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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임투티 Jul 13. 2016

플리마켓, 설렘 가득하게 준비!

면접보다 더 떨리는 플리마켓 준비기.

직장인 어느덧 6년차. 가장 이직하기 좋을 때이기도 하지만, 예전부터 면접 운은 좋았던 것 같다.

조금은 재수없는 자랑을 보태보자면, 친구들은 내게 면접킹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마케터로 살아온 날들 동안 좋은 습관인지 나쁜 습관인지는 모르겠지만 '있어보이는' 스토리텔링으로 그냥 내 자신을 잘 포장했던 것 같다. 물론 당황하지 않는 성격과 털털한 성격은 덤으로 작용해주어 면접킹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그런 면접킹인 내가 새가슴같이 마음을 졸이기 시작했다.


플리마켓에 도전하다.

그러니까 흙을 만진건 올해 초였다. 흙보단 페인트를 먼저 만졌지만 뭐 초보자에겐 도긴개긴이다. 봄이 되면서 농장에는 야생화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고, 집 계단에도 하나둘 내가 마음에 드는 식물들이 오기 시작했다. 짝꿍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토요일은 풀타임 가드닝에 시간을 쏟기 시작했다. 오전엔 다육이와 선인장들을 데리고 뚝딱뚝딱 이것저것 만들어보기도 했고, 오후가 되면 직장에서 받았던 스트는 모두 풀뽑는데 쏟았다. 앙칼지게 땅에 붙어있는 잡초를 머리끄댕이 당기듯 뽑아주면 그만큼 시원한 기분이 없다. 아무리 더워도 2-3시간을 그냥 무작정 풀만 뽑아대니 '프로' 꽃농부 엄마와 이모는 열사병에 쓰러진다고 걱정했지만 잘 들리진 않았다. 

너무 심취한 나머지 한 카트 가득 뽑은날도 있다.


하나둘 인스타그램에 올리다보니 반응이 왔다. 첫 반응은 "너 미쳤니?" 에서 점차 우리네 나이에 관심있을만한 공기정화식물 (가령, 스투키 같은 녀석들) 혹은 아주 작은 국민 다육이를 예쁜 화분에 담은 사진을 올리면 "귀여워" 로 반응이 바뀌곤 했다. 그러면서 하나둘 지인들의 주문이 시작되며 왜 때문인지 제법 자신감이 생겼다.



사진은 엉망진창.

문제는 사진이었다. 

다른 블로그는 근 10년 가까이 운영했다. 그러는동안 파워블로거라는 메달도 달아보곤 했다. 유학 중엔 사진 수업도 들었고, DSLR에 미러리스 그리고 막 찍어도 잘 나온다는 아이뻐 핸드폰도 갖추었다. 스킬은 쥐뿔도 없는데 장비만 갖춘 격이 되버리고 말았다. 도대체 왜 나는 사진을 찍어도 안 예쁜걸까? 

예쁜 식물들을 찍는다고 올렸는데 몇몇 친구들의 제보가 이어졌다. 


50대 아줌마같아.


충격이었다. 못 찍는 건 알았는데 아무리 그래도 좀 충격이었다. 지금은 필터라도 걸고 찍는데... 난 여전히 그냥 디폴트 필터로 찍은 원색감이 예쁜거 같다. 그냥 원래 아줌마 감성인건가?


(뭔가 그래도 꺼림직해 셀카를 찍어 '저는 30대입니다' 라는 솔직 고백을 해버리고 말았다)


나름 괜찮은거 같은데, 오래 사진을 하신분께 옛날기법이라 들어 아재감성을 인정하기로 했다.



목동 야시장에 도전.

새로 열리는 목동 야시장에 도전해보았다. 맞다. 바로 그 아줌마 같던 사진들로 말이다. 

작품 몇몇은 가지고 있었지만 다육이와 선인장은 너무 작아 무언가 신선한 것들이 필요했다. 부랴부랴 '프로' 꽃농부들에게 호출해 "퇴근할 때까지 농장에서 자란 야생화 미니 꽃다발 좀 만들어놔" 주문 아닌 주문을 해버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직장 생활을 하고 있어서 평일엔 농장을 가볼 수 없었다. 

콩쥐같은 우리 비글자매 (엄마와 이모, 한세트를 나는 비글자매라 부른다) 들은 초보 꽃농부의 급한 요청에도 꽃을 한아름 따와 미니 꽃다발을 뚝딱 만들어냈다. 사진은 내 담당이지만 역시나 아재 감성 돋는다.



제출할 때까지만 해도 농장에는 수레국화가 한창이었고, 라벤더와 그 색이 잘 어울렸다. 두 허브 꽃다발은 진짜 야심작이다. 사진이 못나서 그렇지만 정말 향기가 끝내준다. 향수 알러지가 있는 내게도 허브향은 참 괜찮다. 게다가 요즘 유행하는 드라이플라워처럼 말려두기만 해도 그 향이 오래가 활용도도 꽤나 높은 녀석들이다.


문제는 야생화들이다보니 늘 이녀석들이 있는게 아니라서 플리마켓이 열리는 날, 무탈하게 잘 나있을지가 걱정이다. 수레국화는 이미 져버려서 라벤더는 다른 녀석과 어울려야할 판국이다.



이녀석들은 야생화가 잔뜩 섞여있어 언놈이 언놈인지 잘 모르겠다. 중간중간 섞인 민트향도 제법 폴폴 나는 것이 꽤나 귀여운 미니 꽃다발들이다. 다행히도 메인이 되어주고 있는 금잔화, 백일홍이나 루드베키아 그리고 허브들은 아직도 농장에 잘 있다. 


내가 아주 사랑하는 다육이 녀석들.  (사진은 참 아재감성이다. 요즘은 반성을 많이하고 있다)

이녀석들을 토분에 담은 이유는 자연은 자연에서 가장 멋이나기 때문이다. 깡통화분도 써보았지만 왠지 live green 을 실현시키기엔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여전히 세련되거나 빈티지한 깡통화분을 좋아하긴 한다. 




그리고 몇일 뒤 도착한 문자 한 건.


만세! 합격이다!


맨날 투덜거리고 산 것이 갑자기 미안한 기분이 들어 오래간만에 주님께 감사의 기도도 했다. 필요할 때만 찾냐고 타박하지 않는 주님께도 감사했다. 만만세!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어찌나 기뻤는지 몇시간동안 피식 헛웃음을 지어 가족들이 "미쳤어" 하며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든다. 미치면 어떠랴! 


내는 기분이 억수로 좋다!







마케터로 살면서 런칭쇼를 꽤 많이 했다. 밤새 다음날 런칭을 준비하다가 아침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제품을 볼 때 뭔지 모를 가슴 뭉클함을 느끼곤 했다. 스포트라이트도, 쏟아지는 기사도 없지만, 이번엔 내 작품들이라 생각하니 제법 긴장되는 것과 동시에 가슴이 뜨겁기까지 한 기분이다. 


준비는 아재감성을 쪽~ 빼고 30대 감성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친구들에게 검증도 받고 있으니, 30대 감성에는 충실할 수 있을 것 같다. 플리마켓은 7월 15일, 16일 (금,토) 양일간 목동 야구장에서 진행되니, 가까운 분은 강력한 응원한방씩 날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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