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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O Jul 17. 2017

여름에 열리는 한국의 락 페스티벌

무더위를 날려버릴 한국의 락 페스티벌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2017년은 5월까지 따뜻하고 선선한 기운이 오랫동안 유지되어 봄을 만끽할 수 있는 한 해였지만, 덥고 습해 짜증까지 유발하는 여름이 어느덧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은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 계절일 것이다. 수박을 원 없이 먹을 수 있으며, 전국의 해수욕장들이 일제히 개장을 하며, 학생들에겐 방학이 주어지고, 직장인들에겐 여름휴가가 주어진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유럽이나 미주,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으로 해외여행을 떠날 것이고, 제한된 시간으로 인하여 제주도를 포함한 국내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락(Rock)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름을 기다리는 이유는 전국 곳곳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락 페스티벌 때문일 것이다. 락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여름 주말에 열리는 락 페스티벌은 휴가를 떠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일상생활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좋은 피난처가 된다. 올해도 어김없이 다양한 락 페스티벌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으므로 해당 기간에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일정을 맞춰서 축제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한국에 살면서 3가지 락 페스티벌을 경험해봤는데, 각 페스티벌이 주제가 똑같아 비슷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각기 다른 장단점을 가지고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다. 나는 음악에 소질도 없고 관심이 많은 편도 아니라 락 페스티벌의 무대나 음향, 라인업에 대해선 언급할 자격이 없다. 단지 내가 느꼈던 락 페스티벌의 분위기와 특징, 락 페스티벌로 좋아하게 된 아티스트들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글을 쓸 뿐이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장소: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 달빛축제공원

장점: 저렴한 티켓 값에 화려한 라인업을 볼 수 있다

단점: 축제장의 위치와 교통의 불편함

2017년 축제 기간: 2017.8.11(금)~8.13(일)

입장권 가격: 3일권 (220,000원), 2일권 (토-일, 180,000원), 1일권 (토,일, 130,000원), 1일권(금, 90,000원) 선 예매 할인이 있으므로 미리 예매할수록 싸다.

라인업 정보: http://pentaportrock.com/

가장 먼저 참가한 락 페스티벌은 2014년에 인천에서 열렸던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1999년 인천에서 열린 Triport Rock Festival이 전신이며, 6년 동안 열리지 않다가 2006년 1회를 시작으로 매년 열리고 있다. 지산밸리 락 페스티벌과 달리 계속 인천에서 열리긴 했지만, 인천에선 적당한 부지를 찾지 못해 2013년 인천 송도에 페스티벌 전용 상설 무대가 세워지기 전까지 숱하게 장소를 옮긴 아픈 역사가 있다. 지산밸리 락 페스티벌의 뒤에 CJ라는 거대한 대기업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라인업은 지산에 밀릴 수밖에 없으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티켓값과 안정적인 라인업으로 여전히 대한민국 양대 락 페스티벌의 하나로 군림하고 있다. 한여름에 열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락 페스티벌은 비와 함께하는 축제가 되긴 하지만,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유독 비로 인해 장소가 뻘밭으로 변하는 수모를 많이 겪었다.

2014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라인업

2014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PENTAPORT STAGE, DREAM STAGE, MOONLIGHT STAGE, REGGAE STAGE로 나눠져 있었으며, STAGE 사이사이에 행사를 진행하는 부스와 먹거리를 구할 수 있는 상점들을 볼 수 있었다. 헤드라이너들을 비롯한 굵직한 밴드들은 메인 스테이지인 PENTAPORT STAGE에서 공연을 했으며, DREAM STAGE는 PENTAPORT STAGE 공연이 준비되는 시간 동안 공연이 진행되는 스테이지였다. MOONLIGHT STAGE는 인디밴드들을 위해 마련된 스테이지였으며, REGGAE STAGE에서는 거리 행진을 하면서 공연하는 밴드들이 관객들과 함께 즐기는 곳이었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입구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열리는 송도달빛축제공원은 결코 찾아가기 쉬운 곳이 아니다. 서울에서 가려면 1호선인 부평역까지 간 뒤 인천 1호선으로 갈아타 종점인 국제업무지구역까지 가야 한다. 서울 어디서 출발하더라도 2시간 이상 걸리는 엄청난 거리를 자랑하는데, 이런 교통의 불편함이 펜타포트의 가장 큰 단점인 것 같다. 지산밸리 락 페스티벌이 지산리조트에서 열리긴 하지만, 다양한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상대적으로 훨씬 다가가기 어렵게 느껴진다.

ARTISTS (INCHEON PENTAPORT ROCK FESTIVAL 2014)

덴파구미 (でんぱ組)
피해의식. 진정한 락 스피릿이 뭔지 보여준 그룹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처음 본 공연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DEMPAGUMI라는 그룹의 공연이었는데, 락보다는 일본 아이돌에 가까운 그룹이었고 일본 특유의 독특한 마니아층이 좋아할 만한 그룹이었다. 피해의식은 최근에 보기 힘든 헤비메탈 그룹으로 그들만의 독특한 음악을 보여주었다.

펜타포트의 메인 스테이지 PENTAPORT STAGE
막시모 파크 (Maximo Park)
LIZZY BORDEN. 헤비 메탈 밴드인데 난 영 적응이 안 됐다.

락 페스티벌의 가장 큰 장점은 국내에서 보기 힘든 외국 밴드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막시모 파크는 영국 신사 같은 복장을 입고 락앤롤을 공연하는 게 독특했으며, LIZZY BORDEN은 미국에서 온 헤비메탈 밴드로 '피해의식'만큼 기괴하고 강렬한 음악을 들려주었다.

Pia. 1998년 부산에서 결성된 뒤로 아직까지 활동하는 밴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2007년 이후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밴드

Pia는 서태지가 사랑한 밴드로 알려져 있으며, 1998년에 결성된 유서 깊은 밴드이다. 탑밴드2에서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실력이 있는 밴드이지만, 락 밴드 특성상 대중적으로 유명함을 얻지는 못 했다. 현재 6집까지 발매했으며, 2017년에 15주년 기념 앨범을 제작했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는 독특한 이름만큼이나 인디계에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스타일의 음악을 구축한 밴드다. 2007년에 1집을 발매했고 현재 3집까지 낸 상태이다.

Suicidal Tendencies
쏜애플

Suicidal Tendencies는 멤버들의 외모만큼이나 오래된 미국의 헤비메탈 밴드다. 무려 1980년에 결성된 밴드이며, 아직까지 에너지가 넘치는 공연을 보여주는 멋진 그룹이다. 쏜애플은 2009년에 결성된 밴드로 몽환적인 분위기의 노래가 인상적인 밴드였다.

데이브레이크
CROSSFAITH
이승환. 

보통 저녁시간에 가장 인기 많고 대중성 있는 가수나 밴드들이 등장하는데, 펜타포트의 첫 날도 마찬가지였다. 데이브레이크 같은 경우는 드럼이 없는 밴드지만, <꽃길만 걷게 해줄게>, <좋다>, <들었다 놨다> 등의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히트곡들을 내놨다. 크로스페이스는 일본에서 온 메탈코어 밴드로, 2014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로 국내 팬들에게 인지를 얻었다고 한다. 높아진 인기를 바탕으로 2017년에 단독 내한공연을 했을 만큼 참신한 사운드를 자랑한다. (특히 보컬의 목소리와 노래가 정말 독특하다) 이승환은 '라이브의 황제'라 불릴 정도로 공연에 있어선 타의 추정을 불허한다. 펜타포트에서 실제로 보니 65년생 가수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넘치는 에너지와 열정을 보여주었다. 가장 유명한 노래가 <천일동안>이기에 발라드 가수로만 알고 있었으나, 이승환은 락에 더욱 열정을 쏟고 있고 락이 이승환에게 더 잘 맞는 걸 느낄 수 있었던 날이었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둘째날. 멀어서 정말 찾아가기 힘들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라이프앤타임
MoonLight Stage
넘버원코리안

라이프 앤 타임은 기타, 베이스, 드럼만으로 연주하는 3인 밴드로, 멤버 수는 적어도 엄청난 에너지와 독특한 사운드를 보유하고 있는 밴드다. '라이프 앤 타임'이라는 이름은 우주에 대한 BBC의 다큐멘터리에서 따왔다고 하며, 발표된 노래 제목들도 자연물이 소재인 것들이 많다. <호랑이>, <대양>등의 노래는 라이프 앤 타임만의 느낌이 실린 독특한 노래들이며, 멤버들의 연주 실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장미여관
솔루션스

장미여관은 외모와 이름에서 풍기는 독특함때문에 이미 알고 있었던 밴드지만, 실제 노래를 듣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가사가 전부 부산 사투리로 이루어져 있어서 왠지 친숙했으며, 노래는 쉽게 접하기 힘든 보사노바풍의 리듬으로 조용하고 중후한 느낌을 주었다. 솔루션스는 영어명인 Solution의 의미 그대로 가요계의 해답이 되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진 밴드지만, 현재는 멤버들 중 박솔과 나루의 뒷 글자 하나씩을 따서 부른다고 한다. 노래 가사 대부분이 영어라는 것이 특이하며, 경쾌하고 미래지향적인 사운드가 매력이 있는 그룹이다.

디어클라우드
THE INSPECTOR CLUZO

디어클라우드는 보컬인 나인의 중성적인 외모와 허스키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밴드다. 유희열, 루시드 폴의 지지를 받으며 2007년에 데뷔하였으며,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그룹이다. 여성이 보컬인 락밴드는 처음 봤는데, 노래 자체가 듣기 편하고 락인데도 은은하고 감상적인 느낌을 주었다. INSPECTOR CLUZO는 상대적으로 보기 힘든 프랑스 펑키 록밴드였다. 영국 출신 락밴드는 오아시스, 콜드플레이 등 유명한 그룹이 꽤 많지만 프랑스 출신은 처음 접해보는 거라 뭔가 신기했다. 베이스 없이 드럼과 기타만으로 구성된 그룹이고, 정장 차림과 달리 노래는 굉장히 요란하다.

REGGE STAGE
BOYS LIKE GIRLS
PEPPERTONES

BOYS LIKE GIRLS는 미국에서 2005년 결성된 밴드이다. 밴드명은 못 들어봤어도 <The Great Escape>이라는 곡은 모두가 한 번쯤 들어봤을 만큼 유명한 노래다. 결성한 지 오래되었으나 아직까지 낸 앨범은 3개에 불과하지만, 수록된 곡들이 빌보드에서도 꽤 인기를 끌었을 만큼 버릴 곡이 없다고 한다. 메인 보컬인 마틴 존슨이 작곡, 작사에 참여한 곡들도 많으며, 에이브릴 라빈의 프로듀싱에도 참여한 적이 있을 정도로 작곡 실력도 뛰어나다고 한다. 당시엔 처음 보는 그룹이라 생각했지만, <The Great Escape>을 듣고 "아 그 노래를 부른 밴드구나"라고 생각하며 집에 와서 여러 번 들었다. 페퍼톤스는 신재평(기타)과 이장원(베이스)이 중심이 된 밴드로, 경쾌한 분위기의 음악이 정말 매력적이다. 정규 5집 외에도 다양한 음반에 참여했으며, <공원여행>, <행운을 빌어요> 등의 노래는 정말 경쾌해서 듣는 동안 우울한 기분이 다 날아갈 듯한 느낌이 들었다.

IDIOTAPE
THE HORRORS

IDIOTAPE은 2008년에 결성된 일렉트로니카 밴드로, DGURU, ZEZE, DR으로 구성되어 있다. 록 페스티벌에서 일렉트로니카를 듣는 건 처음이었고 일렉트로니카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서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IDIOTAPE의 독창적인 멜로디를 들어보니 생각이 확 달라졌다. 멘트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공연에만 집중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THE HORRORS는 영국 런던에서 온 밴드로 영국 인디 록의 한 장르인 '슈게이징'사운드로 호평을 받고 있는 밴드이다. 최고 명곡은 <Sea Within A Sea>로 몽환적인 슈게이징 사운드가 특징이다.

KASABIAN

2014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던 밴드 중 하나가 카사비안(KASABIAN)이었을 것이다. 영국 레스터에서 1999년 결성된 밴드로, 드럼, 베이스, 보컬, 기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개러지 록을 바탕으로 하는 음악을 추구한다. 가장 유명한 곡은 <Fire>로, 2010년부터 3년간 프리미어리그의 주제곡으로 쓰였다. 카사비안을 펜타포트에서 처음 보고 앨범도 구입해서 한참 동안 들었을 정도로 좋아하는 영국 밴드 중 하나이다. 그 외 들어볼 만한 곡으로는 <Goodbye Kiss>, <Empire> 등이 있다.

MOONLIGHT STAGE
스컬앤하하
킹스턴루디스카

세 번째 날 오후는 스컬앤하하와 킹스턴루디스카의 공연이 열렸다. 스컬은 무한도전에서 <바보에게 바보가>를 불러서 인지도를 높인 레게 힙합가수로 머리 스타일만 봐도 무슨 장르의 음악을 하는지 대강 짐작이 갔다. 킹스턴 루디스카는 2004년에 결성된 밴드로,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 같은 악기 외에 트럼펫, 트롬본, 색소폰 같은 악기도 포함된 독특한 그룹이다. 재즈에서 볼 수 있는 악기들을 락페에서 볼 수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들의 특별함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해리빅버튼
로맨틱펀치

해리빅버튼은 이름과 다르게 3인으로 구성된 한국의 하드록밴드이다. 탑밴드2에 장미여관과 함께 출연해서 알려졌으며, 2017년에 2집을 발매했다. 로맨틱펀치는 내가 펜타포트에서 본 밴드 중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본 밴드로, 보컬의 화려한 퍼포먼스와 신나는 음악이 인상적이다. 보컬인 배인혁은 마른 몸에서 어떻게 저런 에너지가 나오는지 신기할 정도다. 온갖 퍼포먼스는 다 보여주면서 공연 중 노래는 수준급으로 잘하는 데다, 노래 스타일도 경쾌하고 신나서 가끔 우울할 때 로맨틱펀치의 음악을 자주 들었다. <몽유병>, <토요일 밤이 좋아>, <눈치재줄래요>같은 노래는 정말 좋아하지 않으래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노래들이다. 2017년 발매된 <Moonwalk in Kyoto>도 정말 좋은 노래다.

SCANDAL


PENTAPORT STAGE. 마지막날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불독맨션

SCANDAL은 일본을 대표하는 걸즈 밴드로, 2006년 오사카에서 결성되었다. 일본 공연의 성지인 데뷔 후 최단기간에 부도칸에서 공연을 개최한 걸즈 밴드라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결성된 지 오래된 밴드이긴 하나 맏언니이자 리더인 하루나가 1988년생일 정도로 일찍부터 음악활동을 했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온 뒤로 우연히 본 사람들도 파워풀한 연주와 출중한 외모 때문에 팬이 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불독맨션은 2000년 데뷔했다가 2004년에 해체한 뒤 2013년에 재결성한 특이한 밴드다. 보컬인 이한철은 개인 활동도 왕성하게 하는 싱어송라이터로  최근에도 많은 앨범을 냈다.

어반자카파
TRAVIS.

어반자카파는 록 페스티벌이랑은 뭔가 어울리지 않는 혼성 보컬 그룹이다. 멤버 3명 모두 인천 출신이라 펜타포트에서 특별히 초청했을 가능성도 있다. 보컬 그룹답게 3명 모두 라이브 실력이 뛰어나고, 특히 여성 보컬인 조현아의 폭발적인 가창력이 돋보인다. <커피를 마시고>로 데뷔했으며, <널 사랑하지 않아>는 가온 차트 월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곡이다. TRAVIS는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의 얼터너티브 록밴드로, 록 밴드면서도 콜드플레이처럼 서정적인 노래를 부른다. 한국에 워낙 자주 와서인지 락페에 참여해 본 사람들 중 TRAVIS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전성기는 브릿팝이 인기가 있던 데뷔초였으며, 현재도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인기는 그때만큼 못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콜드플레이나 넬처럼 밴드이면서도 서정적인 노래를 부르는 그룹을 선호하기 때문에, TRAVIS의 노래도 가끔씩 찾아들었다. <Closer>가 Travis의 가장 인기 있는 노래 중 하나이다.


지산 밸리 락 페스티벌

장소: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

장점: Mnet(CJ)가 뒤에 있는 만큼 넉넉한 지원에 엄청난 라인업을 자랑한다. 셔틀버스 운행으로 찾아가기 편하다.

단점: 티켓 가격이 비싸다.

축제 기간: 2017.7.28(금)~7.30(일)

입장권 가격: 3일권 (260,000원), 1일권 (150,000원). 선예매할수록 가격이 싸니 미리 예매하는 편이 좋다.

라인업 정보: http://valleyrockfestival.mnet.com/2017/index.asp

지산밸리 락 페스티벌 (지산밸리 락 뮤직 앤 아츠 페스티벌)은 펜타포트의 후발주자로 록 페스티벌을 열기 시작했지만, Mnet이 뒤에 있는 만큼 사기적인 라인업으로 국내 최고의 락 페스티벌이 되었다. 2009년에 처음 개최되었으며 2013년~2015년 3년 동안 안산시 대부도에서 안산 밸리 락 페스티벌로 열렸으나, 운영 미숙, 열악한 환경 등으로 나쁜 평가를 받으며 2016년에 다시 지산리조트로 돌아와 열리게 되었다. 지산리조트가 스키 리조트로는 안 좋은 평가를 받지만, 록 페스티벌이 열리기에 정말 좋은 점은 숙박시설과 편의시설이 완비되어 있으며 먹거리 부스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산리조트라 찾아가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서울역, 양재역, 기흥역, 이천터미널로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펜타포트에 비해 참여하는 게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라인업만 보면 펜타포트를 압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어떻게 데리고 왔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단한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니 락페 중 하나만 참가하고 싶다면 당연히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을 선택해야 한다.

지산밸리록뮤직앤아츠페스티벌의 팔찌 배부처
셔틀버스 운행장
2016 지산밸리록뮤직앤아츠페스티벌 시간표

2016년 당시 행사장은 BIGTOP STAGE, GREEN/RED STAGE, TUNE UP STAGE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헤드라이너를 비롯한 굵직한 아티스트들이 서는 곳은 메인 스테이지인 BIGTOP STAGE였다. GREEN/RED STAGE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였지만, 유명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보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TUNE UP STAGE는 인디밴드들을 위한 소규모 공연장으로 BIGTOP STAGE 뒤편 언덕을 타고 올라가면 볼 수 있었다. 부스들이 축제장처럼 일렬로 서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으며, CAMPING ZONE을 만들어 놓아 무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잘 수도 있었다. ART VALLEY나 ART FOREST를 통해 예술작품들을 설치해서 눈도 심심하지 않게 만들어 주었다. (CJ란 대기업이 있으니 규모 자체가 다르다...)

2016 지산밸리록뮤직앤아츠페스티벌 지도
BIGTOP STAGE
곳곳에 다양한 부스가 열린다.
지산리조트 또는 텐트장에서 숙박이 가능하다.
ART VALLEY

ARTISTS (JISAN VALLERY ROCK FESTIVAL 2016)

TEGAN AND SARA
이소라

지산밸리 락 페스티벌에서 처음 만난 밴드는 TEGAN AND SARA였다. 캐나다에서 온 2인조 여성 밴드로, 일란성쌍둥이인 Tegan Quin과 Sara Quin으로 구성되어 있다. 1999년에 데뷔를 한 후, 8장의 정규 앨범을 발매할 정도로 인기 있는 그룹이다. <Boyfriend> 같은 노래에서 들을 수 있듯이 발랄한 느낌의 노래가 인상적이다. 이소라는 한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여성 가수이다. 현재 8집까지 발매했으며, 자기 앨범의 프로듀싱에 작사로 참여한다. 발라드로 유명한 이소라지만, 이소라 본인이 락을 좋아해 가장 최근에 발매한 8집은 얼터너티브 록 위주로 앨범을 구성했고, 락밴드들과의 교류도 활발하다고 한다. 평소에 이소라의 노래를 즐겨 듣진 않지만, 감성표현에 뛰어난 이소라의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지산밸리락페스티벌의 입구
RED HOT CHILI PEPPERS

첫째 날의 헤드라이너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 (RED HOT CHILI PEPPERS)였다. 198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처음 결성되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밴드로, 2012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오를 정도로 록 음악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밴드이다. 당시 레드 핫 칠리 페퍼스를 기다리던 많은 한국 팬들이 내한한다는 소식에 지산리조트를 방문했으며, 그들의 퍼포먼스에 열광하였다. 대표곡은 <Can't Stop>이며 다른 유명한 노래들도 많지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곡들이 아니라 애써 찾아 듣지는 않았다.

TUNE UP STAGE
노라조 메탈

헤드라이너인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공연이 끝난 뒤 RED STAGE에서 많은 아티스트들이 뒤를 이어 공연했는데, 가장 눈에 띄는 밴드는 노라조였다. 노라조는 예전부터 노랫말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될 그룹으로 유명했는데, 그들의 실력은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멤버인 이혁과 조빈은 데뷔 이후로 단 한 번도 립싱크를 한 적이 없는 미친 가창력의 소유자로 특이한 컨셉 뒤에 숨겨져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뿐이다. <카레> 같은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왜 그들의 실력이 묻혔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컨셉이 기괴하다.

ART VALLEY 전경
ART FOREST라는 이색적인 장소도 준비했다.
신현희와 김루트
정진운 밴드

둘 째날에 처음 본 밴드는 신현희와 김루트다. 신현희는 대구, 김루트는 경북 칠곡 출신으로 사투리 쓰는 걸 절대 부끄러워하거나 숨기려 하지 않는다. 밴드를 소개할 때부터 '기똥찬 오리엔탈 명랑 어쿠스틱 듀오'라고 말하며 비범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2013년에 활동을 시작했고 2017년 이전엔 인디밴드로서 알만한 사람들만 노래를 들었으나, 2017년에 <오빠야>가 역주행을 하기 시작해 멜론 차트 25위까지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독특한 컨셉과 발랄한 노래가 인상적인 밴드로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정진운은 2AM 출신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밴드를 결성할 정도로 락을 좋아한다. 노래나 공연이 특별하진 않았지만, 아이돌 출신임에도 다양한 음악활동을 하며 노력하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TROYE SIVAN
장기하와 얼굴들

트로이 시반(TROYE SIVAN)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유대인으로 2살 때 호주로 이민 와서 활동하는 가수다. 락페에 참여하기 전엔 몰랐는데, 한국에도 엄청난 팬을 보유하고 있는 것 같았다. GREEN STAGE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트로이 시반 플래카드를 들고 기다리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잘생긴 외모의 미소년이 노래도 잘하니 인기가 없을 리가 없다. <Youth>나 <Wild> 같은 몇몇 곡들은 락페가 끝난 뒤에도 즐겨 들었던 곡들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인디밴드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며, 장기하 특유의 창법과 독특한 가사가 인상적인 그룹이다. 2016년 4집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를 발매해 앨범에 수록된 신곡들을 많이 불렀으며, 타이틀곡인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 외에도 <ㅋ>, <빠지기는 빠지더라>와 같은 노래들은 장기하와 얼굴들 특유의 가사가 돋보이는 노래들이었다.

김창완 with 김창완밴드

김창완은 한 때 내가 배우인 줄만 알았던 아티스트다. 한국 대중 음악계의 산 증인으로서 산울림을 결성했으며, 이후 김창완밴드를 결성하여 음악계에서도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천재 가수다. 산울림의 노래는 하나같이 명곡이며, <너의 의미> 같은 곡은 아이유가 다시 부를 정도로 유명한 곡이다. 김조한이나 거미 같은 후배 가수들이 게스트로 와서 김창완과 함께 노래를 불렀으며, 1시간 동안 BIGTOP STAGE를 열광시켰다.

SEKAI NO OWARI

세카이노 오와리 (世界の終わり, SEKAI NO OWARI)

지산 록 페스티벌에 참여하며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세카이노 오와리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록 페스티벌에서 일본 밴드를 접하긴 쉽지 않아, 실제로 세카이노 오와리가 등장하자마자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일본 출신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밴드 구성부터 드럼과 베이스 대신 DJ가 포함된 황당한 구성이었다. 무슨 조합이 이럴까 하면서 공연을 보기 시작했는데, 보컬 후카세만의 독특한 음색과 노래 스타일에 푹 빠져버렸다. 락페에서 부른 몇몇 곡들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자주 듣는 노래이며, 세카이노 오와리의 앨범들도 직접 사서 모을 정도로 애정이 가는 밴드다. 예전 X-JAPAN 이후로 유럽이나 미국 음악에 비해 국내에서의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진 일본 음악계에서 한국 팬층 다수를 형성한 밴드지만, 2012년 지산 록 페스티벌에선 인지도가 없어서 많은 사람들이 외면한 아픈 경험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한 애정이 많아, 2016년 지산 락페에서 2017년엔 한국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고 싶다고 말했고 결국 2017년 2월 18일 블루스퀘어 삼성카드 홀에 서서 내한공연을 열어 그 약속을 지켰다. 세카이노 오와리라는 이름의 유래와 그들의 성공 스토리를 보는 것도 재미있는데, '세상의 끝'이란 밴드명은 보컬인 Fukase가 정신병으로 고생하고 치료받던 시절, "여기까지 떨어졌으면 뭐든지 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해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인디밴드로 시작했음에도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으며, 데뷔 3개월 만에 '부도칸' (메이저에 진입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고 전 좌석을 매진시켰다. 2012년 이후 발매한 모든 싱글이 오리콘 차트 1위에 오르고, 일본 최대 공연장인 닛산 스타디움 14만 석 전석을 매진시킬 정도로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끄는 밴드다. 결국 세상의 끝까지 간 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열도를 제패한 밴드라고 할 수 있겠다. 멤버는 보컬(후카세), 기타(나카진), 키보드(사오리), DJ(DJ LOVE) 총 4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DJ LOVE는 항상 가면을 쓰고 다니기 때문에 얼굴이 공개된 적이 한 번도 없다. 세카이노 오와리의 메인 보컬인 후카세가 당시 머리를 넘기고 선글라스를 쓰고 등장해 나이가 30대 후반처럼 보였는데, 실제론 1985년생으로 동안인 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후카세뿐 아니라 나카진, 사오리도 훈훈한 외모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듯했다. <Dragon Night>, <RPG>, <炎と森のカーニバル> 같은 노래들은 당시 공연에서 처음 듣고 바로 반해버려 즐겨 찾는 곡들에 바로 추가시켰으며, 2016년에 발매한 <Hey Ho>도 세카이노 오와리 특유의 음악적 감성이 잘 묻어나 있다.

ZEDD

ZEDD는 독일에서 자란 러시아계 독일인으로 하우스 음악을 작곡하는 아티스트다. 둘째 날의 헤드라이너로 등장했으나, 일렉트로닉 음악에 무지한 나로선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ZEDD의 Top 10 곡들을 들어보니, 그의 음악적 재능이 얼마나 뛰어난지 깨닫게 되었다. (당시에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지 몰랐던 것이 후회된다.) <Clarity>, <Push Play>, <Break free> 같은 노래는 한 번쯤 들어볼 만한 훌륭한 곡들이다.

지코
쇼미더머니X언프리티랩스타

ZEDD의 공연이 끝난 뒤 RED STAGE는 힙합 공연장으로 변했다. 지코, 딘, 쇼미더머니 출연자, 언프리티랩스타 출연자들이 와서 공연했으며, 방송으로만 볼 수 있던 힙합스타들을 바로 앞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지코는 블락비 출신의 아이돌이라 그의 음악적 재능이 과소평가될 수 있지만, 그는 잘생긴 외모와 더불어 뛰어난 재능뿐 아니라 노력 또한 멈추지 않는 천재적 아티스트다. 공연 때 보여주는 퍼포먼스뿐 아니라 프로듀싱 능력도 뛰어나 블락비의 거의 모든 곡에 참여하는 천재성을 보여주었다. 지코의 공연을 보며 그의 뛰어난 능력에 다시 한번 감탄할 수 있었다.

혁오
장범준

마지막 날은 국내 밴드인 혁오와 장범준의 공연을 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혁오는 2014년에 데뷔한 뒤 무한도전 출연으로 단기간에 인지도를 급상승시킨 밴드다. 그들이 무한도전의 혜택을 입긴 했지만 음악성을 폄하할 수 없는 것이, 혁오의 노래 자체가 그들만의 개성을 강하게 담고 있으며, 보컬인 오혁의 독특한 음색과 창법이 성공의 밑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응답하라 1988의 삽입곡인 <소녀> 외에도 <와리가리> 등의 명곡들이 있다. 장범준은 버스커 버스커로 슈퍼스타K3에 출연했으며, 현 가요계 최고의 싱어송라이터로 군림하고 있다. <벚꽃엔딩>, <여수 밤바다>, <처음엔 사랑이란 게> 등의 명곡들을 작곡했으며, 내는 노래마다 음원 차트를 휩쓸고, 앨범을 내자마자 매진이 되어 중고나라에 거래가의 3~4배로 팔리는 등의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mp3로만 듣던 그의 노래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지산락페가 나에게 선사한 큰 선물 중의 하나였다.

BIFFY CLYRO
TRAVIS

비피 클라이로 (BIFFY CLYRO)는 트래비스와 마찬가지로 스코틀랜드에서 온 뮤지션으로, 한국에선 그다지 유명하지 않지만 영국 앨범 차트 TOP 5에 올린 앨범이 4개나 있을 정도로 실력 있는 밴드이다. 얼터너티브 록 밴드로 <Black Chandelier>, <Biblical> 같은 곡들을 들려주었다. 트래비스 (TRAVIS)는 한국에 워낙 자주 찾아와서 2014 펜타포트에 이어 2016 지산 락페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 처음 봤을 때보다 훨씬 감흥이 덜 했다. 

DISCLOSURE

마지막 날의 헤드라이너는 디스클로저(DISCLOSURE)로 제드처럼 일렉트로니카를 보여주는 형제 듀오다. 영국에서 왔으며 여러 장르를 섞어놓은 음악으로 국내에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밴드다. 디스클로저는 음악 장르가 일렉트로니카임에도 전자드럼을 이용하거나 기타와 베이스 연주를 추가하는 등 연주에도 능한 모습을 보여준다. 지산락페에서도 멤버인 가이와 하워드의 라이브 연주를 보여주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Omen>, <When A Fire Starts To Burn>, <Latch>등의 명곡들이 있다.


부산 락 페스티벌

장소: 부산광역시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장점: 무료로 국내 유명한 락밴드를 볼 수 있다.

단점: 무료인 만큼 해외 유명한 아티스트들을 볼 수는 없다. 부족한 편의시설.

축제 기간: 2017.8.11(금)~8.13(일)

입장권 가격: 무료

라인업 정보: http://www.bfo.or.kr/FESTIVAL_ROCK/info/03.asp

부산 락 페스티벌은 특이하게 8월 말에 열리므로, 록 페스티벌 마니아들은 양대 록 페스티벌이 끝나고 부산으로 가 다시 한번 락 스피릿을 느낄 수 있다. 사상구의 삼락생태공원에서 열리기 때문에,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교통의 편의성이 좋다. 라인업을 보면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실망할 수 있지만, 국내 유명 인디밴드들을 무료로 볼 수 있는 점은 큰 장점이다.

2016 부산 락 페스티벌 입구
RISING STAGE
2016 부산 락페스티벌 시간표

부산 락 페스티벌도 크게 세 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메인 스테이지는 SAMROCK STAGE고, 서브 스테이지는 GREEN STAGE이다. 젊은 인디밴드들을 위해 RISING STAGE를 준비해 놓은 것이 눈에 띈다. 스테이지끼리 거리가 가까운 것이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는데, 관객들이 이동하기는 쉽지만 스테이지의 공연시간이 겹치기 때문에 사운드가 믹스되어 들리는 경우가 있다. (그래도 무료라 큰 단점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은 관객수에서 올 수밖에 없는 편의시설과 먹거리의 부족은 부산 락 페스티벌이 안고 갈 수밖에 없는 큰 숙제이다.

ARTISTS (2016 BUSAN ROCK FESTIVAL)

서포케이티드 (SUFFOCATED)
드림 스피릿 (DREAM SPIRIT)

첫날은 서포케이티드나 드림 스피릿같은 중국 출신의 밴드들의 공연을 볼 수 있었는데, 폐쇄적인 중국의 환경 때문인지 전통 락을 고수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주체 못 하는 에너지와 넘치는 열정은 관객들의 흥을 돋우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내귀에 도청장치

첫째 날에 내게 가장 기억에 남았던 밴드는 내 귀에 도청장치이다. '내 귀에 도청장치'라는 밴드 이름은 1988년 MBC 뉴스데스크에서 일어난 방송사고에서 따왔으며, 얼터너티브 록을 하는 4인조 인디밴드이다. 현재 5집까지 발매한 상황이며, 보컬인 이혁은 물리치료사 일도 겸하고 있는 독특한 이력이 있다. 2016년 부산 록 페스티벌에서는 날개를 입은 의상을 입고 등장해 많은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이상한 밴드명과 의상과 달리 노래는 굉장히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가사를 담고 있다. 노래와 연주 실력도 상당한 수준이라 공연을 보는 내내 눈과 귀가 즐거웠다. <E-Mail>, <Cry>, <구슬> 같은 곡들은 꼭 한 번 들으라고 추천해주는 노래들이다.

라이프 앤 타임

라이프 앤 타임은 3년 만에 다시 볼 수 있었는데, 여전히 뛰어난 연주 실력과 무대매너로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라이프 앤 타임의 기타와 베이스 연주는 음악에 무지한 나조차도 뛰어나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크리스탈 레이크. 일본에서 온 메탈코어 밴드다.
칵스 (The Koxx)
임펠리테리 (Impellitteri)

임펠리테리는 1987년 미국 LA에서 결성된 헤비메탈 밴드로 빠르고 화려한 기타 속주가 특징이다. 밴드명은 기타리스트인 크리스 임펠리테리에서 따왔으며, 임펠리테리의 기타 실력은 입이 벌어질 정도로 대단하다. 2016년 부산 록 페스티벌에서 방한함으로써 그들의 노래를 좋아하던 한국 팬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넬 (Nell)

둘째 날의 마지막 공연은 넬이 맡았다. 넬은 1999년에 결성된 밴드로, 록밴드지만 감성적인 곡을 즐겨 부르는 모던 락을 추구한다. 밴드의 전곡은 보컬인 김종완이 작곡/작사하며 섬세하고 감성적인 반주와 우울한 가사가 특징이다. 넬의 팬층은 두텁지만, 방송 출연을 거의 안 하는 관계로 <기억을 걷는 시간> 외에 널리 알려진 곡이 없다. 방송으로 보기 힘들기 때문에 부산 락 페스티벌을 통해 실제로 넬을 본 것은 소중하고 잊을 수 없는 경험 중 하나였다. <기억을 걷는 시간>, <Fantasy>, <Stay> 같은 넬 특유의 감성이 담겨있는 노래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은 정말 황홀했다. 부산 록 페스티벌 직전에 발매한 7집 정규앨범의 타이틀곡인 <Dream Catcher>는 지금까지 넬과는 다른 분위기의 곡을 보여주니 한 번 찾아서 들을 만하다.

마지막날엔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로모소닉 (Lomosonic)
GREEDY BLACK HOLE.

셋째 날엔 태국 밴드인 '로모소닉'과 대만 밴드인 'GREEDY BLACK HOLE'를 볼 수 있었다. 아시아의 유명하지 않은 외국 밴드들을 볼 수 있는 것도 부산 락 페스티벌의 큰 특징 중 하나였다. 아시아 출신 밴드들의 열정적인 퍼포먼스를 보면서 그들의 노래를 듣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되었다.

로맨틱펀치 (Romantic Punch)
데이브레이크 (Daybreak)

마지막 날의 대미는 로맨틱펀치와 데이브레이크가 장식했다. 로맨틱펀치와 데이브레이크 모두 펜타포트에서 본 뒤 3년이 지나 다시 한번 공연을 볼 수 있었는데, 비가 오는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관객들을 위해 열정적인 모습으로 노래를 들려주었다. 부산 락 페스티벌은 국내 최고의 인기를 달리는 인디밴드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락 페스티벌의 매력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 장르는 뉴에이지다. 조용하고 은은한 선율의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는 것은 내가 가장 선호하는 여가활동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락 페스티벌에 가 본 것은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하고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였다. 여행도 명소 여행, 문화·체험 여행, 맛집 여행 등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음악은 이보다 훨씬 넓은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록 페스티벌에 가 본 뒤로, 락에 대해 어렴풋이 알 수 있게 되었으며 락 안에서도 다양한 장르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전통적인 락만 생각하고 별 기대를 하지 않고 갔지만, 얼터너티브 락, 모던 락 등 다양한 종류의 락들은 내 입맛에 맞는 음악이었으며 이때 들은 몇몇 곡들은 아직도 내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으며 즐겨 찾는 노래들이 되었다. 특히, 락 페스티벌에서 만난 세카이노 오와리와 트로이 시반, 로맨틱 펀치, 넬은 밴드에 관심 없는 나조차도 좋아하는 밴드가 되었다. 락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하루쯤 시간을 내어 아티스트들을 가까이서 보는 것도 여름을 보내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에 나가 뮤지션들을 가까이서 보는 것도 좋고, 돗자리를 깔고 잔디밭에 누워서 음악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누가 알겠는가. 나에게 세카이노오와리가 그랬던 것처럼, 좋아하게 될 밴드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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