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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임투티 Sep 14. 2017

때마침 널 만났다

내 생에 가장 행복한 순간들


서른 한 살. 

다시 혼자가 되었다. 영원할 것만 같던 순간이 끝나고 나니 이번 운명엔 참으로 인연이 없나보다 생각했다. 수많은 사랑과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며, 이대로 나는 남들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 '커리어우먼' 으로만 살아가야할 것 같았다. 



좋은 차를 타고 다니며, 멋진 정장을 입고 다니고, 비싸고 호사스러운 음식을 먹은 지난 시간들. 그러고보니 내게 남은 건 무겁디 무거운 차값만 남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랬다.



서른 한 살. 내가 생각했던, 내가 그리던 서른 한 살과는 참 많이 달랐다. 



그러던 때마침.

널 만났다. 우연을 가장해 진심으로. 그렇게 우리는 만났다. 


그리 영화를 즐겨보는 편이 아니지만 <지금 만나러갑니다> 를 보며 참 많이 울었더랬다. (참고로 나는 눈물이 없는 편이라 왠만한 감동적인 영화에도 눈물 한방울 나지 않는 편이다.) 순수하고 푸른 그 느낌이 잊혀지지 않는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는 내 앞에 나타났드랬다. 첫 눈에 반한 것도 아니고, 몰랐던 사이도 아니다. 우리는 직장동료로 무려 1년을 함께 지냈고, 매일 같이 야근을 하고 싸워가며 일하던 사이였다. 일하며 가장 힘들어 하던 순간 마다마다 옆에 있었고, 때로는 서로의 과거를 위로해주는 사이었다. 


그랬던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쉽게 만나고 헤어질 나이가 아닌만큼 시작은 어려웠다. 고민의 깊이가 깊었다.


"언어가 많이 달라"


"알고있어, 문화도 다를거야"


"더 큰 장벽이 있을수도 있어" 


"알고있어"


"정말로 깊이 고민한거야? 결혼을 해야할 수도 있잖아?"


"응. 알고있어"


그의 고민의 깊이가 나보단 조금 더 깊었다. 나보다 두살 더 많은데다가 그의 나라에선 꽤나 나이가 있는 편이라고 그랬다. 그치만 이야기를 하면 할 수록 진국인 이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조금은 억지스럽지만 굉장한 욕심을 부려보기로 했다. 나는 차분히 대답해나갔고, 이젠 아닌가 싶을 때 쯤 그가 결심에 찬 듯 내게 말했다.


"life is never easy but amazing"


그리곤 말했다.


"can I be your boyfriend"


너무 심플하지만, 우리 나이가 되면 쉽게 말하기도 듣기도 어려운 말. 순수하지만 진심이 담긴 말. 그 때 이미 내게 확신이 섰던 것 같다. 가만히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가 시작을 결심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치관이 같았기 때문. 서로에게 외국인이지만 이야기를 하다보면 가치관 자체가 너무 잘 맞았기에 가능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바뀐 나의 가치관이 마치 퍼즐처럼 맞아 들어갔다. 30년 가까이를 돈과 명예에 얽매여 살았다. 조금 더 성공하고 싶었고, 좋은 차에 좋은 가방을 매고, 좋은 가정에 시집 가 돈 걱정 없이 살아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좋은 학교, 좋은 학과를 나왔고, 글로벌 회사에서 홍보와 마케팅 디렉터로 살아가며 앞으로는 더 '성공한 여성' 으로 살아보자며 다짐도 해보았다. 서른 한 살. 혼자가 되면서 그때 느꼈다. 지금껏 내가 살아온 것은 헛된 허욕뿐이었단 걸. 지난 날을 되돌아보면서, 어쩌면 철이 든 것인지 모르겠지만 큰 가치관의 변화가 있었다. 옷이나 꾸미는 것에 대한 관심이 줄었고, 매일 마시던 맥주는 자연스레 끊어졌다. 그렇게 나는 조금 철이 들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던 때마침 그가 나에게 왔고, 퍼즐조각이 맞춰지듯 우리는 서로에게 이끌렸다.


존중, 사랑, 믿음

이해, 그리고 서포트.


이 다섯가지가 그가 시작할 때 내게 건냈던 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는 단 하루도, 이 중 실천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존중과 존경이 있고, 사랑으로 믿음을 다져가고, 서로를 먼저 아끼는 서포트, 그리고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하는 습관이 우리에겐 일상이 되었다. 단 하루도, 한시간도, 일분조차도 싸울 틈이 없다. 소소한 행복이 우리 곁에 가득하다. 



예전엔 완벽한 인연이 있을거라 믿지 않았다.


다들 어느정도 양보하고 맞추어가며 사랑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 뜨겁던 사랑은 아이를 낳고, 나이가 들어가며 사라져버릴 뜨끈한 열정같은거라 생각했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매일을 만나도 보고싶고, 어긋나는 의견 없이 무엇이든 함께 존중하고 결정한다. 매일이 새롭고, 행복이 가득하다. 일을 하다가도 갑자기 사랑고백을 하기도 한다. 시간이 없어 연락하지 못한다는 것은 핑계라고 코 웃음을 칠 수 있게 되었다. 조금은 느끼하고 유치하지만, 우리의 감정을 아낌없이 서로에게 이야기하기로 했다. 신뢰와 믿음으로 뭉쳐있다. 하다못해 별자리 운을 보아도 100% 가 나와버리는 우연의 일치까지. 그는 내게 너무나도 완벽했다. 


우리가 서로를 알지 못했던 시간은 30년이 넘는다. 그리고 함께 바로 옆에서 근무한 시간동안에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다. 인생은 타이밍. 정말 '때마침' 이라는 그 순간이 존재했다.



우리가 가야할 길이 쉽지 않다. 

그렇지만 우리는 모든 순간을 함께 사랑하며, 같이 걸어가기로 했다. 어렵기보다는 조금은 복잡할 수 있을 우리의 시간들을 이 곳에 기록하기로 생각했다. 내 생에 가장 행복한 이 순간들을 언제든 다시 꺼내 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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