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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O Sep 17. 2017

아와오도리(阿波踊り)의 도시,
도쿠시마(徳島)

일본 최대의 축제, 아와오도리(阿波踊り)

도쿠시마(徳島)는 시코쿠(四国)의 4개현 중 하나인 도쿠시마현(徳島県)의 현청 소재지인 도시이다. 시코쿠 섬 자체가 일본에서도 변두리 지역에 속해있는 데다, 시코쿠 88개 사찰순례로 상징되는 불교 역사를 제외하곤 일본 역사에서도 항상 소외받은 섬이라 자연관광 외에는 크게 내세울 것이 없다. 도쿠시마 시도 시코쿠에 위치한 도시답게 관광으로 크게 내세울 것이 없다. 아와오도리 회관과 도쿠시마시 전경이 펼쳐지는 비잔(眉山)을 보고 나면 뭘 해야 할지 난감하다. 하지만 도쿠시마시에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찾아오는 시기가 있는데, 이 기간이 바로 아와오도리(阿波踊り)가 열리는 8월 중순이다.

아와오도리는 일본의 불교 전통 중 하나인 본 오도리(盆踊り)에서 파생된 춤이다. 일본에선 음력 7월 15일 정도에 오본(お盆)이라는 불교 전통의식을 행해왔는데, 이 시기에 조상들의 영혼이 지상으로 내려와 원래 살던 곳의 물건들과 조상들이 묻힌 무덤에 머문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조상들을 기리기 위해 일본 각지의 사람들은 자기 지역에 맞게 변형된 본 오도리(盆踊り)를 추면서 오본(お盆) 기간을 보냈다. 5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오본(お盆)이지만 메이지 유신으로 인해 음력이 폐기된 후, 일본 전역에서 오본(お盆) 전통을 지키는 시기 또한 달라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들이 여름에 해당하는 7,8월에 오본(お盆)을 지내며, 본 오도리(盆踊り)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아와오도리(阿波踊り)다. 아와오도리가 가장 유명해진 데는 시코쿠가 일본에서 지닌 상징성, 즉 불교 성지라는 의미가 클 것이다.

아와오도리의 특징은 남녀 간의 역할이 확실히 구분되어 있는 것이다. 여성은 토리오이가사(鳥追い笠)라는 반원 모양의 모자를 쓴 채 팔을 위로 들고 춤을 추는 반면, 남성은 반 웅크린 자세에서 역동적으로 춤을 춘다. 아와오도리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을 렌(連, ren)이라 하며, 일본 전역에 수천 개의 렌이 존재하여 각자의 특색을 갖추고 아와오도리를 보존하고 있다. 아와오도리에서 사용되는 악기는 나리모노(鳴り物, Narimono)로, 사찰에서 법회·제례·기타 의식에 사용되는 종이나 북 및 기타 악기 일반을 가리킨다. fue(笛), shime-daiko(締め太鼓), tsuzumi(鼓), shamisen(三味線), odaiko(太鼓), kane(鉦)가 대표적인 나리모노 악기이며, 이 악기들을 연주하는 사람들이 렌의 앞 혹은 뒤에 위치하여 아와오도리의 선율을 만들어낸다.


도쿠시마의 비극

도쿠시마(徳島)에서 아와오도리를 보기 위해 8월 12일~8월 14일 총 3일의 기간을 사용하기로 했다. 세 달 전에 숙소를 찾아봤으나 시내에 위치한 호텔과 게스트하우스들이 여행사에 의해 예약이 다 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에어비엔비를 사용해 숙소를 찾았다. 시내와 상당한 거리가 있지만, 하루에 4000엔 정도의 가격에 3일 동안 묵을 수 있는 숙소를 찾아 3달 전에 예약을 했다. 호스트도 여행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머나먼 타지에서 온 사람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살펴줄 것이라 안심하고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다카마쓰에서 도쿠시마로 가는 기차에 올라탄 1시간 30분 동안의 시간은 나에게 다시는 기억하기 싫은 최악의 시간으로 남아있다. 에어비엔비 호스트에 메시지를 보내도 아무 답변이 없었고, 30분 뒤엔 통화를 시도했으나 받을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결국 도쿠시마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고, 3일 동안 노숙을 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오기 전까지 있었던 일들은 내 책임이 컸지만, 이 일엔 내가 잘못한 게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3달의 기간 동안 내가 호스트에 단 한 번의 연락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 일반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와 달리 전문적인 숙박영업이 아니기 때문에 호스트와 지속적인 연락을 통해 숙박을 할 수 있는지 체크하고 여행을 떠나는 것이 에어비엔비를 이용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도쿠시마역(徳島駅). 도쿠시마에 도착했을 당시 내 기분은 최악이었다.
도쿠시마역 출구. 아와오도리를 맞아 정말 많은 사람들이 도쿠시마를 방문했다.

아와오도리를 보고 나면 묵을 수 있는 숙소가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숙소에 들리지도 못한 채 아와오도리를 보기 위한 준비를 했다. 아와오도리 정보 센터는 도쿠시마 역 남쪽 출구를 나와 왼쪽을 향하면 찾을 수 있다. 정보 센터에서 아와오도리가 열리는 곳을 표기한 지도를 얻을 수 있고, 아와오도리를 볼 수 있는 시간을 확인할 수도 있다. 정보 센터에는 아와오도리 당일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부스도 있는데, 좌석은 총 4종류로 S석, A석, B석, C석으로 나뉘어있다. 일본의 여름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덥기 때문에 메인 축제가 열리는 시간도 저녁이지만, 그 외 시간에도 시내 곳곳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을 찾을 수 있고 실내 공연도 열리기 때문에 언제나 아와오도리를 볼 수 있다.

아와오도리 안내서

아와오도리(阿波踊り, 2017.8.12~2017.8.15)

메인 공연 (시청 앞(市役所前, Shiyakuso-mae), 아이바하마(藍場浜, Aibahama), 곤야마치(紺屋町, Konyamachi), 미나미우치마치(南内町,Minami-Uchimachi))

공연시간 - 1차 18:00~20:00, 2차 20:30~22:30

S석 - ¥2,000 (당일 구매 ¥2,200)

A석 - ¥1,800 (당일 구매 ¥2,000)

B석 - ¥1,600 (당일 구매 ¥1,800)

C석 - ¥900 (당일 구매 ¥1,100)

메인 공연 (료고쿠혼초(両国本町, Ryogoku-Honcho), 신마치바시(新町橋, Shinmachibashi))

공연시간 - 1차 18:00~20:00, 2차 20:30~22:30

무료

거리공연 (아미코, Amico 2F outside stage)

공연시간 - 14:00~18:00

무료

실내공연 (아와긴 홀, Awagin Hall, 徳島県庁 郷土文化会館)

공연시간 - 11:00, 13:30, 16:00

지정석 - ¥2,000 (당일 구매 ¥2,200)

자유석 - ¥1,400 (당일 구매 ¥1,600)

실내공연 (아와오도리 회관, Awaodori Kaikan, 阿波おどり会館)

공연시간 - 11:00, 13:00, 15:00

자유석 - ¥1,000

실내공연 (아미코, Amico 4F Civic Center Hall)

공연시간 - 13:00~17:00

무료

거리공연 (NHK first floor for the desk)

공연시간 - 12:30~17:00

무료

실내공연 (도쿠시마 성 박물관, Tokushima Castle Museum, 徳島市立徳島城博物館)

공연시간 - 11:30, 13:30

자유석 - ¥300

아와오도리가 열리는 도쿠시마 시내. 대부분의 지역이 저녁이 되면 보행자 전용으로 통제된다. 주황색은 유료, 녹색은 무료 관람지역이다.

아와오도리는 저녁 6시부터 10시 30분까지 열리는 메인 공연과 그 외 낮시간에 열리는 공연들로 이루어져 있다. 총 6곳의 거리가 교통이 통제되며, 관객들은 지정된 좌석에 앉아 수십 개의 렌(連)들이 다양한 형태의 아와오도리를 추는 것을 볼 수 있다. 주황색으로 표시된 4곳은 유료이며, 초록색 2곳은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이 거리가 아니더라도 밤에는 도쿠시마 시내 전체가 교통이 통제되고 곳곳에서 아와오도리를 추는 것을 볼 수 있으니, 꼭 비싼 돈을 지불하지 않더라도 아와오도리를 감상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가장 추천하는 코스는 낮에 아와긴 홀에서 열리는 실내 공연을 감상하고, 밤에 아이바하마 1차 공연 또는 미나미우치마치 2차 공연을 감상하는 것이다. 그 외 저녁 시간엔 시내를 돌아다니며 인파에 섞여 아와오도리를 감상하는 것이 좋다.

아와오도리의 도시답게 곳곳이 아와오도리 동상으로 장식되어 있다.

한적한 다카마쓰에 있다가 도쿠시마로 오니 여기가 과연 일본 변방의 소도시가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엄청난 인파들로 가득 차 있다. 도쿠시마 곳곳은 아와오도리의 형상물로 장식이 되어 있었고, 유카타나 기모노를 입고 춤을 추는 사람들로 거리가 가득 메워져 있었다. 살인적인 일본의 여름 더위 속에서도 아와오도리를 보기 위해 도쿠시마를 방문한 일본 여행객들은 수백만 명이나 될 정도로 아와오도리는 일본에서 가장 큰 축제 중 하나이다.


메인 공연 @료고쿠 혼초(両国本町, Ryogoku-Honcho)

료고쿠 혼초(両国本町, Ryogoku-Honcho) 공연장. 무료이며 일본답게 공연이 시작되기 10분 전까지 차량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료고쿠 혼초는 무료로 아와오도리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6개의 메인 거리 중 가장 길이가 긴 곳이며, 무료이기 때문에 자리 경쟁이 치열하다. 도쿠시마에 도착한 날 료고쿠 혼초에서 1차 공연을 감상했으며, 다양한 종류의 렌(連)이 나와 자기들의 춤 실력을 뽐냈다. 유료인 거리에서 공연하는 렌(連)과 비교했을 때 특별한 점은 없지만, 여기서 공연을 본 후, '아, 아와오도리란 이런 것이었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다. 토리오이가사(鳥追い笠)를 쓰고 손발 박자를 정확하게 맞추는 여성들이 참 신기했으며, 뒤에 따라 나오는 남성들의 역동적인 모습도 인상 깊었다.

토리오이가사(鳥追い笠)를 쓰고 춤추는 여성들
남성들은 웅크린 자세에서 역동적으로 춤을 춘다.
공연 중 방문객들도 함께 아와오도리를 출 수 있는 시간이 있다.
나리모노(鳴り物, Narimono)를 연주하는 사람들
도호쿠지방의 센다이에서 아와오도리를 추기 위해 도쿠시마에 방문한 렌.

메인 공연 @시청 앞(市役所前, Shiyakuso-mae)

시청 앞에서 열리는 메인 공연은 외국인들을 가장 많이 배려한 공연이다. 각각의 렌(連)이 등장할 때 일본어뿐 아니라 영어로 설명을 해주기 때문이다. 정렬된 분위기 속에서 렌들이 아와오도리를 추는 모습을 지켜보기 때문에 무료로 도쿠시마 시내 전역에서 볼 수 있는 아와오도리와 사뭇 다른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도쿠시마 시청 앞에서 열리는 메인 공연
토리오이가사(鳥追い笠)를 쓴 여성들. 입고 있는 기모노도 렌마다 달라 보는 즐거움도 다르다.
렌마다 보여주는 아와오도리의 형태도 제각각 다르다.
황금옷을 입고 등장한 남자가 아와오도리와 다른 무언가를 보여주고 있다.
예전엔 남성들이 웅크리고 역동적인 춤을 췄지만, 여성들이 남성들의 역할을 대신한 렌도 있었다.

일본 전역에서 아와오도리를 추기 위해 도쿠시마에 모인 모습을 보면서, 일본인의 정신인 와(和)가 얼마나 잘 지켜지는지 느낄 수 있었다. 아와오도리뿐 아니라 다른 종류의 마쓰리를 통해 좋든 싫든 일본인들이 하나로 뭉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보기 좋았다.

메인 공연 @시청앞(市役所前, Shiyakuso-mae)

공연이 끝나고 나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숙소를 찾거나 노숙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공연이 끝난 시간은 22:30으로 도쿠시마 시내에서 숙소를 구하는 건 진작에 포기했고, 다시 한번 에어비엔비를 검색했다. 아니, 그런데 때마침 새롭게 올라와 있는 방이 있는 것이 아닌가! (아쉽게도 에어비앤비에서 숙박 가능한 날짜는 8/13, 8/14였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바로 연락하니 Bob이라는 호스트가 답변을 해줬고, 8/13, 8/14 양일 간 노숙을 하지 않아도 될 기회를 얻었다. 그럼 문제는 8/12일 당일이었는데, Bob에게 내가 노숙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오늘도 혹시 빈 방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반쯤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Bob이 다행히 방이 있다고 말하고 지금 어디냐고 물어봐주기까지 한다. 숙소는 도쿠시마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떨어진 사코역 주변이었기 때문에, 늦은 밤에 Bob은 차를 타고 와서 날 숙소까지 데려다주었다. 도쿠시마의 모든 불행의 시작은 에어비앤비였고 모든 행복의 끝 또한 에어비앤비였다. 덕분에 3일 동안 도쿠시마 여행을 가능하게 해 준 Bob에게 너무 감사하다!


실내공연 (아와오도리 회관, Awaodori Kaikan, 阿波おどり会館)

8/13(일) 아침에 본 도쿠시마 시내는 전날 저녁과 달리 한산했다. 아와오도리가 열리지 않을 때 도쿠시마 시내 분위기가 이와 비슷하겠구나 생각하며 도쿠시마 시내를 걸었다. 8/13(일)엔 아이바하마(藍場浜, Aibahama)와 곤야마치(紺屋町, Konyamachi)에서 열리는 메인 공연을 보기로 하고 아침 9시부터 아와오도리 정보 센터에서 줄을 섰다. 1시간 동안 줄을 서서 S석 티켓 2장을 구했고, 전날 B석에서 본 아와오도리와 다른 무언가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품을 수 있었다.

도쿠시마 역 앞 아와오도리 정보센터. 오전10시부터 당일 티켓을 구입할 수 있다.
아이바하마(藍場浜, Aibahama) 메인공연장. 아침엔 한산하지만 저녁엔 발디딜 틈없이 복잡하다.

오전 11시에 열리는 아와오도리 공연을 보기 위해 아와오도리회관으로 향했다. 렌(連)이 일렬로 늘어서 이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메인 공연장과 달리 실내공연은 무대 위에서 춤을 추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아와오도리를 추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사진도 자유롭게 촬영이 가능하고 시원한 실내환경에서 아와오도리를 볼 수 있는 건 큰 혜택이었다.

아와오도리 회관 (Awaodori Kaikan, 阿波おどり会館). 아와오도리 축제기간이 아니더라도 정기적으로 아와오도리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같은 날이라도 각 시간마다 배정되어 있는 렌(連)이 다르기 때문에,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아와오도리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 공연을 감상하면 된다. 나는 각 렌(連)마다 무슨 차이가 있는지 제대로 모르므로 그냥 11시 공연을 봤다. 11시 공연에 참여한 렌은 규모가 꽤 큰 렌(連)이었고, 공연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의 참여를 계속 유도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선 관객들 전체가 나가서 아와오도리를 함께 추었고, 가장 잘 춘 몇 명을 선정해 상까지 주었다.

아와오도리 회관에서 펼쳐지는 아와오도리의 향연!
기모노가 정말 잘 어울리는 여성들.
관객들이 함께 어우러진 아와오도리 공연
캐릭터의 왕국 일본답게 아와오도리도 애니메이션화해서 표현되었다.

거리공연 (아미코, Amico 2F outside stage)

도쿠시마역 바로 앞의 아미코 백화점 2층의 야외공연장에서도 아와오도리를 추는 렌(連)을 볼 수 있다. 좁은 공간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공연을 봐야 했으며, 아와오도리에 참여한 렌(連)의 규모도 작았다. 하지만 무료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보여준 아와오도리도 충분히 뛰어난 춤이었다. 아와오도리 메인 공연을 보기 전의 준비단계라고 생각하고 보면 좋을 것이다.

오키나와에서 온 렌. 다른 렌들과 달리 자신들만의 독특한 공연을 보여주었다.

메인 공연 @곤야마치(紺屋町, Konyamachi)

아와오도리를 보지 않더라도 도쿠시마 시내를 걷는 것 자체가 축제를 즐기는 큰 즐거움이다. 시내 곳곳이 수많은 노점상이 서 있어 군것질을 즐길 수 있고, 기모노나 유카타를 입고 시내를 걸어 다니는 렌(連)의 일원들도 볼 수 있다. 렌(連)은 자신들이 준비해 온 아와오도리를 시민들 앞에서 보여주거나, 메인 공연 전에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에 열릴 화려한 축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도쿠시마를 관통하는 오키노스강 옆의 무료공연장. 여기도 많은 사람들이 아와오도리를 보기 위해 모여있었다.

곤야마치(紺屋町, Konyamachi)는 네 군데의 메인 공연장 중에서 가장 특색이 없는 공연장이다. 다른 공연장의 티켓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최후의 선택으로 곤야마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밖에 시간이 없는 여행객들이 티켓을 구하지 못했을 때 곤야마치에서 아와오도리를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은 선택이다.

곤야마치 거리. 공연 열리기 10분 전까지 차량통행이 이루어진다.
화려하게 치장하고 춤을 추는 여성들.

곤야마치는 영어 통역도 없고, 특별한 행사도 없으며, 아와오도리를 바로 앞에서 볼 수도 없다. 하지만 S석에서 볼 수 있었던 아와오도리는 다른 좌석에서 본 아와오도리와 달리 각 렌(連)들이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춤을 추는지 확실히 구분할 수 있게 해줬다.

아와오도리를 보는 관객들뿐 아니라 아와오도리를 추는 사람들 모두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조상들을 기리기 위해 시작된 불교의식이지만, 유래를 몰라도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재미있는 아와오도리다.

메인 공연 @아이바하마(藍場浜, Aibahama)

아이바하마는 아와오도리 메인 공연장 중 가장 거대한 공연장이다. 좌석이 무려 12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가장 유명한 렌(連)들이 참여한다. 렌(連)과 관객들 사이의 칸막이도 없어서 아와오도리를 바로 정면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공연장이기 때문에 가장 많은 인파가 붐비는 곳이기도 하며, 입장하는 데만 10분 정도가 소요된다는 단점도 있다.

도쿠시마 거리 곳곳에서 아와오도리를 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와오도리 행렬을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아이바하마 공연장.
각각의 렌들은 자기들만의 특색이 있는 아와오도리를 보여준다.

가장 거대한 공연장답게 아와오도리 행렬에 참여하는 렌(連)의 면면도 화려하다. 일본 전역에서 최고의 렌으로 손꼽히는 사람들의 아와오도리를 바로 앞에서 보기 위해선 아이바하마 공연장을 방문해야 한다.

아와오도리 행렬이 시작되는 아이바하마 공연장 입구
메인공연 @아이바하마(藍場浜, Aibahama)

실내공연 (아와긴 홀, Awagin Hall, 徳島県庁 郷土文化会館)

아와오도리를 보기 위해 도쿠시마에 방문한 사람이라면 아와오도리 메인 공연뿐 아니라 아와긴 홀에서 열리는 실내공연도 반드시 봐야 한다. 아와오도리 행렬의 특성상 측면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지만 아와긴 홀에서 열리는 공연은 정면에서 볼 수 있으며, 아와오도리 축제에서 수상한 렌(連)들의 특별한 공연이 열리기 때문이다. 수준 높은 공연답게 티켓 가격도 비싸지만,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한 번 볼 것을 추천한다.

아와오도리 최고의 실내공연이 열리는 아와긴 홀!
에도시대 아와오도리를 추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
내가 본 아와오도리 공연 중 가장 인상깊은 공연이 아와긴 홀에서 열렸다.
각종 조명이 더해진 아와오도리 춤은 저녁에 열리는 공연들에 비해 화려한 맛이 있다.

이틀 동안 수많은 렌(連)들이 보여주는 아와오도리를 봤기 때문에 지겨울 수도 있었지만, 8월 14일(월) 오전 11시에 아와긴 홀에서 펼쳐진 아와오도리는 지금까지의 춤과 다른 아와오도리의 정수를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양한 동작을 보여주면서도 박자 한 번 틀리지 않는 이들의 공연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경이를 느끼게 만들었고 감탄과 박수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일 년에 단 한 번 열리는 아와오도리를 위해 이들이 흘렸던 땀들은 결코 헛된 게 아니었다.

70분의 시간동안 최고의 공연을 보여준 사람들
실내공연 @아와긴 홀, Awagin Hall, 徳島県庁 郷土文化会館

실내공연 (도쿠시마 성 박물관, Tokushima Castle Museum, 徳島市立徳島城博物館)

도쿠시마 중앙공원은 쿠시마 성의 잔해가 남아있는 곳이다. 드넓은 공간에서 아와오도리를 연습하고 있는 렌(連)을 볼 수 있었으며, 어린아이들 또한 아와오도리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도쿠시마 성 박물관은 중앙공원 한가운데 세워져 있는 박물관으로 아와오도리 축제기간 중 박물관 내에서도 아와오도리 공연이 열린다. 무대가 협소하여 렌(連)의 규모도 작으며 관객들도 서서 봐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볼 필요는 없다.

도쿠시마 성에서 아와오도리를 추고있는 사람들

도쿠시마 성 박물관에서 열리는 아와오도리 공연의 특징은 나리모노(鳴り物, Narimono)가 하이라이트라는 것이다. 좁은 공간이라 춤을 출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제한되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리모노를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음률은 한국의 가야금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전통적이고 아름다운 선율이었다.

나리모노를 연주하는 할아버지들.
좁은 공간에서도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여인들

메인 공연 @신마치바시(新町橋, Shinmachibashi)

신마치바시는 가장 축제다운 축제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무료공연이라 관객들의 수도 엄청나며, 신마치바시 거리 주변이 모두 아와오도리를 추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결코 공연의 면면이 화려하고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전문적으로 아와오도리를 추는 사람들이 아닌 대학교나 회사에서 연습해서 나온 사람들이 추는 아와오도리는 친근감이 있었고 다 함께 즐기자는 축제 분위기와 부합하였다.

아케이드 상점가에서도 아와오도리를 추며 행진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아와오도리를 추기 전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
미나미우치마치(南内町,Minami-Uchimachi). 밤에 메인공연이 열리는 곳이지만 낮에도 사람들로 붐빈다.
도쿠시마 시내 전체가 교통이 통제되어 어느 곳에 가든지 아와오도리를 볼 수 있었다.

신마치바시까지 도달하기 전 아케이드 상점가, 강변 거리, 시내 중심가 곳곳에서 기모노나 유카타를 입은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과연 일본 최대의 축제 아와오도리답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만든 시간이었고, 도쿠시마 공항의 이름이 왜 아와오도리 공항으로 지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도쿠시마 시내 곳곳이 축제 분위기!
신마치바시는 아와오도리를 위해 연습한 대학교나 회사가 많이 참여하는 공연장이다.

신마치바시는 대학생들이나 회사원들이 이 날을 위해 틈틈이 연습한 아와오도리를 보여주는 거리였다. 상대적으로 뛰어나지는 않지만 이 날을 위해 단합하고 연습한 사람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관객들도 같이 아와오도리를 출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가장 열광하고 좋아하는 거리 중 하나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행진하고 있는 신마치바시
도쿠시마 시내의 다리 곳곳이 아와오도리를 주제로 꾸며져있다.

메인 공연 @미나미우치마치(南内町,Minami-Uchimachi)

메인 공연 중 단 하나만 봐야 한다면 미나미우치마치의 2번째 공연을 선택해야 한다. 그 이유는 공연이 끝나기 직전 22:15 정도에 확인할 수 있는데, 아와오도리에 참여한 모든 렌(連)들이 단체로 모여 행진하는 시간을 갖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미나미우치마치 외엔 일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것으로, 아와오도리 축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이다.

미나미우치마치 공연장 입구. 인기가 많아 B좌석 티켓밖에 구하지 못 했다.
공연장 바깥에서 대기하고 잇는 사람들
22:15이 되기 전엔 다른 메인공연들과 큰 차이가 없다.

2시간 동안 아와오도리 행진의 피날레를 장식할 시간이 되면 모든 관객들은 벌떡 일어나 진풍경을 감상할 준비를 한다. 공연장 입구에는 각자의 렌(連)을 상징하는 등불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서 있으며, 시간이 되자 서 있던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렌(連)을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들고 행진을 한다. 그 뒤로는 아와오도리의 음악을 담당하던 사람들이 나리모노를 연주하며 행진을 하고 긴 행렬 끝에 토리오이가사(鳥追い笠)를 쓴 수많은 여성들이 대기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일본이 남성이 중심인 사회긴 하지만, 아와오도리의 주인공은 바로 토리오이가사를 쓰고 춤을 추는 여성들이 아닐까. 신호가 주어지면 여성들은 손을 치켜들고 아와오도리 행진을 시작할 준비를 한다. 다시 한번 신호가 오면 여성들은 춤을 추기 시작하며, 각자가 속한 렌(連)은 달라도 박자 하나 틀리지 않고 노래를 부르며 행진을 한다. 여성들 뒤로 웅크린 자세로 춤을 추는 사람들이 등장하며, 이때만큼은 각 렌(連)의 형식이 아닌 전통적인 아와오도리 형식에 맞춰 행진을 한다. 운이 좋게도 마지막 행진이 끝나자 3일 동안 볼 수 없었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으며, 나의 아와오도리 축제 참가도 이렇게 끝이 났다.

각각의 렌들을 상징하는 등불을 들고 서 있는 사람들.
등불을 들고 있는 사람들 뒤로 나리모노를 연주하는 모든 사람들이 행진한다.
렌 구별없이 토리오이가사(鳥追い笠)를 쓰고 행진을 대기하고 있는 여성들
준비 사인이 나면 여성들은 손을 들고 아와오도리를 출 준비를 한다.
렌이 각기 달라도 여성들이 아와오도리를 출 때는 박자 하나 틀리지 않는다.
여성들 뒤에 등장하는 남성들. 역시 렌 구별없이 모두 하나가 되어있다.
메인공연 @미나미우치마치(南内町,Minami-Uchimachi)

아와오도리를 감상하는 방법

아와오도리는 8월 중순 4일 동안 열리는 성대한 축제이다. 일본 마츠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일지라도 하루 정도 도쿠시마에 가서 아와오도리를 보는 것도 일본의 여름을 즐길 수 있는 한 방법이다. 나는 도쿠시마에 3일 동안 머물면서 아와오도리를 봤지만, 이 정도까지 시간을 투자할 필요는 없으며 (일단 3일 동안 묵을 숙소 구하는 것도 걱정이다.) 다카마쓰나 주변 도시에 숙소를 정하고 도쿠시마에 한 나절을 보내는 것을 추천한다. 오전에 아와긴 홀에서 열리는 공연을 감상하고, 오후엔 도쿠시마 시내를 거닐며 아와오도리를 보거나 관광지를 구경하고, 저녁에 신마치바시(新町橋, Shinmachibashi) 1차 공연, 미나미우치마치(南内町,Minami-Uchimachi) 2차 공연을 감상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괜히 3일 동안 머물려고 시도하다가 나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안 되므로...ㅠㅠ)


도쿠시마 관광지

비잔(眉山) 로프웨이

운영시간: 9am-5.30pm Nov-Mar, to 9pm Apr-Oct

관람료: one way/return ¥610/1,020

비잔(眉山)은 도쿠시마의 진산으로 높이는 280m밖에 안 되지만, 도쿠시마 시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이다. 아와오도리 회관 5층에서 로프웨이를 탈 수 있으며,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도쿠시마 시내 전망이 일품이다. 도쿠시마가 해안가에 위치한 도시라 태평양과 함께 펼쳐진 시의 전망은 도쿠시마가 특별히 볼 게 없는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도쿠시마의 가치를 드높여 준다.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가면서 찍은 도쿠시마 시내 전경
태평양 망망대해가 보이는 비잔
비잔 공원. 공원에서 특별히 볼 건 없고 도쿠시마 시내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로프웨이 끝 전망대에서 도쿠시마 시내를 조망한 후, 전망대 뒤편의 공원을 산책했다. 공원은 역사적으로 특별히 볼 것이 없으며, 산 위에 늘 꾸며져 있는 일반적인 공원이었다. 하지만, 산 정상에 위치한 특성상 전망대에선 만날 수 없었던 도쿠시마의 풍경이 걷는 내내 펼쳐져 있었고, 에메랄드빛 바다와 초록색 논밭이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도쿠시마에 들리면 일순위로 방문해야 할 곳이 바로 비잔이다!

아와오도리 회관 (Awaodori Kaikan, 阿波おどり会館)

운영시간: 9am-5pm, closed 2nd&4th Wed

관람료: museum¥300, performance¥600/800 (afternoon/evening)

공연시간: 2pm, 3pm, 4pm, 8pm (11am on weekends)

아와오도리 회관은 아와오도리 축제 기간이 아닐 때 도쿠시마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아와오도리에 대해 알아가고 아와오도리가 어떤 춤인지 볼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공간이다. 1층은 도쿠시마 현 특산물을 파는 상점, 2층은 아와오도리 공연이 열리는 홀, 3층은 아와오도리 박물관, 5층은 비잔 로프웨이 정류소로 구성되어 있다. 3층 박물관에선 각종 영상과 미니어처로 아와오도리의 역사와 춤, 악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5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아와오도리에 대한 도쿠시마 시민들의 자부심 또한 여기서 느낄 수 있다.

아와오도리 박물관 입구의 인형들

효탄지마 크루즈(ひょうたん島クルーズ, Hyotanjima Cruise)

운영시간: every 40 mins from 1pm-4pm Mon-Fri mid-March to mid-October,                        every 40 mins from 1pm-8pm daily 20 July to 31 August

입장료: ¥200 (정말 싸다!)

타는 곳: 료고쿠 다리(両国橋, Ryogoku Bridge)

도쿠시마 시의 젖줄인 신마치 강(新町川, Shinmachi River) 위에 떠 있는 섬이 효탄지마다. 효탄지마가 섬이긴 하지만 섬 위에 도쿠시마 역, 시청을 비롯한 주요 관공서들이 다 모여있다. 효탄지마 크루즈는 료고쿠 다리에서 출발하여 효탄지마를 한 바퀴 돌아보는 투어로, 시에서 운영해서 그런지 가격이 아주 싸다! 배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도쿠시마 시를 구성하고 있는 빌딩이 대부분 일정도로 특별히 볼거리는 없지만, 효탄지마를 한 바퀴 돌면서 도쿠시마 시내가 어떤지 가늠하고 태평양도 잠깐 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난 크루즈를 타기 전 도쿠시마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국인을 만났다. 아와오도리를 보기 위해 도쿠시마를 방문한 한국인들을 위해 통역 자원봉사를 하러 온 학생이었는데, 3일 내내 한국인을 못 보다가 만나니 감격에 겨웠다. 그 학생도 도쿠시마에서 한국인 본 건 처음이었다고..ㅋㅋ 

배를 타기 전 구명보트 입는 건 필수!

도쿠시마 성 박물관(徳島市立徳島城博物, Tokushima Castle Museum)

운영시간: 9.30am-5pm Tue-Sun

관람료: ¥300

도쿠시마 성 박물관은 도쿠시마 중앙공원에 위치해있으며, 도쿠시마 시에 대한 역사와 도쿠시마 성에 대한 내력, 그리고 도쿠시마하면 빠질 수 없는 아와오도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각종 유물들을 통해 도쿠시마와 아와오도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박물관 외부엔 아름다운 정원인 센슈카쿠 테이엔(千秋閣庭園, Senshukaku teien)이 있다. 정원을 거닐며 도쿠시마 시내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조용히 사색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도쿠시마 성이 주는 큰 기쁨 중 하나이다.

도쿠시마 성의 입구
도쿠시마 성 박물관
도쿠시마 성 박물관에 들르면 볼 수 있는 정원, 센슈카쿠 테이엔

박물관을 나와 중앙공원을 산책하면 허물어진 도쿠시마 성의 잔해를 만날 수 있다. 일부만 남은 도쿠시마 성을 보며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수 있으며, 각종 건물이 들어섰을 자리에 꽃으로 꾸며진 정원이 방문객들을 맞아준다. 아와오도리 축제기간임에도 한적했기 때문에 잠시 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도쿠시마 중앙공원 풍경


도쿠시마 맛집

돈 가바초 (Don Gabacho)

운영시간: noon-midnight

메뉴: 소고기 테판야키¥2,000

돈 가바초는 음식이나 분위기보다 그 당시 내가 느낀 긴박감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 식당이다. 8월 12일(토)에 에어비엔비때문에 절망하고 노숙해야 되나 고민하고 있는 시점에 다행히 Bob과 연락이 되어 Bob을 기다린 곳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소고기 데판야키를 원래보다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었고, Bob과 만나기 전까지 기다린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이런 사정을 뒤로하고서도 돈 가바초는 도쿠시마에 들리면 한 번쯤 가볼만한 비스트로로 분위기나 음식 등 모두 좋은 평가를 받을만한 훌륭한 곳이다.

돈 가바초에서 먹은 소고기 데판야키

우동 야마 (うどん やま, Udon Yama)

전화번호: 088-611-3622

운영시간: 7am-9pm

메뉴: 부카게 우동 ¥260, 각종 덴뿌라

도쿠시마 역 오른편에 위치한 우동집으로 아침을 해결하기에 좋은 곳이다. 우동 가격이 ¥220~260 밖에 되지 않으며, 튀김 몇 개를 추가하더라도 ¥600~700 정도면 아침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여기서 부카게 우동을 먹었는데 계란을 넣고 소유를 약간 첨가해 섞어먹은 우동은 정말 맛있었고, 함께 먹은 덴뿌라들은 훌륭하진 않지만 가격 대비 맛이 뛰어났다. 우동 야마는 도쿠시마에서 가장 가성비 좋은 식당으로 평가할 수 있다!

셀프 우동 야마. 우동이 싼 가격임에도 정말 맛있다!

YRG 카페

전화번호: 088-656-7899

운영시간: 11.30am-8pm Fri-Wed

메뉴: 점심 세트 ¥1,000

YRG카페는 건강식을 제공하는 카페로, Yellow, Red, Green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제공하는 메뉴는 매번 바뀌지만, 점심 세트의 가격은 ¥1,000으로 고정되어 있으며 양과 맛 둘 모두 만족스럽다. 2층까지 있지만 가게 내부는 아주 좁아 자리가 없을 수도 있으며, 내가 방문했을 때도 딱 한 자리만 비어있어서 점심을 겨우 먹을 수 있었다. 점심 세트도 메인 요리를 선택할 수 있으며, 내가 선택한 메인 요리는 소고기 볶음이었다. 생각보다 놀라운 맛에 반한 식당으로 도쿠시마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곳 중 하나이다.

YRG 카페의 점심 세트. 건강식을 표방한다.

도쿠시마 라멘 멘 오(徳島ラーメン麺王, Tokushima Ramen Men O)

전화번호: 088-623-4116

운영시간: 11am-midnight

메뉴: 도쿠시마 라멘 ¥980

도쿠시마 라멘 멘 오는 도쿠시마에서 가장 유명한 라멘집이다. 도쿠시마역에서 가까운 지점이 본점으로 일본 고베나 다카마쓰, 미국 LA(!)에도 분점이 있다. 라멘보다 우동이 유명한 시코쿠 섬에서 맛있는 라멘을 접하기 쉽지 않은데, 그중에서도 가장 맛있는 라멘을 제공하는 곳이 여기라고 할 수 있다. 멘 오가 유명세를 떨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오후 4시쯤에 방문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나 또한 20분 정도 기다린 뒤에야 라멘을 먹을 수 있었다. 그 기다림에 대한 보답이었을까. 처음 접한 도쿠시마 라멘의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할 정도로 특이하고 맛있었다. 도쿠시마에서 라멘을 먹고 싶은 사람들은 꼭 방문해야 할 식당이다.

줄 서서 먹어야 하는 도쿠시마 라멘 멘 오
도쿠시마 라멘 멘 오의 기본 메뉴 도쿠시마 라멘

마살라(徳島ラーメン麺王, Masala)

전화번호: 088-654-7122

운영시간: 11am-9.30pm

메뉴: 치킨 커리 ¥870

도쿠시마역 5층 식당가에 위치한 인도 음식점이다. 맛은 평범하지만 도쿠시마라는 소도시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인도음식을 제공한다는 점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듯했다. 뭘 먹어야 할지 몰라서 직원한테 추천해 달라고 하니 치킨커리를 추천해주신다. 치킨커리의 맛은 평범했지만 워낙 인도요리를 좋아하는 편이라 난에 커리를 발라 맛있게 먹었다. 3일 동안 길게 체류했기에 들린 식당이기에 짧은 시간 동안 도쿠시마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위의 다른 식당들을 들리는 것을 추천한다.

마살라에서 먹은 치킨 커리

사와라기(徳島ラーメン麺王, Sawaragi)

전화번호: 088-625-2431

운영시간: 5pm-10pm

메뉴: 하모 ¥1,100, 나루토 두부 ¥900, 아와오도리 치킨 ¥1,200

사와라기는 일본어를 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 주문하기 까다로운 식당이다. 가족들이 운영하는 식당인데 요리사 아저씨 분은 전혀 영어를 하지 못하고, 종업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입구에 있는 메뉴 중 코스요리를 가리키면 주문을 할 수 있지만, 난 세트요리 없냐고 물어봐서 하마터면 식사도 못 할 뻔했다. 단품 메뉴를 하나씩 주문하려고 해도 한자로 되어 있어서 뭐가 뭔지 알지 못하는 상황. 그런데 함께 들어온 일본인 아저씨 두 분 중 한 분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신다. 내가 메뉴 좀 추천해 달라고 묻자, 자기들은 하모를 먹으러 여기 들렀다고 하모를 꼭 먹어보라고 하신다. 아저씨들의 도움을 받아 하모, 나루토 두부, 아와오도리 치킨을 주문하고 아사히 맥주를 곁들여 먹으며 아저씨들과 대화를 하면서 저녁 시간을 보냈다. 

사와라기의 외부

내가 카가와 현이 일본에서 존재감도 없고 우동 하나만 유명하다고 해서 별명이 우동현이라고 들었다고 말하니, 한국인이 그런 것도 아냐면서 껄껄 웃으신다. 아저씨도 도쿠시마를 예로 들며, 도쿠시마시 자체보다 아와오도리가 더 유명해서 공항 이름이 아와오도리 공항이라고 가르쳐 주셨다. 또한 이런 식당은 젊은 사람들이 오는 곳이 아니라고, 자기들같이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천천히 시간을 보내며 술 먹는 곳이라고 알려주신다. (그래도 덕분에 아저씨들 만나서 즐거운 시간 보냈습니다!) 한국에 유명한 전통 축제는 뭐가 있냐고 물으셨는데, 안동에서 열리는 국제 탈춤페스티벌로 답변을 했으나 지금 생각해보면 서울에서 열리는 연등회가 오히려 아와오도리와 비슷한 축제가 될 것 같다. 어쨌든 아저씨들과 짧은 시간을 보냈지만 서로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알아가는 건 여행에서 느끼는 즐거움 중 하나이다.

사와라기에서 날 도와 음식주문을 도와준 일본인 할아버지들. 덕분에 즐겁게 저녁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도쿠시마 숙소

게스트하우스 오가가(Guesthouse Ogaga)

숙박비: 도미토리 ¥4,800 (아와오도리 기간이라 비쌌다.)

노숙자가 될 처지였던 날 구해준 Bob의 집, 게스트하우스 오가가이다. 도쿠시마 시내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기에 아와오도리 축제 기간에도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쉴 수 있는 곳이었다. 아와오도리 기간이라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오가가에 들렀다. 가정집이지만 부엌과 공동공간이 있어서 다른 여행객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Bob뿐 아니라 아와오도리의 광팬인 일본인 할아버지와도 이야기할 수 있었다. 매년 아와오도리를 보기 위해 도쿠시마에 들린다는 할아버지한테서 자신들의 문화를 사랑하는 일본인을 만날 수 있었고, 나 또한 한국의 문화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도쿠시마의 은인이었던 Bob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고마운 사람이다. 늦은 밤에도 차를 타고 날 데리러 온 그 정성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게스트하우스 오가가. 평범한 주택이다.
게스트하우스 오가가는 도쿠시마 시내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사코역 주변에 위치해있다.
게스트하우스 오가가의 호스트 Bob과 함께
아와오도리를 사랑하는 일본인 할아버지와 함께. 매년 아와오도리를 보기 위해 도쿠시마에 방문하신다고 한다.

도쿠시마 여행을 마치며...

도쿠시마를 방문하게 된 계기는 아와오도리라는 축제 그 자체였다. 아와오도리가 아닌 기간의 도쿠시마는 조용하기 그지없는 한적한 곳이며, 매력 없는 평범한 일본의 소도시 중 하나이다. 하지만 아와오도리가 열리는 기간만큼은 일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기간이며, 일본인들의 자기 문화에 대한 애착과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여름에 일본 간사이나 시코쿠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하루라도 시간을 내어 도쿠시마에 들리도록 하자. 아와오도리를 경험하는 것이 일본의 다른 여러 지역을 방문하는 것보다 일본을 알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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