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같이 죽자, 직장 내 괴롭힘 (사내 신고를 하다)

회유와 위협을 통한 증언 확보하기

by 명랑소년성공기

저는 전 계열사가 사용하는 신고 채널인 "빨간 호루라기"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접수했습니다. 그전에 고용노동부에서 상담을 진행하며 신고 방법에 대한 가이드를 충분히 받았죠.


그룹사 신고를 택한 이유: '호다닥' 막으려는 시도를 막기 위해


제가 그룹사 내 신고를 택했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얼핏 보면 사내 신고지만, 제가 직접 다니고 있는 회사 내부에 신고하는 것과는 결이 좀 달랐어요. 외부의 누군가가 개입되어야만 회사에서 '호다닥 작당질해서 일을 마무리하려는' 행동이 덜할 것이라는 기대를 했기 때문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저의 이런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봅니다. 불쾌한 감정이 역력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드러낼 수 없는 입장처럼 보였죠. 그리고 이 일을 맡아 진행하기로 결정된 사람들은 회사 내에서 꽤나 평판과 인품이 괜찮은 분들이었습니다. 적어도 초반에는 말이죠.


나의 초기 요구: 진심 어린 사과와 분리 조치

처음에 제가 요구했던 것은 간단했습니다. 징계는 필요 없고, 딱 두 가지였습니다.


팀원들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진심 어린 사과.

같이 근무할 수 없으니 팀장을 다른 팀으로 보내는 것.


이것은 2년 3~4개월 전에 있었던 일인데, 저도 처음 겪는 일이다 보니 당시에는 좀 어렸습니다. 이런 일은 일단 시작을 하는 순간 끝장을 봐야 합니다. 어설프게 넘어가면 된서리 맞기 딱 좋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죠.


팀장은 회사에 적어도 10년은 넘게 있었고, 그 시간만큼 동고동락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일이 생길수록 그들끼리의 결속을 다지며 카르텔을 더 단단하게 해왔을 겁니다.


분리 조치, 그리고 소문의 시작


신고 이후 바로 분리 조치가 이뤄졌고, 회사에서는 저에게 휴가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싫다고 답하고 업무를 보겠다고 했죠. 그래서 팀장이 먼저 휴가를 갔고, 팀장이 돌아온 후에는 재택근무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저도 휴가를 가야 한다고 해서 휴가를 나갔습니다. 저는 회사의 괴롭힘 신고 및 조사 일 처리를 제대로 지켜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휴가를 가지 않으려 했는데, 사실 회사 내에 있어도 제가 볼 수 있고 말고 할 게 없더군요. 단지 소문만 빨리 접할 뿐이었습니다.


교대 근무를 하는 업무 특성상, 모든 팀원이 모여 공개 사과를 받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팀원들 모두를 수신인에 포함하여 서면 사과를 요구했고, 사과는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그 사과문에 제 이름의 오타를 수없이 내고, 탈고나 수정 없이 그냥 보낸 것을 보고 '아, 이 양반 정신 못 차렸구나' 싶었습니다.


대면 사과는 두 번 정도 시도되었는데, 팀원들이 전원 다 모여 있는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다시 하기로 했었습니다. 팀장은 꽤나 진심인 것 같았습니다. 눈시울까지 붉혀가며 사과를 하더군요. 하지만 그것은 명백한 연기였습니다.


물리적으로 전원 모이기가 힘들다고 판단되어 서면 사과를 요구했는데, 제가 내건 조건이 꽤 매력적이다 보니 이 순간을 모면하려는 티가 너무 났습니다. 사과문에 피해자 이름을 수차례 오타를 내는 게 말이 됩니까?


조사와 증언: 드러나는 진실, 그리고 배신


저는 모든 진술을 마치고, 원래 이런 일이 있으면 마땅히 받아야 하는 처벌과 절차를 밟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팀원들에 대한 면담과 조사가 이뤄졌죠.


당시에는 A사원 퇴사 후 B사원, 두 명의 대리, 그리고 차석 과장님이 계셨습니다. 한 명의 대리는 근무 시간이 저와 완전히 달라서 어떤 것도 목격할 수 없었고, 당시 저의 멘토였던 L대리, B사원, 그리고 과장님이 저에 대한 증언을 해주었습니다. 특히 과장님은 자신도 괴롭힘을 당한 것 같다고 진술해주셔서, 사실상 사내 조사에서는 완벽한 승리로 게임이 끝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는 편파 판정만을 위한 심판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L대리(멘토)는 제가 신고하겠다고 말했을 당시에는 제가 정말로 실행에 옮길 거라고 생각도 못한 것 같았습니다. 자기도 팀장에게 간간이 혼나고 있는 입장이라며 팀장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욕은 많이 했지만, 막상 진술을 해달라고 하니 약간 찜찜하게 행동하더군요. 이도 저도 아닌 시원시원함 없이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때 이 인간의 본성을 확실히 알아챘어야 했는데, 그저 망설이는 정도로만 생각한 제가 바보였습니다.


녹취의 힘: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


인생이 어떻게 L군, 너의 뜻대로만 되겠습니까. 이때 제가 녹취의 존재를 알렸고, L대리는 자의든 타의든 결국 진술을 술술 하게 되었습니다. 녹취의 공개는 해당 내용뿐만 아니라 수정 없는 제출을 원칙으로 하기에, 온갖 대화가 다 들어가게 마련입니다. L대리는 그 부분이 공개될까 부담스러워서 녹취 공개가 되기 전에 진술을 선택한 것이죠.


제가 모욕으로 신고 넣었던 부분은 L대리가 저에게 알려줬던 내용인데, 당시 녹취를 하고 있었음에도 팀장이 저를 또 갈구기 시작할 때, 저는 그게 갈구는 것인지도 몰랐습니다. 익숙해지다 보니, 그런 언행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예술의 경지까지 가버렸던 것이죠.


L대리가 도와주지 않겠다고 해도 저는 할 말이 없는 입장이었는데, 정의로운 척 위선을 떨고 제가 신고하면 진술하겠다고 말해서 문제가 되었습니다. 입이라도 다물고 있어야지, 말을 조잘조잘 해놓고 막상 상황이 닥치니 주저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회사에서 불이익이 올까 봐 두려운 마음은 알겠으나, 말을 했으면 지켜야 하는 것이 강호의 도리입니다.


[핵심 TIP] 언제든 변할 수 있는 사람의 마음


이렇듯 말을 순식간에 바꾸는 인간들이 태반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대처를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평소에 사이좋게 지내던 사람도 막상 이런 일이 닥치면 안면몰수할 수도 있습니다.


그에 반해 나머지 두 분은 시원하게 진술을 해주었습니다. 정말 칼같이 정확하게, 어떤 보탬도 없이 진술을 했죠. 저에게 있었던 일 중 본 것이 없는 부분은 모른다고 답할 거라고 말하고 진술을 끝까지 해주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저에게는 정말 큰 은혜였습니다. 거의 확정적으로 불이익이 있을 회사에서 싫어하는 일을 선뜻 해준 것이니까요.


평소에 사람 좋은 척하는 인간들은 감히 꿈꿀 수도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바로 이때 사람의 진가가 드러나는 순간이었죠. 요즘 세상에 저 정도만 해주는 게 어딥니까?


기억하세요. 회유와 위협이 있어야 증언을 받을 수 있으며, 신고 후에는 모두가 당신을 조심하게 대할 것이고, 안 좋은 소문들이 돌기 시작할 겁니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사람과도 거리감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적어도 알고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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