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OMO Jul 03. 2017

트렌디한 맛의 도시 대구

대구 골목 구석구석을 찾아 떠나는 맛집 여행

대한민국에서 최악의 여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국민들은 열에 아홉은 대구를 떠올릴 것이다. 최악의 겨울을 보낼 수 있는 곳은 단연 강원도 철원이지만, 철원이 가진 겨울의 상징성은 대구의 여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대구는 더운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더운 여름에 관련한 대부분의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대구는 아프리카에 빗대어 대프리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여름 대구의 온도는 다른 지방을 훨씬 웃돌 정도로 높다. 최근엔 대구 동구 효목동의 가정집에 심어놓은 바나나 나무에서 바나나가 열릴 정도로 열대지방과 맞먹는 대구의 더위가 주목받았으며,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최악의 폭염으로 상징되는 대구를 마케팅 소재로 삼아 화제가 되었다.

현대백화점 대구점에서 만든 조형물과 대구의 여름을 패러디한 유투브 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mTfWNt23brU)

의류 산업을 기반으로 대도시로 성장한 대구는 대한민국의 산업 중심이 3차 산업으로 넘어가며 점점 쇠락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여름의 열기는 변함없이 뜨거웠는데, 대구의 이런 열기가 사람들의 가슴에 불을 지핀 것일까. 대구 곳곳의 버려진 구시가들이 멋진 카페와 음식점으로 탈바꿈하여 걷고 싶은 골목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 골목들은 대구 중심가인 동성로에서 조금만 걸으면 갈 수 있는 곳으로, 예전의 삭막했던 대구 도심 풍경을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은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게다가 낡고 복잡했던 대구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터미널이 동대구역 바로 옆 새 건물에 통합되어 교통의 편리성도 더욱 좋아졌다. 여름에 대구에서 다양한 축제와 행사가 열리므로 골목 탐방을 끝내고 축제에 참여하는 것도 뜻깊은 여행이 될 것이다.


동성로

대구는 250만의 인구를 가진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시내에서 보자"라는 말이 통용되는 곳이다. 대구시민들에게 시내는 동성로이며, 동성로는 반월당역과 중앙로역 사이 동성로 로데오거리와 야시골목을 포함한 지역이다. 동성로가 대구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만큼 유동인구가 많고 임대료가 높아 프랜차이즈만 많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동성로의 뒷골목을 샅샅이 뒤져보면 프랜차이즈밖에 안 보이는 서울 명동과 달리 숨겨져 있는 특이한 카페와 음식점들이 아주 많다. 새로 생긴 가게들 뿐 아니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여러 맛집들도 찾아볼 수 있는 곳이 동성로이며, 동성로를 들리지 않았으면 대구를 보지 않은 것과 똑같을 정도로 대구를 찾은 여행객들이 반드시 들리는 곳이다.

인투 (Into)

전화번호: 053-421-3965

영업시간: 12:00~22:00 화요일~일요일

동성로는 다른 도시의 중심가와 달리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카페나 음식점들이 꽤 있다. 1992년에 오픈한 인투(Into)도 그중 하나인데, 이탈리아와 지중해 요리를 제공하는 비스트로이다. 2013년 대구에 사는 학교 후배와 함께 동성로를 돌아다니면서 방문한 식당인데, 작은 공간이지만 이탈리아 가정식을 먹는 것처럼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 두 명이서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세트를 주문했는데, 샐러드와 수프, 빵, 피자와 스파게티, 그리고 후식인 커피까지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지금은 원래 있는 자리에서 이전하여 트렌디한 카페들이 위치한 동성로4길에서 찾을 수 있고, 이탈리아 음식에서 유럽 및 지중해식 음식으로 메뉴의 다양성을 넓힌 멋진 식당이다. 공간이 넓어져서 스테이크도 먹을 수 있으며, 내부 인테리어도 유럽풍으로 바꿨으며, 네이버 예약도 가능해졌다. 인투(Into)는 동성로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1세대로서 방문할 가치는 충분하며, 음식의 맛 또한 출중한 곳이다.

인투(Into). 내가 방문했을 당시엔 이탈리아 & 지중해 음식을 제공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유럽 & 지중해 음식으로 메뉴의 다양성을 넓혔다.

 VINPLUS

전화번호: 053-242-3582

영업시간: 12:00~24:00 금요일~수요일

시카고 피자 14,000~16,000원, 찹스테이크 크레마 14,000원

인투와 함께 동성로4길에 위치한 다이닝 펍으로 인투와 달리 오픈한 지 얼마되지 않은 핫플레이스다 (2014년 오픈). 피자, 스파게티와 같은 이탈리아 음식이 주메뉴지만, 이태원의 라이너스 바비큐처럼 스테이크나 바비큐를 플레이트로 주문할 수 있는 곳이다. 다이닝 펍이라 점심에는 한산할 거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12시에 가게가 열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점심을 먹으러 방문했으며 30분이 지난 뒤엔 대기열이 생길 정도로 인기가 많은 곳이다. 플레이트를 주문해 먹을 수도 있었지만, 라이너스 바비큐를 다녀온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같이 간 동생이 피자와 파스타를 추천해서 시카고 피자와 스테이크 크레마를 각각 주문해서 먹었다. 시카고 피자로 유명한 곳답게 피자를 한 입 베어 먹으면 치즈가 가득 들어있는 걸 느낄 수 있으며, 맛 또한 훌륭했다. 스테이크 크레마 또한 파스타와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스테이크와 소스가 잘 어우러져 피자만큼 맛있었다. 낮에 가서 술과 함께 먹지 않았지만, 크래프트 맥주와 곁들여 먹으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빈 플러스 (VIN PLUS). 시카고 피자로 유명한 곳이지만, 피자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맥주와 함께 즐길 수 있다.

리틀 이태리아 (Little Itaria)

전화번호: 053-426-3992

영업시간: 11:30~22:30

샐러드, 파스타 & 피자 세트 28,900원

인투와 빈플러스와는 약간 떨어진 동성로의 중심가에 위치한 비스트로이다. 동성로의 중심 대구백화점과 아주 가까우며, 인투보단 오래되지 않았지만 나름 1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가게 이름답게 파스타와 피자가 주메뉴이며, 세트로 주문해서 먹으면 싼 가격에 샐러드, 파스타, 피자, 디저트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삼성 라이온즈와 NC다이노스의 야구경기를 관람하고 동성로로 돌아와 저녁을 해결한 곳으로, 목이 빠져라 응원해 허기가 진 것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맛있고 푸짐한 레스토랑이었다. 피자와 파스타도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선택이 가능해 기호에 맞게 먹을 수 있으며, 좀 더 돈을 내면 피자 대신 스테이크를 선택할 수도 있다. 대구백화점 주변을 서성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릴 만한 곳이다.

리틀 이태리아의 간판
리틀 이태리아의 내부. 깔끔하게 잘 꾸며놓았다. 아래는 세트로 주문하면 나오는 샐러드, 빵, 파스타, 디저트.

북성로 공구골목

대구역에 내려 중앙로 쪽으로 걷다 보면 오른쪽에 오래되고 허름한 공구상점들이 보이는데, 여기가 바로 북성로 공구골목이다. 작은 공장들과 공구상점들이 밀집해 있는 이 곳을 왜 찾아가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최근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성수동과 문래동 역시 공장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임대료가 싼 틈을 이용해 창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개성 있는 가게들을 곳곳에 열기 시작했고, 북성로 공구골목은 주말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변모했다. 물론 성수동과 비교하면 규모도 많이 작고 유동인구도 적지만 서서히 고층빌딩이 들어서고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는 성수동과 달리, 여긴 아직도 옛 골목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으며 개성 있는 가게들의 수도 점차 증가하고 있었다. 가까운 곳에 경상감영공원도 있기 때문에 조선시대 대구가 경상도에서 차지하고 있었던 위상을 확인하며 공원에서 쉬어갈 수도 있는 장점도 있다.

북성로 공구골목. 건물은 낡고 허름하지만 예술가들의 손길을 거쳐 점점 더 변화하고 있다.
북성로 공구골목은 아직도 몇십년 전의 모습을 간직한 소중한 장소이다.

더폴락 (THE POLLACK)

전화번호: 010-2977-6533

영업시간: 12:00~20:00 수요일~월요일

더폴락을 처음 봤을 때 떠올렸던 생각은 "이런 곳에 웬 서점이지?"라는 것이었다. 페인트점과 허름한 식당 사이 오래된 건물에 위치한 독립서점은 방문했을 당시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강연을 듣고 있었다. 서점 주인분은 책을 구입하려면 3시 이후에 방문을 하거나, 지금 강연을 함께 들으며 기다려도 된다고 말씀하신다. 내가 대구에 거주하는 학생이거나 직장인이라면 강연을 듣고도 남았겠지만, 제한된 시간 안에 대구 곳곳을 둘러보기로 했기 때문에 B(경북대학교 재학중)에게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고 제안했다. 여러 곳을 둘러본 후 다시 찾은 더폴락은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 책을 구입하고 있었으며, 일반 서점과 달리 독립출판물이 주로 진열되어 있는 특이한 공간이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사람들이 출판물을 낸 느낌? 이런 출판물은 생각보다 재미있고 새로운 경험을 안겨준다.) 서점의 책들과 달리 표지도 단순하고 이쁘지도 않지만, 책에 실려있는 내용은 전문 작가들이 아닌 사람들의 생각과 경험이 그대로 실려있어 더욱 공감하기 쉬웠다. 다른 대도시에서 찾기 힘든 독립서점을 대구에서 찾을 수 있는 건 대구가 그만큼 트렌디한 도시임을 증명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공구골목에 떡 하니 서 있는 독립서점 "더 폴락 (THE POLLACK)"
더 폴락 내부에 매달려 있는 분홍색 바나나

꽃자리다방

전화번호: 053-256-1702

영업시간: 11:00~22:00

아메리카노 4,000원, 꽃자리커피 5,500원

꽃자리다방은 중앙로에서 북성로 공구골목으로 진입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카페다. 허름하고 낡은 건물 속에서 유독 한 건물만 눈에 띄게 특이한 간판을 하고 있는데, 이 곳이 바로 꽃자리다방이다. 일층은 아직도 공구상점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층으로 올라가면 허름하고 버려진 공간이 예술가들의 손을 거치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꽃자리다방을 보면 오래된 건물이라고 때려 부순 뒤 높은 빌딩이나 아파트를 짓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꽃자리다방에서 제공하는 커피는 어떤 걸 주문하더라도 먹을 수 있는 꽃 하나가 첨가되어 나오며 내가 먹은 시그니처 커피인 꽃자리커피도 같이 나온 꽃과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뽐내고 있었다. 2층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공구골목은 거리 위에서 바라보는 것과 색다른 느낌을 주므로 전망을 꼭 한 번 보길 추천한다.

꽃자리 다방은 꽃과 함께 주는 커피 뿐 아니라 내부 인테리어 또한 독특하다.
꽃자리 다방의 그림. 아래는 꽃자리다방에서 주문한 꽃자리커피(왼쪽)과 아메리카노(오른쪽)다.

공구박물관

전화번호: 053-252-8441

영업시간: 10:00~17:00 수요일~토요일 (12:00~13:00 점심시간)

중앙로에서 시작해 공구골목을 걷다 보면 오른쪽에 기와를 올린 독특한 건물을 발견할 수 있다. 북성로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복원된 일본식 가옥으로 북성로가 가진 상징적 의미를 제대로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작은 규모의 건물이지만, 북성로에서 구할 수 있는 대부분의 공구들과 현재 쓰이지 않는 공구들까지 전시되어 있어 공구의 역사와 쓰임새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일반 박물관처럼 단순히 전시해 놓은 것이 아니라 공구들을 활용해 인테리어나 예술작품에 활용해 사진 촬영하기에도 좋다. 나무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가면 사무실처럼 생긴 공간이 있는데 여기 앉아 전화를 받는 척하며 추억을 남기는 것은 공구박물관의 필수코스라 할 수 있다.

공구박물관의 외관. 내부로 들어가면 다양한 공구들과 공구를 활용한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다. 좁은 공간을 활용하여 포토스팟을 마련한 것도 주목할 점이다.

믹스카페 북성로

전화번호: 053-766-8821

영업시간: 11:00~23:00

몰디브 5,500원

믹스카페 북성로는 공구박물관으로 꺾어 들어가기 직전에 나오는 카페이다. 외관부터 범상치 않은 모습을 가지고 있는 이 카페는 일제시대 대구에 살던 부유한 상인의 건물을 형상화한 느낌이다. 1층에서 커피 또는 샌드위치를 주문해서 그 자리에서 먹을 수도 있지만, 이 카페의 매력은 바로 2층과 3층이다. 2층에는 다다미방이 위치해 있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일제시대로 넘어온 듯한 느낌을 가지고 커피를 즐길 수 있으며, 3층은 다양한 예술인들의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로 맘에 드는 작품은 실제로 구입도 할 수 있다. 가급적이면 2층 또는 3층에서 커피를 먹으며 카페의 분위기를 최대한 느껴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커피도 여기서 만날 수 있는데 내가 먹은 커피는 몰디브로 실제 동남아의 외딴섬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이라 착각할 정도로 독특한 맛을 가지고 있었다.

믹스카페 북성로. 외관부터 특이하며 내부로 들어가면 숨겨진 매력을 하나씩 찾는 재미가 있다. 2층은 다다미방, 3층은 갤러리로 구성되어 있다.
늦은 오후의 북성로 공구골목

태능집

전화번호: 011-530-0488

영업시간: 17:00~04:00

불고기 (대) 15,000원 (중) 10,000원 (소) 5,000원, 우동 3,000원

북성로와 서성로가 만나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조금만 걸어가면 왼쪽에 북성로 우동불고기골목이 보인다. 여기가 백종원의 3대천왕에 출연한 곳으로 유명한 태능집이 위치한 곳으로, 태능집 외에 다양한 가게들이 성업 중에 있는 곳이다. 골목으로 진입하자마자 호객행위가 판을 치는데, 유일하게 호객행위를 안 하는 곳을 찾으면 태능집에 도착한 것이다. 사실 우동과 불고기에 큰 차이가 있긴 힘들어 호객 행위하는 곳에 들어가도 웬만큼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대구시민이 아닌 관계로 원조격이자 방송에 출연한 태능집에 가기로 하였다. 태능집의 메뉴는 단 2개로 불고기와 우동이 그것들이다. 불고기와 우동을 같이 주문하면 불고기가 구워지기 전에 우동이 먼저 나온다. (불고기를 손님이 굽는 시스템이 아니라 종업원들이 구워진 불고기를 가져다준다.) 우동이 먼저 나왔다고 해서 다 먹으면 안 되며 불고기와 함께 먹는 맛을 꼭 맛봐야 하니 반드시 어느 정도는 남겨놔야 한다는 동행한 B의 말을 듣고 허기를 꾹 참은 채 불고기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불고기는 만원만 내면 2명이서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양이 나오며, 우동이랑 곁들여 먹을 때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주변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술을 먹으며 안주거리로 먹던 우동과 불고기가 지금은 전국에 널리 알려진 미식이 된 것은 예술가들의 노력과 더불어 사람들을 북성로로 모으는 또 하나의 매력이 되고 있다.

북성로 우동불고기 골목
태능집은 다섯시만 되어도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며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만석이 된다.
태능집의 우동. 단돈 3000원에 먹을 수 있다.
태능집의 불고기. 10,000원이면 이만한 양이 나올 정도로 푸짐하다.

대구 교동 뒷골목

대구역에서 반월당까지 쭉 뻗어있는 큰 도로가 중앙로인데, 중앙로의 서편에 북성로 공구 골목이 위치해 있고 동편에 대구 교동이 위치해 있다. 중앙로가 북성로 공구 골목과 교동 골목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는 것인데, 사실 둘 사이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공장이나 공구상점이 중심이 되는 북성로 골목과 달리, 교동의 뒷골목은 예전엔 사람들로 북적였을 상점들(특히 귀금속)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실제 가보면 거리의 분위기가 사뭇 다른 게 느껴질 정도로 교동 뒷골목이 가지는 매력은 공구골목의 그것과 차이가 있었다. 교동 쪽은 상업이 중심이었던 곳이라 소규모의 상점들과 여관이 많이 자리 잡은 곳었지만, 지역의 상권이 죽자 상점들이 문을 닫았고 오래되고 낡은 여관들도 뒤를 이어 빈 건물로 남게 되었다. 공구골목에 비해 더욱 음산했을 거리였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몇몇 사람들이 버려진 건물들을 활용하여 창업을 하기 시작했고 이 결과 교동 뒷골목은 대구의 핫플레이스로 바뀌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아름다운 거리가 되었다.

교동의 골목 구석구석에서 카페와 비스트로를 찾을 수 있다

여관식탁

전화번호: 053-253-0923

영업시간: 12:00~21:00 (휴식 14:00~17:00) 수요일~일요일, 17:00~21:00 화요일

치킨검보스튜 13,000원

여관식탁은 교동에서 여관으로 쓰이던 건물을 개조하여 식당으로 바꾼 곳이다. 최대한 예전 여관의 모습을 살리려고 한 것이 눈에 띄고, 진열되어 있는 가구나 TV, 라디오 등이 레트로한 분위기를 풍기며, 몇십 년 전으로 돌아가 식사를 하는 느낌을 주는 곳이다. 한식을 기대할 수도 있는데, 맛볼 수 있는 음식은 커리나 스튜, 필라프 같은 것들이다. 내가 먹은 음식은 처음 먹어보는 치킨검보스튜로, 빨간 국물에 어우러진 치킨 맛이 인상적인 음식이었다. 제공되는 밥의 양이 적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리필이 가능하니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데는 그만인 곳이다. 주인분들의 대구 사투리도 진국이라 대구에 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으며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던 곳이다.

여관식탁의 외관과 치킨검보스튜

오일리 버거

전화번호: 053-213-0512

영업시간: 12:00~21:00

오일리 버거 6,000원, 더블 치즈 버거 6,000원

오일리 버거는 레트로 간판이 인상적인 작은 벽돌 건물에 위치한 햄버거집이다. 1층에서 종업원들이 주문을 받고 요리를 하며, 2층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햄버거는 단 3종류로, 세트로 시키면 프렌치프라이와 콜라 또는 맥주를 곁들여 먹을 수 있다. 오일리 버거는 일반 버거처럼 야채와 패티가 적절히 섞여 있으며, 더블 치즈 버거는 치즈와 패티로 만들어진 버거이므로 기호에 맞게 선택해서 먹으면 된다. 햄버거의 맛이 엄청 특별하진 않지만, 교동 뒷골목에서 햄버거를 먹고 싶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오일리 버거의 외관과 메뉴. 아래 왼쪽은 더블 치즈버거, 오른쪽은 오일리버거다.

문화장

전화번호: 010-8599-0755

영업시간: 10:00~22:00 화요일~일요일

몽블랑 8,000원

문화장은 교동 뒷골목 변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오픈한 지 두 달도 채 안 됐지만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여기도 여관식탁처럼 여관을 개조했지만, 식당 대신 카페와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1층에서 주문을 받으며 커피뿐 아니라 저녁에는 맥주도 주문할 수 있다. 음료를 받고 2층이나 3층에 올라가면, 전국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인테리어에 화들짝 놀라게 된다. 여관의 흔적을 완전히 없앤 것이 아니라, 욕탕과 벽의 흔적들을 남겨놓아 타일 바닥과 콘크리트 벽 사이사이의 공간에 예술품을 곳곳에 배치하였다. 손님들은 타일 벽에 자리한 방석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으며 창가에 앉아 미술품을 감상할 수도 있다. 3층은 더욱더 특별한 곳인데, 여기는 각 방의 벽들이 그대로 남아있고 서로 다른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방으로 구분되어 전시되어 있었다. 오픈된 공간이 아닌 방에서 머물기 원하는 사람들은 3층에 올라가면 되고, 신진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감상하거나 구입할 수도 있는 말 그대로 '문화장'이라는 이름에 맞게 운영되는 공간이다. 나는 2층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어 사람들의 반응을 알고 싶은 프로젝트 팀장(?)님께서 각 손님들에게 올 한 해 원하는 소원들을 만년필로 적어주고 있었다. 나는 2017년에 회사와 내가 동반 성장하고 싶다는 사소한 소원을 부탁한 뒤 받은 종이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문화장을 빠져나왔다.

문화자아 1층에서 각종 디저트나 커피를 주문할 수 있다.
몽블랑. 크림이 많이 들어가 진득한 느낌을 준다. 처음 먹어본 몽블랑인데 크림을 좋아하는 나로선 최고의 선택이었다.
문화장의 2층 인테리어. 타일로 구성된 자리가 인상적이다.

레이지 모닝 (LAZY MORNING)

전화번호: 010-5315-1789

영업시간: 10:30~22:00 월요일~토요일

크림 크루아상 4,000원, 아메리카노 3,500원

레이지 모닝은 정말 아무것도 모른 채 들린 카페 및 빵집이다. 교동에서 약간 벗어난 동인동에 있으며 카페 바로 옆에 대구광역시청이 위치해 있다. B가 여기서 만나자고 해서 미리 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의외로 사람들로 꽉 차 있으며 자리가 없어 아쉽게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도 많았다. 뭐가 특별한 지 모른 채 카페라테 하나 시켜서 기다리고 있으니, B가 와서 여기선 커피가 아니고 빵을 먹어야 된다면서 크림 크루아상 하나를 집어 온다. "가운데 조그만 진열대에 있던 빵 말인가? 별거 없었던 거 같은데..." 하는 생각으로 빵을 먹었는데 정말 내 입맛에 맞는 달콤한 맛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기다리는 동안 다른 빵도 먹으면서 책이나 읽고 있을걸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구에 방문했을 때 반드시 버킷리스트에 넣어야 할 정도로 맛있는 빵을 제공하는 곳이 바로 레이지 모닝이다.

레이지 모닝의 입구. 내부는 커피에 빵을 곁들여서 먹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주문해서 먹은 크림 크로아상. 크로아상 뿐 아니라 바타르와 프레첼도 맛있다고 한다.

Relax053

전화번호: 010-4485-0411

영업시간: 12:00~01:00 일요일~수요일, 17:30~01:00 목요일, 12:00~02:00 금요일, 토요일

페퍼로니 피자 4,400원, 하와이안 피자 4,400원, 릴렉스 라거 5,000원

2017년 4월에 교동을 탐방하고 있을 무렵, 점심때가 되자 많은 사람들이 자판기(?) 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자판기에는 피자 같은 것들이 있었는데, 갑자기 자판기가 열리더니 몇몇 사람들이 빠져나온다. (자판기가 아니고 가게로 들어가는 문이었다.) 당시엔 피자를 파는 새로운 가게가 오픈했구나라고 생각하며 지나쳤는데, 한두 달도 안 되어 이 곳이 핫플레이스가 되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당시 같이 동행했던 B는 피자도 먹고 용돈벌이도 할 겸, 붙었던 광고문을 보고 이 곳에 아르바이트를 했으며, 사람들이 정말 많이 온다고 다음에 대구 내려오면 꼭 같이 가자고 나를 설득했다. 결국 기회가 되어 대구에 내려간 날, B와 함께 방문한 Relax053은 소문대로 오픈 시간인 5시 30분이 되자마자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피자도 맛있었지만, 무려 20개가 넘는 크래프트 맥주의 리스트를 보고 여기는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곳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서울에서도 이 정도의 맥주 리스트를 가진 곳은 흔치 않은데, 대구에서 맛있는 피자와 맥주를 같이 먹을 수 있다니! Relax053은 교동 뒷골목에서 맥주를 마시고 싶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다.

Relax053의 입구. 문이 자판기처럼 생겼다.
Relax053의 내부.
Relax053에는 시그니처인 Relax라거 외에 국내의 다양한 크래프트 맥주들을 먹을 수 있다. 아래는 Relax053에서 먹을 수 있는 피자들.

대구 골목 여행

대구 골목 하면 떠오르는 여행은 대구 근대골목 투어일 것이다. '대구 중구 근대로의 여행'이라는 골목 투어는 근대 경상도의 중심도시로서 역할을 한 대구의 역사를 볼 수 있으며, 대구의 상징적인 장소 대부분이 포함된 여행이다. 중구의 근대골목을 둘러본 사람들은 대구를 다 봤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대구는 서울처럼 점점 변화하는 갈 때마다 다른 매력을 풍기는 도시다. 나 또한 한참 전에 근대골목을 다 둘러보고 난 다음 대구를 방문했으며, 여행의 목적은 단지 지인을 보러 간 것이었지 취재(?)를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 하지만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대구 곳곳은 매력 있고 트렌디한 곳이 되었으며, 성수동이나 문래동처럼 언제나 찾고 싶은 곳으로 탈바꿈하였다. 여기서 소개한 골목들 모두 교통이 편리하고 도보 여행하기 좋은 곳이니, 대구를 찾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한 번 방문하라고 말하고 싶다. 대구는 근대골목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돌아볼 골목들이 너무나 많다고.

매거진의 이전글 강릉과 삼척의 아름다운 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