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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O Jul 10. 2017

다도해의 보물 홍도와 흑산도

여름에 찾아갈 만한 다도해의 아름다운 섬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은 단연 제주도다. 섬이지만 작지도 넓지도 않은 크기에 섬 전체에 아름다운 곳이 널려있는 제주도는 언제나 찾고 싶은 곳 1순위로 꼽히는 곳이다. 나에게 제주도 다음으로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섬은 울릉도로, 깊고 깊은 동해 바다에 우뚝 솟아있으며 제주도만큼 육지와 다른 모습으로 여행객들을 반긴다. 그 외 찾아가 본 아름다운 섬들을 떠올려보면 진도, 남해도, 거제도, 보길도, 소매물도, 연화도, 거문도가 있는데, 이들보다 더욱 기억에 남았던 섬은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의 하이라이트인 홍도와 흑산도다. 홍도와 흑산도가 기억에 남는 가장 큰 이유는 소중한 가족들과 함께한 여행인 데다, 홍도가 머리에 확실히 각인될 만큼 특별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매년 설날이나 추석 연휴에 평소 여행을 가시지 못하는 부모님들을 위해 여행 계획을 짜게 되는데, 창원에 거주하시는 부모님들이 평소에 찾아가기 힘든 전라도 또는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이 주로 후보지로 꼽힌다. 당시엔 추석 연휴가 충분히 넉넉하여 전라도 중 한 곳을 가고자 했고, 전라도 중에서도 가장 먼 홍도와 흑산도를 가보기로 했다.

대한민국 지도를 펼쳐서 홍도와 흑산도를 찾아보라고 하면 어디 있는지 짐작도 하기 힘들 정도로 외딴곳에 위치해 있으며 섬 크기도 작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선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목포 여객선 터미널에서 2시간 40분 정도 걸리는 배를 타는 것이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4시간 정도 차를 타고 목포까지 가야 하므로 대략 7시간 정도 걸리는 여행이 될 것이며, 당시 창원에서 출발했던 우리 가족은 창원에서 목포까지 차 타고 3시간, 도합 6시간을 투자해야 갈 수 있었던 곳이었다. (이 정도면 창원에서 일본이나 중국 가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볼 수 있다.) 다행히 이런 우리의 고생을 하늘이 알아줘서였을까. 홍도 여행을 하는 내내 날씨는 맑았으며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시원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게다가 연휴인데도 관광객 수가 많지 않아 한적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어서 홍도가 대한민국의 파라다이스로 여겨졌다. 홍도와 흑산도를 찾아가는 여행은 해외여행만큼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하지만, 날씨가 허락해준다면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곳은 찾기 힘들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목포 여객선 터미널. 신안군의 다양한 섬들을 향해 출발하는 배들이 정박하는 곳이다.
여객선에서 찍은 목포의 상징인 유달산

홍도 여행

홍도로 가는 길

목포여객선터미널→흑산도, 홍도 (짝수일): 1. 07:50→09:50, 10:20,  2. 16:00→18:00, (홍도 x)

목포여객선터미널→흑산도, 홍도 (홀수일): 1. 08:10→10:10, (홍도 x), 2. 13:00→14:50, 15:30

홍도, 흑산도→목포여객선터미널 (짝수일): 1. 10:30, 11:00→13:00

홍도, 흑산도→목포여객선터미널 (홀수일): 1. (홍도 x), 09:00→10:50, 2. (홍도 x), 15:30→17:30, 3. 15:30, 16:20→18:10

운임요금: 목포여객선터미널→흑산도 34,300원, 홍도 42,000원 (하계 피서철 10% 할증)

목포 여객선 터미널은 신안군의 섬들이 고향인 귀향객들로 붐볐다. 홍도행 여객선 또한 우리와 같이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과 고향을 방문하려는 사람들이 뒤섞여 만석을 이뤘다. 목포에서 홍도까지의 거리는 115km나 되지만 일대가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므로 배를 타고 있는 동안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계속해서 바뀌어 심심하지 않았다. 다만 쾌속선이기 때문에 이동 중에는 갑판으로 나갈 수가 없어 섬들을 사진으로 담지는 못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흑산도의 전복 양식장

목포에서 홍도로 가는 여객선은 비금도를 들린 뒤 흑산도에 도착한다. 흑산도 앞바다는 전복양식장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어촌에서만 볼 수 있는 한적한 항구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흑산도가 고향인 듯한 많은 사람들이 실어온 짐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홍도 여행을 온 듯한 사람들만 남게 된다. 목포에서 홍도까지 2시간이 걸렸지만, 앞으로 40분을 더 기다려야 홍도에 도달할 수 있다. 30분 정도가 지나자 창 밖으로 누가 봐도 홍도라고 짐작할 수 있는 붉게 빛나는 섬이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홍도를 볼 수 있다는 흥분에 떨며 갑판 출입구가 열리자마자 급하게 뛰어나가 홍도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 시작했다.

홍도의 1구마을. 홍도의 관문이 되는 곳이다.
홍도 여객선 터미널에서 내리자마자 아름다운 기암괴석들이 여행객들을 반긴다.
홍도는 홍갈색을 띤 규암질의 바위섬으로 해질 무렵이면 빨간 색이 된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1004호모텔

전화번호: 061-246-3758

요금: 1박 패키지 (유람선, 저녁, 아침식사 포함) 1인 (평일) 95,000원 (주말) 110,000원 (2~3인실 기준)

여객선에서 내리니 예약해 둔 1004호모텔의 주인아주머니께서 내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터미널에 서 계신다. 다른 여행객들도 예약해 둔 숙소의 주인을 따라 총총걸음으로 이동하며, 우리도 짐을 들고 1004호모텔로 이동했다. 1004호모텔은 여객선터미널에서 가장 가까운 숙소 중 하나로, 쾌적한 환경을 자랑한다. 1층은 식당으로 홍도에서 잡힌 신선한 횟감으로 요리를 해주며, 2층 위로 숙박할 수 있는 방들이 있다. 방에 짐을 내린 뒤, 홍도항의 풍경을 바라보니 기암괴석 사이에 위치한 홍도항의 아름다운 모습이 보인다. 가만히 앉아 쉬며 저녁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었지만, 해 질 녘까진 3시간 정도 남았고 오랫동안 계속 앉아 있어 찌뿌둥한 몸을 풀기 위해 저녁을 먹기 전 홍도 최고봉인 깃대봉을 오르기로 했다.

홍도 여객선 터미널. 홍도를 방문한 여행객들로 가득 차 있다.
1004호모텔. 1004개의 섬으로 구성된 신안군에서 따 온 이름이다.

깃대봉 등산

홍도는 1구마을과 2구마을 단 두 마을로 이루어진 작은 섬이다. 홍도 여객선 터미널이 위치한 1구마을이 홍도의 관문 역할을 담당하며,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1구마을에서 묵고 유람선 관광을 하며 홍도 여행을 즐긴다. 2구마을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2구마을로 가려면 홍도 최고봉인 깃대봉에 오른 뒤 30분 정도 산을 내려가야할 정도로 1구마을과 동떨어진 곳에 위치한 마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나자 2구마을은 1구마을과 분명히 다른 모습을 가진 마을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해가 지기 전까지 2구마을에 들렀다 1구마을로 오는 다소 무리한 코스를 택했다. 홍도는 국립공원에 속한 섬답게 등산로 곳곳에 야생화가 피어있었으며, 육지의 산들과 사뭇 다른 식생을 볼 수 있었다. 산 중턱에 올라 뒤를 돌아보면 1구마을이 보이는데, 마치 두 섬을 이은 넓은 다리에 마을이 위치한 모습이다. 1구마을의 왼쪽은 홍도 여객선터미널이며, 오른쪽은 몽돌로 유명한 빠돌 해수욕장이다. 1구마을의 주택 옥상들은 여기가 홍도라는 것을 드러내는 것처럼 모두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홍도의 지붕인 깃대봉으로 오를 때 본 1구마을. 아래는 깃대봉으로 오르는 등산로에서 보이는 꽃들이다.
깃대봉으로 오를 때 보이는 홍도 1구마을. 왼쪽은 홍도 여객선 터미널, 오른쪽은 홍도의 빠돌 해수욕장이다.
홍도의 빠돌 해수욕장은 모래가 아닌 몽돌로 이루어져 있다.
홍도의 건물 옥상은 홍도(紅島)라는 이름에 걸맞게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다.

깃대봉까지 가는 길에서 홍도가 품은 기암괴석들이 바다 곳곳에 서 있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섬에서의 등산이 특별한 이유는 육지와 달리 바다 한가운데를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며, 바다 곳곳에 떠 있는 섬들을 바라보면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다도해로 유명한 신안군에 떠 있는 섬들이 해 질 녘 붉게 빛나는 모습을 보니 마치 조선의 동양화를 감상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홍도 곳곳에서 규암질로 이루어진 기암괴석을 볼 수 있다.
깃대봉 등산로에 위치한 전망대
깃대봉 등산로

2시간 정도 등산하면 정상인 깃대봉에 오를 수 있는데, 정상이라고 전망이 특별히 달라지진 않았으며, 일행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 나 혼자 재빠르게 2구마을에 들렀다 다시 깃대봉으로 올라오기로 했다. 30분 정도 하산하여 도달한 2구마을은 1구마을과 달리 관광객의 모습을 전혀 찾을 수 없었으며, 조용한 어촌 마을의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었다. 주민들은 산비탈에서 밭을 일구거나 고기 잡는 일에 종사하며 속세에서 벗어난 조용한 삶을 살고 있는 듯했다.

홍도는 1구마을과 2구마을로 이루어져 있는데, 깃대봉을 지나는 등산로를 통해 두 마을 사이를 이동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한적한 어촌 마을인 2구마을. 2구마을에서 보는 노을은 환상적이다.

큰 배가 정박할 수 있는 항구시설이 없어 2구마을이 한적해서였을까. 2구마을 앞바다의 풍경은 1구마을의 그것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서해 바다에 둥둥 떠 있는 바위섬들과 바다 위에 비치는 노을의 모습은 대한민국 어디서도 찾기 힘든 소중한 광경을 나에게 선사해주었다. 매일 같은 시각에 지는 해라도 도시에서 보는 모습과 홍도에서 보는 모습은 많이 다르구나, 일상 생활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을 위해 우리는 여행을 갈망하고 떠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지는 해를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2구마을에서 본 일몰. 아래 - (왼쪽) 2구마을에서 핀 야생화 (오른쪽) 2구마을의 등대

홍도의 일몰을 감상하며 넋을 놓고 있다가 1구마을로 가려면 또 한참을 등산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었다. 급하게 다시 깃대봉으로 올라가니 가족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의 욕심 때문에 깃대봉에서 1구마을로 가는 길은 달밤에 산책하는 것(물론 훨씬 더 위험한)으로 바뀌어 버렸다. 1004호모텔에 도착하니 이미 밤 8시 정도 되었고, 주인아주머니는 해가 졌는데도 안 오길래 해경에 신고할까 생각도 했다면서 걱정해주셨다. 내 불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니 정말 죄송한 마음뿐이었다. 아주머니는 걱정을 뒤로하고 허기진 우리를 위해 준비해 둔 저녁식사를 빠르게 챙겨주셨다. 홍도의 신선한 물고기로 요리한 매운탕은 깃대봉에 오르느라 지친 우리들의 허기를 채워주기에 충분한 맛이었다.

1004호모텔의 1층은 식당으로, 저녁에 매운탕을 제공해 주셨다.

홍도 33경 (홍도 유람선 여행)

전화번호: 061-246-2667

출항시간: 07:30, 12:30, 16:30 (현지 사정에 의해 변경 가능)

요금: (성인) 25,000원 (어린이) 12,000원 (선상 회 가격 별도)

홍도는 면적이 6.47㎢에 불과한 작은 섬이라 할 수 있는 활동도 제한되어 있다. 단 세 가지만 하면 홍도를 다 봤다고 할 수 있는데, 깃대봉 등산, 빠돌 해수욕장 구경, 홍도 유람선 관광이 그것들이다. 그중 홍도 유람선을 타고 홍도 33경을 보는 것이 홍도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홍도는 여러 아름다운 바위들을 모아 33경으로 지정해놓았는데, 이들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유람선을 타는 것이기 때문이다.

홍도의 환상적인 아침 풍경. 붉은 색을 띈 규암질로 이루어진 홍도는 아침과 저녁에 더욱 아름답다.

홍도 유람선은 하루에 세 번 출항하는데, 홍도에서 숙박한 관광객들을 위한 배는 아침 7:30에 출발한다. 관광은 2시간~2시간 30분 동안 진행되며, 1층에 앉아 편하게 볼 수도 있고 2층에서 바닷바람을 쐬면서 볼 수도 있다. 33경을 지날 때마다 방송으로 어떤 바위인지 설명해주고, 얽힌 내력에 대해 하나씩 소개를 해준다. 바위의 이름에 걸맞게 생긴 홍도 33경을 보고 있으면 신이 만들어낸 예술작품이 바로 홍도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홍도 33경에서 볼 수 있는 동물은 코끼리(홍도 남문), 거북이, 원숭이, 공작새가 있으며 심지어 E.T도 만날 수 있다. 각 바위에 얽힌 내력을 들으면서 홍도를 감상해도 재미있지만, 붉은색을 띠고 수줍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아침의 홍도를 아무 생각 없이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홍도 유람선. 유람선을 타면 홍도의 속살을 감상할 수 있는데,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홍도 33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홍도 제1경 도승바위
홍도 제2경 홍도남문. 코끼리 바위라 불러도 될 생김새다.
홍도 제3경 병풍바위
홍도 제5경 실금리굴
홍도 제8경 무지개바위
홍도 제13경 시루떡바위
홍도 제16경 용소바위
홍도 제19경 거북바위. 거북이가 보이시나요?
홍도 제22경 석화굴
홍도 제24경 탑섬. 섬 위에 무수히 많은 탑이 있는 것이 보인다.
홍도 제31경 홍어굴
홍도 제32경 만물상

꼭 홍도 33경이 아니더라도 홍도 곳곳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섬 자체가 절벽으로 둘러싸인 독특한 풍경과 아침 햇살을 받아 더욱 붉게 빛나는 섬, 척박한 환경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나무들, 에메랄드빛을 내는 서해 바다는 굳이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날씨가 이렇게 좋은 날 홍도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큰 행운이었으며 여기까지 오기에 고생했던 모든 기억들을 단 번에 날려버릴 정도로 멋진 경험이었다.

하지만 홍도의 매력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홍도 33경을 거의 다 볼 때쯤이면 갑자기 작은 어선 하나가 유람선으로 접근하는데, 그 날 잡은 물고기를 선상에서 바로 회를 떠서 여행객들에게 제공한다. 바다에서 물고기를 바로 잡아서 회를 떠먹다니, 다른 반찬도 없이 맛있을까 의심이 들었지만 가족이 먹을 충분한 양을 구입해 먹어 보았다. 이 날은 내 인생에서 회에 대한 생각이 극적인 전환을 겪은 날으로, 밑밭찬없이 회만으로도 충분히 맛이 있을 수 있다는 걸 깨달은 날이다. 갓 잡아 올린 물고기를 떠서 만든 회는 횟집 수족관에서 잡은 물고기들로 만든 것보다 몇 차원은 높은 것으로, 입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신선하고 맛있었다. 홍도는 외모뿐 아니라 내실도 가득 찬 몇 안 되는 섬 중의 하나로, 주변에서 잡히는 물고기도 최상의 품질을 자랑했다. 

홍도 유람선에서 먹는 활어회. 보기만 해도 싱싱한게 느껴진다.
홍도에선 해파리도 아름다웠다?

회를 먹을 시간이 주어진 뒤 몇 분 지나면 유람선 여행이 끝나게 되는데 하선한 뒤 가족들의 홍도에 대한 만족도가 생각보다 높아서 깜짝 놀랐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나는 사실 어딜 가도 만족하는 편이지만, 부모님은 웬만큼 멋진 광경이 아니고는 감탄하지 않는다. 그런 부모님이 감탄할 만큼 홍도는 그만큼 멋진 곳이었으며,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죽기 전에 꼭 한 번 찾아가 볼만한 곳이다.

홍도 1구마을의 빠돌 해수욕장. 몽돌로 이루어져 있으며, 서해 답지않은 바다색깔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빠돌 해수욕장

홍도 유람선 관광을 끝내고 호텔에서 짐을 빼 여객선 터미널로 옮기니 홍도에서 30분 정도 남는 시간이 남는다. 그때서야 빠돌 해수욕장을 못 봤다는 사실을 깨닫고 1구마을 한가운데를 지나 해변으로 향한다. 빠돌해수욕장은 거제의 학동 몽돌해수욕장과 비슷하게 몽돌로 이루어진 해변이었지만, 해변을 둘러싼 기암괴석, 에메랄드빛의 바다가 홍도 유일의 해변을 더욱 빛나게 만들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해변 중에서도 이렇게 맑고 청롱한 바다는 찾아보기 힘드니, 빠돌 해수욕장을 찾아가는 것만으로 홍도가 얼마나 깨끗한 자연환경을 보유하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좌측 위) 흑산항 등대 (우측 위) 흑산항 여객 터미널 (아래) 여행객들을 반기는 흑산도 안내판

흑산도 입항

이른 아침에 목포에서 출발해 홍도에 도착한 배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배편을 돌려 흑산도로 향한다. 30분이면 흑산도에 도달할 수 있으며, 홍도와 사뭇 다른 섬의 규모에 놀라게 된다. 700명 정도의 주민이 거주하는 홍도와 달리 흑산도는 4300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관광업 뿐 아니라 양식업, 어업, 농업 등에 종사하고 있었다. 섬의 면적은 19.7㎢, 해안선 길이는 41.8㎞에 달해 걸어서 섬 한 바퀴를 걸어서 보려면 9시간이나 걸릴 정도다. 흑산도 관광은 택시 관광, 버스 관광, 도보 여행으로 이루어지며, 주변 섬을 둘러보는 유람선 관광도 가능하다. 흑산도 방문은 여행뿐 아니라 흑산도 특산물을 맛보는 미식 기행도 추가시켜야 하는데, 그 특산물은 바로 몇몇 사람들은 못 먹어 환장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극도로 싫어할 '홍어'다.

(좌측 위) 행복해식당의 입구 (우측 위) 행복해식당 메뉴 (아래) 육지에선 흔치 않은 홍어회

행복해식당

전화번호: 061-275-8886

홍어회 (대) 50,000원 (중) 40,000원, 홍어탕 30,000원

우리 일행은 홍도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떠올리고 싶어서 흑산도에서도 해상 유람선을 타고 섬들을 관찰하기로 했다. 유람선이 오후 1시에 출발하기로 되어있어서 관광을 시작하기 전에 점심을 먼저 해결하려고 찾아간 식당이 행복해식당이다. 흑산도에서 홍어회로 유명한 식당이며, 진정한 홍어 맛을 보려면 홍어탕을 먹어보는 걸 추천(?)한다. 홍어를 못 먹는 사람은 다른 활어회들도 제공하고 있으니, 흑산도 주변에서 잡은 싱싱한 회를 먹을 수도 있다. 홍어회는 육지에서 보기 힘든 음식이므로, 흑산도에 오면 반드시 먹어봐야 할 음식 중 하나다. 홍어 특유의 암모니아 향이 덜하고 씹는 맛도 일반회와 비슷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삭힌 홍어의 살인적인 암모니아 향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은 홍어탕을 먹으면 되는데, 익혔음에도 불구하고 탕 전체에 퍼진 찌릿함의 강도는 전혀 없어지지 않는다.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홍어였고 거부감이 있었음에도 코로 전해오는 그 짜릿함이 신기해 계속 먹었다. 이 맛에 중독이 되면 없어서 못 먹는 게 홍어라지만, 아직 중독이 덜 되었는지 육지에 와서 홍어를 딱히 찾아 먹고 하진 않았다.

행복해식당에서 홍어회를 시키면 갓 잡은 생선도 구워서 내준다.
진정한 홍어 맛을 보여준 홍어탕. 몇몇 사람들은 한 숟가락 떠보고 다시는 먹지 못 했다고 한다.

흑산도 유람선 (다물도)

전화번호: 061-275-9115

운행시간: 08:00~18:00, 2시간 간격으로 운행 (성수기 운행시간은 다를 수도 있음)

승선요금 (대인) 22,000원 (소인) 11,000원

흑산도에서 체험할 수 있는 유람선 관광은 1코스(다물도), 2코스(영산도), 3코스(흑산도) 총 3가지가 있다. 그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코스가 1코스로, 흑산도 북쪽에 위치한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의 섬을 둘러보는 여행이다. 다물도는 홍도만큼은 아니지만 신기한 바위들로 가득 찬 섬으로 홍도와 다른 매력을 가진 섬이다. 1시간 40분에 걸쳐서 다물도와 그 주변 섬들을 둘러볼 수 있으며, 홍도와 마찬가지로 여러 동물들과 사연이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며 금강산 절경도 볼 수 있다.

흑산도 해상유람선 타는 곳
다물도에서도 전복 양식업이 한창이다.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다물도도 배 타고 충분히 돌아볼 만큼 아름다운 섬이었으며, 촛대바위를 비롯한 여러 바위들을 감상하며 유람선 여행을 즐겼다. 다물도의 특별함은 배를 타고 동굴을 탐방할 수 있다는 것과 금강산처럼 생긴 바위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홍도를 관람했음에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다물도 유람선 여행도 충분히 매력이 있었으며, 가족들도 다시 한번 섬 여행이 주는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다물도 촛대바위
다물도 스님바위
다물도 쌍용동굴
(왼쪽 위, 오른쪽 위, 아래) 다물도 홍어동굴. 배가 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동굴체험을 할 수 있다.
거북이를 닮은 솔섬
다물도 낙타섬
다물도는 금강산 절경을 닮은 광경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섬이다.

다물도 유람선 관광을 끝내고 흑산항에 내린 뒤, 예약한 리조트로 전화를 걸어 셔틀버스로 데려다 달라고 요청했다. 흑산도 자체가 너무 넓고 관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데다 그동안의 여행에 지쳐 이후의 시간은 리조트에서 쉬면서 책을 읽거나 낚시를 즐기기로 하였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흑산도의 유일한 리조트인 다모아 리조트로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리조트 흑산), 흑산항에서 꽤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한적하게 쉬면서 묵기에 적절한 곳이다. 

다모아리조트

전화번호: 061-262-8877

리조트에 도착해 짐을 푼 뒤, 남은 오후의 시간에 나와 동생은 낚싯대를 빌려 리조트 앞바다로 나가 낚시를 하기로 했다. 바다가 정말 맑아 돌아다니는 물고기를 전부 볼 수 있었으며, 물 반 고기 반 일정도로 다양한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특히 고등어가 많아 낚시에 성공하면 싱싱한 해산물을 다시 한번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처음엔 고등어 몇 마리를 금방 낚아 올렸으나, 고등어도 영리해서 바늘에 걸린 먹이만 쏙 빼서 먹었다. 결국 최종적으로 잡은 건 열댓 마리에 불과했지만, 잡은 고등어와 육지에서 들고 온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가족들과 행복한 저녁 시간을 보냈다.

다모아 리조트
낚시하러 가는 동생

흑산도 일주 도로 관광

택시 관광 (1인) 15,000원 (4인 이하) 60,000원

흑산도 본 섬을 돌아다니는 방법 중 많은 관광객들이 선택하는 방법은 택시를 이용해 1시간 30분에서 2시간 동안 흑산도 관광을 하는 것이다. 제한된 시간 안에 흑산도를 돌아보려면 택시를 타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겠지만,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도보를 이용해 흑산도를 느끼는 것을 추천한다. 흑산도의 크기를 감안한다면,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돌아보는 것이 흑산도를 제대로 느끼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흑산도 택시 관광

택시를 타면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은 흑산도의 유명한 연리지 나무다. 연리지는 서로 다른 뿌리를 가진 두 나무의 가지가 맞닿아 마치 하나가 된 듯한 나무를 말하는데, 흑산도 연리지는 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숫나무(왼쪽)의 열렬한 구애로 마침내 결혼에 성공한 듯한 모습이다. 하절기에는 잎이 무성하여 연리지인지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지만, 동절기에 잎이 떨어지면 가지가 연결된 것이 확실히 보인다고 한다.

흑산도 연리지 나무. 왼쪽의 나무가 오른쪽 나무에 구애하는 듯한 모습이다.

연리지를 지나면 야경으로 유명한 열두구비도로를 지나 흑산도 아가씨 전망대에 도달하게 된다. 언덕 위에 위치한 전망대에선 홍도를 비롯한 흑산도 주변 섬들이 한눈에 보이고 흑산도의 관문인 흑산항도 보인다.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은 뒤 택시기사 아저씨의 설명을 들으며 흑산도를 일주하게 되는데, 택시 안에서 대충 훑어보는 느낌이라 흑산도의 아름다움이 잘 와 닿지 않았다. 힘이 들더라도 여행지를 가장 깊고 자세하게 보는 방법은 역시 도보여행이다. 목포까지 이동하는 시간과 배 시간, 비용을 생각하면 흑산도에 다시 오기가 쉽지 않겠지만, 만약 다시 오게 된다면 꼭 걸어서 흑산도 일주도로를 완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흑산도 사리마을 포구. 흑산도 곳곳에도 아름다운 서해 바다를 볼 수 있다.

여행을 마치며...

홍도와 흑산도는 외국에 버금가는 거리와 교통의 불편함으로 제주도나 울릉도에 비해 적은 수의 사람들이 방문하는 섬들이다. 유명세는 상대적으로 덜 하지만 나에겐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TOP 5에 넣을 정도로 매력 있는 섬들이다. 특히 홍도는 크기는 작아도 섬이 가진 특유의 붉은색이 이 섬을 다른 섬보다 돋보이게 만들며 다른 어느 곳에서도 찾기 힘든 광경을 선사한다. 보통 흑산도와 홍도를 묶어서 여행하는데, 흑산도를 먼저 보고 홍도에 들릴 것을 추천한다. 흑산도와 주변의 섬들도 물론 아름답지만, 개인적으로 홍도는 흑산도와 주변 섬들을 합친 것보다 훨씬 예쁜 섬이기 때문이다. 홍도를 방문한 뒤의 여행이 다소 시시하게 느껴진 것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여행 계획을 잘못 세운 내 탓이 컸다. 충분한 휴가 기간이 있으며 국내의 숨겨진 곳을 여행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홍도 여행을 추천한다. 국내 어디서도 보기 힘든 아름다운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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