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나만 바로 서면 된다 괴롭힘 조사와 법적대응

다 의미없다 사람이 아니라 상황만 보고 가자

by 명랑소년성공기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고 나면 정말 수많은 사람들과 면담, 그리고 조사가 이어집니다. 여기서 하나 정확하게 알아두셔야 할 점은, 회사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인사팀은 수사기관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나중에 형사 고소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사건을 꽤나 정확하게 특정해야 합니다. 육하원칙에 의거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등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회사 내부 조사의 한계: '사실 여부'에 집중


제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인사팀과 노무사는 '해당 사실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중점을 두고 조사를 진행합니다. 물론 '언제 어떻게'를 물어보긴 하지만, 결국에는 해당 사실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증인들의 이야기와 채증 자료로 판단합니다. 제가 몇 시 몇 분이라고 정확히 말해도 증인들은 그 시간을 기억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심지어 그 시간이 아니라고 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에 대부분은 '그런 일을 했는가(O) 안 했는가(X)'와 같은 사실 확인 용도로만 사용됩니다.


채증의 한계와 후회: 시간 특정의 중요성


저는 채증 방법으로 녹취를 선택했기 때문에, 신체 접촉이 있었던 부분들은 녹취로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증언을 해줄 수 있는 분이 있는지 확인하고, 그분들이 신체 접촉을 직접 목격했는지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그분들 중 일부는 자신도 괴롭힘을 당했지만 신고를 원치 않는다는 증언들을 노무사에게 해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 아쉬움이 남는데, 당시 수사기관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사건 시간을 제대로 특정하지 못했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던 이 부분이 나중에 형사 고소 시 꽤나 애를 먹게 만들었습니다. 당시에는 팀장이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이라 시간 특정을 할 생각조차 못했던 것이 후회됩니다.


노무법인 선정의 함정: 누구의 편인가?


회사에서 선정해 준 노무법인을 사용했던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워낙 증언이 탄탄했기 때문에 제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노무사에게 진술했던 내용들을, 심지어 제가 직접 진술했던 내용까지 '영장을 들고 오지 않으면 제공하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저는 형사 고소를 택했기에 제가 제출했던 자료들이 필요했습니다. 회사도 노무법인도 '당사자가 자료를 달라고 요청하면 자기들의 어려움을 표현하는 식으로' 자료 제출을 거부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세요. 노무법인이 누구에게서 돈을 받고 일하는지 따져보면 답이 나옵니다. 제 돈을 받으면 제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볼 것이고, 회사로부터 돈을 받으면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입니다. 물론 저의 결과를 보면 알겠지만, 객관적인 사실은 조작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향후 의견서 작성 등을 고려한다면 무조건 자비로 노무사를 고용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수사기관의 핵심: '시점 특정'


수사기관에서는 사건의 시점을 꽤나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합니다. 이게 매우 중요하죠. 저는 사건 시간을 너무 광범위하게 잡고 특정을 못 해서 꽤나 긴 법정 공방을 펼쳐야 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그 팀장이 습관적으로 그런 행동을 했기에 특정할 생각조차 못 했습니다.) 다행히 한 분이 초지일관 일관된 증언을 해주셨기 때문에, 형사 고소에서 약식명령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 금액은 상당히 높게 나왔습니다. 예전에 묻지 마 칼부림으로 특수 상해를 입어 신고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보다도 더 높은 금액이었으니, 비록 경미한 부상이었음에도 그 심각성을 인정받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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