.
오늘 발견한 모네의 정원 간판 모티브. 원래는 미국 영화관식 빈티지 느낌을 살려볼까, 텍사스의 팜farm느낌을 살려볼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우리 스티커에 있던 고급스러운 검정 배경의 금색 로고를 포기하기 아까워졌다. 그래서 쬐금 있어빌리티 욕심을 내볼까 싶다. 아직은 미정.
사실 모네의 정원은 체험학습장으로도 이용될 예정이다. 낮에는 꼬꼬마 아이들이 꿈을 꾸는 공간으로, 주말에는 어른들이 숨쉴 수 있는 힐링스팟으로. 그렇게 많은이들에게 꿈을 안길 수 있는 공간이 되길.
그래서.
그래서 이 모습이다. 아직은 갈길이 멀고 많지만.
오늘도 꿈은 크게 꿉니다.
이제 서른한살이니까. 언니다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