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OMO Apr 13. 2017

강릉과 삼척의 아름다운 봄

봄에 가장 아름다운 영동지방의 두 도시

4월 초는 정말 우울한 기간이었다. 6개월 전, 일본에서 감상하는 벚꽃이 진짜 벚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망설임 없이 오사카로 가는 항공권을 구매하고 숙소를 예약했음에도 불구하고 4일이라는 시간 동안 벚꽃잎 하나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벚꽃이 없다고 해서 교토에서 보낸 시간이 결코 헛된 것은 아니었지만, 마음 한편에 아쉬움이 가득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이런 아쉬움을 달래고자 4월 초에 대한민국 어디에서 벚꽃이 만개했는지 열심히 찾아보았다. 고향인 창원에 가면 진해의 아름다운 벚꽃을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진해는 벚꽃이 진 지 오래였다. 선택할 수 있는 곳은 강원도나 경기도 정도가 될 수 있었고,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를 찾다 보니 강릉의 경포호가 떠올랐다. 경포호의 엄청난 인파를 피하려면 아침 일찍 일어나 한 바퀴 도는 것이 가장 좋다고 판단하고, 4월 7일 금요일 저녁 강릉행 버스에 올랐다.

이른 아침 경포호를 방문하면 인적없이 벚꽃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

강릉은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곳이다. 계절에 구애 없이 아름다운 경포해변과 오죽헌, 선교장, 참소리 축음기 박물관, 안목 커피거리 등등 볼 곳이 많아도 너무 많은 곳이다. 나 또한 이번 방문이 다섯 번째나 될 정도로 강릉은 나에게 항상 아름답고 언제나 찾고 싶은 도시로 남아있다. 하지만 강릉 경포호에 한해선 봄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라고 할 수 있다. 경포호 주변을 따라 핀 벚꽃은 진해의 벚꽃과 비견될 정도로 아름답다. 경포호의 봄 풍경은 경주 보문호의 봄 풍경과 비슷한 느낌을 가지는데, 경포호가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경포호 주변의 정자들과 벚꽃이 어우러진 풍경 때문일 것이다. 경포대뿐만 아니라 덜 유명한 정자들 또한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며 주변의 벚꽃과 어우러져 대한민국 어디서도 느끼기 힘든 경험을 하게 해준다.

경포대 주변으로 벚꽃이 심겨져 있어, 벚꽃과 어우러진 한국의 전통건축을 담을 수 있다.
봄에 가장 아름다운 경포대

경포호의 벚꽃을 가장 느끼기 좋은 곳은 경포대 주변이지만, 인파 없이 한적한 곳을 원한다면 경포천을 따라 경포 생태저류지까지 걷는 것도 좋다. 경포천의 흙길을 밟으면서 천을 향해 뻗어있는 벚꽃가지들 밑을 걸어가면서 봄날을 만끽한 경험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추억이다.

경포천을 따라 피어잊는 벚꽃

경포대에서는 벚꽃 개화시기를 맞아 경포 벚꽃잔치를 개최한다. 경포대 언덕 위 규모가 작아 축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벚꽃 한가운데서 공연을 감상하고 불꽃놀이를 즐기는 것도 봄에 경포호를 찾아온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경포호 벚꽃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야간에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여의도만큼 예쁜 조명은 아니지만, 경포대 주변 조명은 나름 화려하며 밤에도 호수 주변을 안전하게 걸으면서 벚꽃을 감상할 수 있다. 8시에 열린 짧은 불꽃놀이를 경포대에서 감상하고 30분 동안 경포호의 벚꽃을 걸으며 강릉의 아름다운 봄을 마지막으로 느꼈다.

화려한 경포대의 야경
경포호 주변은 조명을 켜두어 야간에도 벚꽃을 감상할 수 있다.

택시기사 아저씨 말로는 벚꽃시즌만 되면 경포호로는 가지 않는다고 한다. 한 번 들어가면 나오는데 몇 시간이 걸릴정도로 인파가 많이 몰리기 때문에 콜이 들어와도 갈 수가 없다고 했다. 시내로 돌아갈 때 경포호에서 조금 걸어가 강릉중앙교회 앞에서 어플을 이용해 택시를 부르면 쉽게 잡을 수 있으므로 봄에 경포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내가 탄 택시기사 아저씨는 강릉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는데, 경포호 벚꽃이 봄에 정말 아름답다고 칭찬하고, 강릉이 공기도 맑고 겨울에도 따뜻한 살기 좋은 도시라고 하셨다. 겨울에 강원도라 서울보다 추울 것이라는 사람들의 편견과 달리, 강릉은 영동지방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상당히 따뜻한 곳이다. (가끔 폭설이 쏟아지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나 또한 아저씨의 말에 공감하면서 다음에 또 강릉을 찾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경포대에서 감상한 불꽃놀이

다음 목적지는 삼척이다! 삼척은 영동지방 가장 남단에 위치한 도시로, 속초와 강릉에 밀려 별반 주목받지 못하는 도시다. 이런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난 항상 강릉을 방문할 때면 삼척을 방문하곤 했다. 삼척에도 정말 아름다운 곳들이 몇 군데 있는데, (개인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죽기 전에 한 번 가봐야 할) 환선굴과 대금굴, 해신당공원, 새천년 해안도로, 죽서루가 그것들이다. 특이 환선굴과 대금굴은 여행을 좋아하는 지인들에게 추천하는 곳 중 하나이다. 호불호가 갈릴지 모르겠지만, 삼척에도 유명하고 맛있는 음식이 하나 있는데 바로 곰치국이다. 못난 외모 덕분에 잡으면 다시 바다로 던져 버렸다는 곰치는 부드럽고 미끄러운 특유의 식감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음식이다. 필자도 겨울에 삼척을 찾았을 때 곰치국을 처음 접했는데, 뭐 이런 음식이 다 있나 싶었지만 맛을 보는 순간 다음에 왔을 때 또 먹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있었던 음식이었다.

삼척 맹방해변의 유채꽃밭. 유채꽃밭 옆으로는 맹방벚꽃길이 있어 벚꽃과 유채꽃을 함께 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삼척을 봄에 찾은 이유는 위에서 열거한 삼척의 매력과는 약간 동떨어진 것이다. 바로 유채꽃과 벚꽃이 삼척에서 찾을 수 있는 봄의 주인공들이다. 4월 초에 맹방해변에서 삼척 맹방 유채꽃 축제라는 이름으로 축제를 여는데, 맹방해변 뒤편에 펼쳐진 유채꽃들과 벚꽃의 조화는 전국 어딜 가도 찾기 힘든 아름다움일 것이다. 유채꽃이 훨씬 오래 핀다고 해도 절정기가 이렇게 겹치는 곳은 삼척 외엔 찾기가 힘들었다. 대중교통이 약간 불편한 삼척에서도 버스로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이 맹방해변이기 때문에, 나 같은 배낭여행자도 아침 일찍 방문할 수 있었다. 아침에도 많은 수는 아니지만 몇몇 사람들이 보였던 경포호와는 달리 맹방의 유채꽃밭은 나 혼자 독차지할 수 있었다. 비 오는 날씨와 시간 덕분에 벚꽃과 유채꽃의 조화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침의 한적한 유채꽃밭

유채꽃밭 가운데로는 길이 나있어 방문객들이 얼마든지 쪼그려 앉아 사진을 찍을 수 있었고, 벚꽃을 보고 싶으면 유채꽃밭을 벗어나 맹방 벚꽃길을 걸을 수 있었다. 봄꽃들이 지겨워질 때쯤이면 맹방해변으로 나가 바다에서 바람을 맞으며 파도소리도 들어보고, 송림 한가운데를 걸으면서 산책을 즐길 수도 있다. 봄에 찾는 맹방해변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수없이 많았고, 긴 시간 동안 여유롭게 걸으면서 봄의 기운을 만끽했다.

맹방벚꽃길. 좁은 길 양옆으로 벚꽃나무가 심겨져 있어 터널을 지나는 느낌이 든다.
오후의 맹방 유채꽃밭. 사람이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답다.

삼척의 가장 아름다운 봄꽃 명소는 맹방해변이지만, 멀리 가지 않아도 삼척의 봄을 느낄 수 있다. 삼척시내의 오십천과 봉황산 또한 벚꽃으로 뒤덮여 삼척시민들과 방문객들이 봄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진해만큼은 아니지만 삼척도 시내 곳곳에 벚꽃을 심어놨을 만큼, 벚꽃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봉황산을 오르면서 산 정상부가 전체로 뒤덮인 풍경도 처음 볼 수 있었고, 오십천을 따라 걸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 또한 벚꽃과 함께 할 수 있었다.

봉황산에서 본 벚꽃과 삼척시내
오십천을 따라 핀 아름다운 벚꽃들

주말 이틀 동안 즐긴 짧은 여행이었지만, 강릉과 삼척에서 느낀 경험은 일본에서 보낸 4일보다 훨씬 소중했다. 우리나라 벚꽃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느끼며, 굳이 먼 곳에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바로 이 자리에 존재한다는 말처럼 해외뿐 아니라 한국에서 즐기는 여행도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것을 증명한 이틀이었다.

삼척 오십천의 일몰


매거진의 이전글 부산의 과거를 품은 마을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