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아니고 나한테만 그랬다고 확신했다
회사는 영리 활동을 하는 곳이죠. 물론 영리 활동만 하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그 쥐콩만한 권력을 휘두르기 좋아하고, '회사'라는 타이틀을 빼고 밖에 나가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 아저씨들이 수두룩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절대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따지고 보면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가 아닌가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말입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뜻이죠.
저는 직장 내 괴롭힘이 처음 발생하고 약 3달이 지난 시점에, 여러 자료를 모아 사내 신고를 접수했습니다. 신고를 하기 직전에 제가 수습 전환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죠. 수습 기간 중에 신고하지 않았던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수습 전환 시켜줄 테니 신고를 철회해 달라"는 무언의 압박이 있을까 봐. 둘째, '이걸 빌미로 수습 전환하려는 잔머리를 굴렸다'는 소리를 듣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자료 수집 방법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1. 녹취, 2. 증언, 3. 기록, 4.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문서나 모든 것. 저는 모든 일에서 상대방의 상황과 나의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면 이야기가 쉽게 풀린다고 생각합니다.
녹취는 아주 강력한 무기입니다. 다만 회사 내에서 공개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었죠. (하지만 형사 고소에서는 정말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그러나 선한 영향력과 정의를 외치며 착한 척하더니, 정작 도와달라고 하니 "시간이 좀 지나서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하는 얍삽하고 수준 떨어지는 팀원 1에게는 정말 강력하게 녹취의 힘이 발휘되었습니다.
평소에는 본인 기억력을 자랑하며 옛날 일들까지 들먹이고, 팀장의 그런 행동에 분개하며 정의롭지 못하다고 말하던 사람. 그런데 막상 도와달라고 하니 외면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대화만 나눠봐도 진짜 기억을 못 하는 건지 아닌지 알 수 있었죠. 게다가 평소에 말을 자주 바꾸는 사람인지 아닌지에 대한 히스토리도 존재했고, 그 인간은 순도 100% 거짓말을 쳐버린 저의 '멘토'였습니다.
제가 신고한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수습 전환을 빌미로 한 온갖 꾸지람과 협박, 폭행, 모욕, 그리고 부적절한 신체 접촉. 이렇게 네 가지였습니다. 팀장의 피드백은 근거가 전혀 없었고, 팀 내 기강을 잡아야 하는데 저를 활용하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툭하면 "전환 안 시켜준다. 너 같은 거 필요 없다. 수습 끝나면 집에 가라. 수습 전환하고 싶으면 내 말 잘 들어라" 심지어는 **"네 목숨은 나한테 달렸다"**는 식의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목숨 드립'을 듣는데 웃음이 나오더군요. 나중에 신고 후 인사팀과 면담할 때, 그들은 팀장이 "그냥 스타일이 좀 제왕적인 스타일이라서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는 식으로 말을 하더군요. 정말 실소가 터져 나왔습니다.
저에 대한 생각과 확신이 본인 마음속에 섰다면, 중간평가에 작성하거나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면 되는데, 아무런 이유나 근거도 대지 못하면서 저런 이야기를 수도 없이 하더군요. 정말 무차별적인 빈도였습니다. 그 양반이 근처에라도 오면 저는 모니터를 뚫어지게 보며 최대한 눈을 안 마주치려고 노력했습니다.
저 바로 위에 있던 A사원의 아버지와 팀장이 전화까지 나누었다고 들었습니다. '왜 회사에서 아빠가 팀장이랑 전화를 하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랬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을 잘 못하지만 저에게는 잘해주던 그 친구는 팀장에게는 예쁨을 받았지만, 팀원들에게는 끊임없이 꾸지람을 들으며 (그렇다고 팀원들이 인격적으로 모독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고, 업무적 피드백과 정신을 똑바로 차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몇 번 눈물을 흘리더니 조용히 퇴사했습니다. 저의 '멘토'는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인간은 A사원에게 인격적인 모독을 했을 수도 있다고 의심이 됩니다. 자기가 A사원을 울렸다고 자랑까지 했으니까요. 울린 걸 자랑한다고요? 저에게는 너무나도 신기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제가 잠시 해볼 수 있었던 생각은 'A사원은 팀원들이 갈궈주니까 거기에 균형을 맞추려고 나를 갈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설령 그런 논리가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부당한 것은 부당한 것이고, 죄가 있다면 그 죄값을 치러야 합니다. 저런 식으로 합리화를 해버리고 스스로를 가스라이팅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 노비, 노예, 천민의 삶을 선택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