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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임투티 Jul 16. 2016

직장인 취미로 새로운 도전, 성공적.

취미생활로 시작된 플리마켓 도전기!

플리마켓까지 꼬박 일주일을 준비했다. 

취미이다보니 기분은 런칭쇼 기분인데 어째서인지 준비가 착착 진행되는 기분은 아니었다. 그래서 지난 준비기간동안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약간은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떨리는 준비 시간들.

야시장인지라 오전에 부랴부랴 농장에 가 야생화와 허브를 따기 시작했다. 사실은 나는 아직 초보 농부인지라 머리 한가운데를 쓱 밀어버린 것처럼 숨덩숨덩 잘라가 자신감이 떨어졌다. 그래서 나는 풀을 뽑는 대신 '프로' 꽃농부 비글자매들의 힘을 빌려 잔뜩 꽃을 수확했다.



토요일은 우천취소가 되었다.

첫 도전인데 이렇게 무너지나 싶었는데 다행히도 금요일은 한단다. 엄마는 플리마켓은 별거 아니지만 자기 사업을 한다는 것이 대부분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많아 어려운 것이라고 한 마디 던졌다. 스트는 많이 받지만 월급쟁이 만큼 편한 것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맞는 말인 것 같았다.


아침부터 친구녀석들이 오후에 비가 올거라 걱정의 문자들이 들어왔다. 걱정은 앞섰지만 다행히 아침 농장에서의 날씨는 매우 맑고 파란 하늘이었다. 아니, 오히려 조금 더워 아침부터 땀을 한가지 흘렸더랬다.


지난 주 내내 이런저런 테스트도 진행했다. 적어도 일주일은 싱싱하게 갈 수 있게 오아시스도 주문했고, 꽃배달을 주문하면 어떻게 오는지 확인도 해봤다. 이 외에도 봉투는 봉투대로 구매를 하고 이름을 걸 수 있는 스티커 주문도 부랴부랴 완료해 시간 내 겨우 받을 수 있었다. 


safe. 시작은 좋다.



일주일간의 준비를 비로소 마치고 출격준비가 완료되었다.

준비를 하다보니 평소 내가 좋아하는 녀석들 위주로 되게 된다. 이러면 어떠랴, 저런들 어떠하랴. 내 눈에도 예쁜 놈들이 남들에게도 예쁘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무엇보다도 꽃농부로, 내 취미로 무언가 많은 사람들 앞에 선다는 게 엄청 떨렸다.




시간이 왔다.

앞선 마음과는 달리 시작부터 너무 초보였다. 일단 짐이 많은데 박스사이즈가 다 달라 차에 싣는데까지 잔뜩 애를 먹었다. 자가용뿐인지라 차 두대를 동원해 짐을 다 실은데다가, 도착해서도 카트가 없어서 하나씩 나르느라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그래도 막상 다 꾸민 테이블을 보고나니 제법 풍성해보였다. 


처음치고는 제법이야.



반응을 보겠다고 많은 녀석들을 데려왔다보니, 조금은 난잡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반응은 딱 갈라져서 잘 나가는녀석들은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우려와는 다르게 하루 판매 예상치를 훌쩍 넘겨 기분이 좋았다. 젊은 층과 연령대가 있는 층의 선택도 달랐고, 미혼자와 기혼자의 차이도 굉장히 컸다.


반응을 보기에는 온라인보다는 역시 오프라인이구나 싶을정도로 마케터로서는 굉장히 흥미로운 현장이었다.하루라도 나와보니 이것저것 개선해야될 것들이 많아진데다가, 무엇부터 할지 고민하는 내 모습을 보니 영락없는 마케터로 돌아왔다.


역시 직업병이란.



이녀석은 공기 식물 틸란드시아. 공기에서만 자라고 습기를 먹으며 살기 때문에 참으로 키우기도 쉬운녀석이다. 나는 이녀석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의외로 이녀석의 반응이 아예 없었다. 그래서 결국 끼워팔기로 같이 나가게 되어 내 마음을 찌릿찌릿 저리게 할 정도였다. 사람 마음은 참 모를 일이다.



사람, 사람, 사람.

이직왕이라는 대단한 타이틀을 가진 나는 그간 어떻게 살았을까. 쓰라리게 마음 아팠고, 스트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전직장, 전전직장 동료들까지 모두 와서 응원을 해주었다. 소중한 불금에 친한 친구들은 퇴근하자마자 모두 한 발걸음에 달려와주어 먹을 것 한가득도 사오고 손님이 많을 때 바로 투입되어 일을 하기도 해주었다. 가족들은 시작과 끝나갈 무렵 찾아와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사람만큼 좋은게 있을까. 


내 첫도전에 모두들 응원을 보내주고 있었다. 


목동아파트의 불빛이 더욱 멋지게 느껴진다



꽃, 사람, 성공적.

장사는 불티나게 잘 되었다. 지인찬스가 무엇보다 컸지만, 정말 핫한 매장 느낌이 물씬 들었다. 나에게 주어진 공간은 2m 남짓의 작은 공간이었지만 뜨거웠다. 이웃매장은 처음 도전한 나에게 초반부터 응원을 주었고, 덕분에 장사가 잘되었다며 다음 주에 보자는 인사를 건네왔다. 이렇게 새로운 인연은 또 다시 시작된다.


시애틀 스타벅스 1호점에서 근무할때, 나는 이 표정을 지었었다. 무려 5년만에 다시 만난 표정이다.


나는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친한 친구들은 이렇게 행복하고 설레여보이는 모습을 정말 오랜만에 보았다고 한다. 행동력이 강한 아이, 꿈을 향해 도전하는 아이, 마케터 상인 등 이번 야시장을 도전하며 내게 다가온 단어들은 모두 긍정적이고 따뜻했다. 



서른살, 나는 꽃농부가 된 것이 너무 행복하다.






이직을 했다. 좋은 오퍼들을 받았고, 오랜 고민끝에 최종 하나를 선택했다. 취미와는 반대로 제법 부정적인 의견들이 더 많아 나 조차도 큰 걱정이 되지만 마케터인 나를 한번 더 믿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은 늘 행복으로 돌아올 것이라 믿고 있다. 야시장은 계속 될 거고, 취미 생활 또한 황금 주말마다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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