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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임투티 Mar 29. 2017

새로운 시작은 로고로부터

모네 리모델링 프로젝트 02. 로고 스티커를 만들다.

날이 좋아서, 
날이 적당해서,
잡초를 뽑았다.


조금 더 감명 깊을수 있도록
공블리 같은 남자가 나타나
멋진 대사로 나오면 좋았겠지만...
봄을 준비하는 꽃농부에겐
날이 좋은날은 잡초뽑기 좋은날이다.

농장에 이제 막 꽃들이 난다.
3월이면 푸르게 필거란 생각과 달리
생각해보니 지난 3월에도 딱 첨 갔을땐
황량했던 것이 기억이 났드랬다.

나무 옆에 핀 망초들이...
꽃인지 망초인지.. 1년만에 다 잊었다.
새로 배워서 열심히 캐보았다.

날이 따땃한 것이 꽤나 
망초 캐는 맛이 났다.


물론, 바가지를 캐면 캘수록
욕심이 나서 더 캐다가,
결국 친구들 약속을 잊어
후다닥- 집에 달려갔드랬다.

봄이 다가오려니, 친구들이 봐줬다.

하우스가 완공이 되었다.
나는 연동을 엄청나게 주장했지만.
물주들께서는...아차차.
투자자님들께서는 돈을 아끼고싶단다.
다 짓고나니 연동으로 할껄...해서
한바탕 싸울뻔했다.


그래도 뭐, 오래된 올드하우스와 뉴하우스.
둘다 제법 멋이 있고 사잇길이 꽤나 재밌다.
앞에는 내 말대로 파사드를 세우기로.
기나긴 설득 끝에 드디어 파사드 허락이 났다.
물론, 투자도 내 돈으로. 



제발. 연동도 내 말 들으랬다가 안들었잖아.
그래, 파사드는 너의 말을 들을게.




엄마와 이모가 한발짝 물러서주었다.
진작에 그럴 것이지..


**



프로 농부러들이자 최대 투자자인
엄마와 이모는...주부인지라-
에헴-


프로 마케터인 내가.
브랜딩을 맡기로 했다.
막상 회사일만 하다가 내껄 하려니
오만가지 생각에 잠기더니
몇날 몇일을 잠을 못잤드랬다.
작은 거 하나를 골라도 이렇게 신경쓰이다니.
그러다가 산으로 가는 것도 한순간이었다. 제길-


포장의 메카
방산시장.

회사랑 가까운데, 주말에 왔다가
집회가 도로를 점령하는 바람에
약 2시간 반만에 차를 버리고 겨우 걸어와 도착.
진짜...시작부터 다이내믹이다.

어머나! 방산시장에 이런곳이?

보통 화분 관련해서는
주로 농원 도매로 가기 때문에
전혀 생각치도 못한 기쁨에 펄쩍 뛰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시간을 너무 허비해 이곳은 문을 닫아서
결국 구경도 하지 못했다. 다음에 와야지.

방산시장 영업시간은 평일 7시부터 저녁 8시
가게마다 시간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고 한다.
주말은 오후 6시까지인지라 부지런히 돌아봐야한다.

방산사진 디퓨저 쪽은 사진을 좀 담긴했지만-
사실상 도매에서는 사진 찍는 것이 굉장히 예의가 아니다.
농원에 가봐도 그렇다. 그래서 올리지는 않는걸로-
참고용으로는 허락받고 몇가지 찍어왔었다.


.
.

그나마 방산을 다녀온 후에는
로고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기존 로고


기존 로고는 내가 좋아하는대로
블랙에 골드 였는데, 고급감은 있는 반면에
모네는 영어로 monet 이라는데 
사람들에게 쉽게 매칭이 되지않았다.
좀더 직관적인 로고가 필요.

많디 많은 메탈 화분도 이제 그만.
처음부터 본질로 돌아가,
집중해보기로 했다.


스토리 펀딩을 준비해보려는데-
선물로 줄만한 디퓨저를 제작중이었다.

시애틀 내 동거녀와 함께-
언니는 디자이너인지라 뚝딱뚝딱
고맙게도 지금은 봉사활동 중이지만,
잘 되어서 나와 영원히 함께 했으면 한다.

누구나 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읽을 수 있도록
그리고 네모난 모네 로고.


그 외에 다른 것들도 준비중.
아임파머 아임셰프 모네향기까지
조만간 진짜진짜 공개 soon.

컵에 대보고, 선 너비도 바꿔보고
글씨 크기도 바꿔보고.

아무튼 꽤나 많은 인고의 시간을 거쳤다.

정말 많은 인고.

우리 둘다 투잡인지라
회사에서 대체 쟤들은 뭐하는걸까 싶을거다.
흔하고 자칫 촌시러울 수 있는
모네정원.

바꿀까도 고민해봤지만,
유지하기로 했다.
이유는 나중에 차차-


그렇게 일주일이 다시 흐르고
.
.
.


농장에 모였다.
내 드림팀. 지금은 엠크루들이라 부른다.
그냥 멋져보이게 부르고 싶어서-

우리는 마침 시애틀에서부터 다 알던사이.
이모가 유학생들이 하우스에서 대체 뭘하는거냐며.

하지만.

빌게이츠도 가라지에서 시작했다니깐
너네도 빌게이츠처럼 되거라-


기술은 아니지만...뭐..나름
괜찮은 의미부여였다.

아주 미세한 차이들을 넘어선
우리의 첫 로고스티커가 도착했다.
빨리 시험해보고 싶었다.

* 스티커 주문은 을지로쪽에 가득하다!

리모델링한 대리석 위에서
로고를 붙이는 순간.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피곤했던 평일들-

직장인인데 이렇게 주말에
온전히 힘을 부으려면 평일을 정말
꼼꼼히 알차게 보내야한다.
감기는 눈을 수만번은 더 꼬집으면서
아침부터 스티커 주문이며- 
매일같이 언니와 실시간 카톡회의.
직장인 취미에서 투잡이 되려면-
가야할길이 아직도 멀다지만,

그래도 너무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마침 친구를 통해 개업 화분 주문이 들어왔다.
친구들은 주로 개업화분을 나를 통하는데-
이유는 겁나 비싼 가격들 때문.

개업화분 주문에
새로 만든 로고를 입히기로 했다.

지금은 하우스가 공사중이라
작은 흙으로 데려왔다.
소꿉장난 하는 기분이 드는 이유는 뭐지요.

손이 큰편이라 왠지 이렇게
짜잘한 느낌은 싫다구.



무튼.

Voila!
완.성.

제법 시트지가 근사하다.
매트한 화이트 화분에는
새로운 로고는 너무도 완벽했다.

예전 메탈에는 블랙과 골드가 어울리지만,
지금 새로운 화분들과는 확실히
화이트 로고가 세련되고 멋지다.

다시 한번 뭉클-

월욜에 선물 보낸 개업하신 분도
너무 예쁘다고 했다고 친구가 으쓱해졌다고 한다.
괜히 나도 어깨가 든든해지는 이 기분이란. 캬.


다른 아이템들에도 붙여보기로 했다.
우리 머리속의 생각들이 눈으로 보게되는 그 시점.

디퓨저 병에도 근사하다.
사이즈도 완벽했다.

준비중인 아임파머 세트.
직접 키우는 야채세트와 허브세트 화분
브라운 화분이라 걱정했는데 걱정은 금물.
정말 사이즈며 색감이며 딱 맞았다.


역시 디자이너들의 눈은 다른겐가-


**



로고를 보고, 아이템들을 사진 찍어보니.
가슴 뭉클함이 꽤나 길게 간다.

이번주도 왠지 짧게만 느껴진다.
밀려들어오는 단체 주문까지 생각해보면-
바쁘지만 썩 기분 좋은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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