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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O Nov 01. 2017

홋카이도(北海道)의 관문, 삿포로(札幌)

홋카이도의 관문이자 일본에서 5번째로 큰 도시, 삿포로

2017년 추석, 황금연휴를 맞아 사랑하는 가족들과 일본 여행을 떠났다. 일본 4대 섬 가운데 아직 방문하지 못한 섬은 홋카이도가 유일했기 때문에, 이번 여행이 그 어느 때보다 기대되었다. 남한보다 약간 작은 크기 (83,454 km²)의 섬이지만 인구는 547만 명밖에 되지 않으며, 그 인구 중의 35.7%인 195만 명이 홋카이도 최대의 도시 삿포로에 모여 산다. 홋카이도의 중심도시는 섬 남쪽의 하코다테였으나, 19세기 말에 평원 한복판에 있던 삿포로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계획도시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역사가 짧아 오래된 사찰이나 신사를 볼 수는 없지만, 1972년 삿포로 동계올림픽, 세 번의 동계 아시안 게임을 개최하는 등 겨울의 추운 날씨와 삿포로 맥주로 상징되는 맥주가 유명하다. (이번엔 삿포로 맥주 박물관에 들릴 시간이 없었지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삿포로 맥주공장에 들러 맥주를 맛보고 싶다.) 19세기 일본이 근대화되기 시작한 시대에 지어진 건물들, 도시의 허파 역할을 하는 오도리 공원, 밤에 화려하게 빛나는 타누키코지 등 볼거리가 많으며, 징기스칸과 미소라면, 삿포로 맥주로 상징되는 맛의 도시이기도 하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삿포로에 머문 시간은 단 하루였기 때문에, 삿포로를 살짝 맛보기만 했고 우리 가족에겐 정말 홋카이도의 관문도시로서 역할만 했다. 하지만 삿포로는 2~3일 정도 머물러도 될 정도로 매력이 넘치는 도시기 때문에, 다시 한번 꼭 들러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홋카이도로 떠나기 전 새벽녘
낙동강 하구는 비옥한 평야지대지만, 최근엔 공장이 많이 들어서 있다.
낙동강 하구에 형성된 을숙도. 철새의 낙원이다.
부산의 역사를 상징하는 영도. 영도의 산비탈을 따라 집들이 늘어서 있다.

부산에서 홋카이도로

김해공항에서 홋카이도로 떠난 시간은 아침 9시 무렵이었기 때문에 창밖으로 부산시와 김해시, 낙동강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낙동강 하구를 따라 형성된 김해평야가 자본의 논리로 인해 공장으로 바뀌어가는 모습, 철새의 낙원인 을숙도, 가파른 산 위에 빼곡히 늘어선 영도의 주택들 등 부산의 역사와 자연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었다. 비행기는 부산을 벗어나 동해바다를 가로질러 홋카이도로 향했고, 2시간 정도 지나니 혼슈 북부지방과 홋카이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비행기를 타면서 본 홋카이도의 모습은 일본의 다른 섬들인 혼슈, 규슈, 시코쿠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산들과 도시로 뒤덮인 세 섬들과 달리, 홋카이도는 드넓은 평야 위에 많은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홋카이도 여행이 다른 일본 여행과 다른 특별함을 지닌 이유는 사람이 적어 때 묻지 않은 자연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평야 위에 아름다운 논과 밭이 펼쳐진 풍경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발견하기 힘든 것으로, 홋카이도 내륙지방인 비에이와 후라노에 가면 그 진가를 만끽할 수 있다.

홋카이도는 넓은 면적에 적은 인구가 살고 있어, 드넓은 평야에 잘 정리된 농지를 볼 수 있다.
치토세 국제공항에 접근하면 볼 수 있는 치토세시. 삿포로만큼은 아니지만 규모가 꽤 된다.

홋카이도의 국제공항인 신치토세 국제공항은 삿포로 남쪽에 위치한 소도시인 치토세 시(千歳市, 인구 10만 명)에 위치해 있다. 삿포로시를 비롯한 홋카이도의 도시들만 보고 싶은 사람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되지만, 홋카이도의 매력은 도시들이 아닌 교외지역에서 느낄 수 있으므로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우리 가족은 JR에키렌터카를 사전에 예약하고 홋카이도를 여행하기 시작하기로 했다. 처음엔 공항 내에 렌터카업체가 있는지 착각하고 공항 이곳저곳을 뒤져봤으나, 1층에 위치한 안내데스크를 찾아야 했다. 안내데스크엔 렌터카를 예약한 고객들의 리스트가 있었고, 특정회사 렌터카를 이용하러 왔다고 말하면 안내원이 렌터카에 연락을 하고 렌터카 직원이 고객을 데리러 오는 시스템이다.

우리가 이용한 렌터카 업체는 JR에키렌터카로, 규모는 작지만 4명이 이용하기에 알맞은 차를 보유하고 있었고 직원들도 친절하고 좋았다. 홋카이도는 외국인 여행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Hokkaido Expressway Pass를 제공하는데 싼 가격에 고속도로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탑재하고 렌터카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난 패스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는데 직원분이 알아서 챙겨줬다 ㅋㅋ)

홋카이도의 상징 중 하나인 로이스 초콜릿
홋카이도 공항 1층에 가서 안내원에게 부탁하면 렌트카 직원이 와서 회사로 데리고 간다.
우리 가족이 이용한 JR에키 렌터카

삿포로 관광

오쿠라야마 스키 점프대 (Okurayama Ski Jump, 大倉山ジャンプ競技場)

전화번호: 011-641-8585

홈페이지: http://www.sapporo-dc.co.jp/krn/okurayama/jump/index.html

입장료: 삿포로 윈터 스포츠 뮤지엄 ¥600, 삿포로 전망대 리프트 ¥500

운영시간: 8.30am-6pm (9am-5pm winter)

부산에서 아침 9시 비행기를 탔지만 신치토세 국제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정도이고, 렌터카에서 차를 빌리는 절차를 끝내니 막상 공항에서 출발한 시각은 오후 1시 정도였다. 점심도 먹어야 하고, 관광을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들릴 수 있는 곳은 단 한 군데밖에 없었다. (일본은 한국보다 동쪽에 있지만, 시간은 똑같기 때문에 한국보다 해가 일찍 뜨고 일찍 진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오쿠라야마 스키 점프대로, 1972년 삿포로 동계올림픽을 비롯한 3번의 동계 아시안게임이 열린 곳이다. 단 한 곳밖에 선택할 수 없는데 왜 스키 점프대냐 하면, 가족여행이라 삿포로 맥주 박물관에 들러 술을 진탕 마시기가 조금 그랬기 때문이다. (단 한 곳만 들릴 수 있다면 당연히 삿포로 맥주 박물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삿포로 시내는 다른 일본 도시와 큰 차이가 없다.
주차장에서 오쿠라야마 스키점프대로 올라가는 입구
오쿠라야마 스키점프 스타디움에서 사용되는 건물. 지금은 아주 한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쿠라야마 스키 전망대는 삿포로 맥주박물관에 이어 삿포로시를 여행 온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다. 특히 해가 빨리 지는 봄이나 가을에는 5시 즈음에도 삿포로 야경을 감상할 수 있으므로 늦은 저녁에 방문하면 좋을 것이다. 동계스포츠 박물관과 전망대 두 개의 코스로 이루어져 있으며, 두 곳 모두 방문하려는 사람들은 ¥1,000 가격의 통합권을 구입하면 된다.

오쿠라야마 스키점프대. 정말 가파른 경사를 자랑한다.

스키나 보드를 탈 때 이용하는 리프트를 가을에 타니 뭔가 기분이 묘했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면서 스키점프대의 위용을 감상하고, 삿포로 시내 풍경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었다.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삿포로 시답게 산 정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삿포로시의 풍경은 전형적인 일본 대도시 (도쿄, 나고야, 오사카)와 큰 차이가 없었다. 안내판에서 삿포로돔을 비롯한 몇몇 관광명소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다음에 꼭 방문하자는 다짐을 했으며, 스키점프대의 가파른 경사를 보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최되는 알펜시아를 연상할 수 있었다.

오쿠라야마 스키점프대에서 볼 수 있는 삿포로시의 전경. 인구 200만의 도시답게 규모가 정말 크다.

산 정상이라 바람이 너무 세게 불었기 때문에, 리프트를 타고 내려와 삿포로 윈터 스포츠 뮤지엄에 들렀다.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일본 선수들의 모습과 몇몇 동계올림픽에 사용되는 장비들을 볼 수 있지만, 이 박물관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동계스포츠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스키점프, 아이스하키, 봅슬레이, 크로스컨트리 등 몇몇 종목들을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으며, 뛰어난 기록을 남긴 사람들은 명예의 전당에 기록된다. 스키점프가 가장 재미있었는데, 아버지는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 한동안 게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셨다. (-_-)

삿포로 윈터스포츠 뮤지엄. 다양한 동계스포츠를 체험하고 즐길 수 있다.


삿포로 숙박

나카무라야 료칸 (Nakamuraya Ryokan, なかむらや旅館)

전화번호: 011-241-2111

홈페이지: http://www.nakamurayaryokan.com/

나카무라야 료칸. 시내와 멀찍히 떨어져 있어 조용한 곳에서 숙박하고 싶은 여행객들에게 좋다.

삿포로에서 묵기로 한 곳은 나카무라야 료칸으로, 삿포로 시내와 떨어져 있어 가족들끼리 묵기에 최적인 곳이었다. 바로 옆에 공원이 위치하여 아침 산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다음 날 후라노로 일찍 떠나야 했기에 지리적 이점을 누리지도 못 했다. 10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료칸이지만, 현대식으로 증축하면서 옛날의 고즈넉한 광경은 많이 사라진 듯했다. 료칸에 묵으면 보통 저녁식사나 아침식사를 같이 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삿포로의 다양한 식당에 들리고 싶어서 신청을 하지 않았다. (다음번에 료칸에 묵을 때는 반드시 식사도 같이 곁들여서 할 생각이다. 료칸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다른 식당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삿포로 맛집

카니혼케 (Kani-honke, 札幌かに本家)

전화번호: 011-551-0018

홈페이지: http://www.kani-honke.jp/

운영시간: 11.30am-11pm

메뉴: 네무로 카이세키 ¥3,704, 키타미 에사시 카이세키 ¥4,630

아침으로 기내식을 먹은 뒤, 점심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모든 가족들이 삿포로 시내에 들러 배를 채우기 원했다. 점심으로 선택한 곳은 삿포로에서 대게요리로 정평이 나 있는 카니혼케 본점이었다. 카니혼케 본점은 인기 있는 식당답게 고층빌딩 전체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각 층마다 방이 있어 가족끼리 대게요리를 즐길 수 있었다. 한국에서 대게요리를 먹는다고 하면 대부분이 대게찜을 떠올리지만, 카니혼케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대게를 요리해 코스식으로 제공했다. 한국에선 장갑을 끼고 한 손엔 가위를, 한 손엔 대게를 들고 게걸스럽게 먹을 수 있지만, 일본에선 대게가 먹기 쉽도록 잘라져 제공되고 있었다. 일본요리답게 먹기엔 뭔가 아깝게 화려하게 장식된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대게를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정말 맛있게 점심을 즐길 수 있었다.

카니혼케 본점. 일본 전역에 카니혼케 분점이 있을 정도로 대게요리의 정수를 보여준다.
점심에 먹은 대게 카이세키 요리

삿포로 라멘 요코초 (Sapporo Ramen Yokocho元祖さっぽろラーメン横丁)

전화번호: 011-518-2421 (味の華龍)

홈페이지: http://www.ganso-yokocho.com/

운영시간: 11.30am-2am (Mon-Thu), 11.30am-3am (Fri•Sat), 11.30am-midnight (Sun)

메뉴: 미소라멘 ¥800, 콘바타 라멘(corn-butter ramen) ¥1,030

밤에 화려하게 빛나는 삿포로 시내

나카무라야 료칸에 짐을 푼 뒤 저녁을 먹으러 간 곳은 징기스칸으로 유명한 다루마 본점이었다. 인기가 많을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8시 정도에 수많은 한국인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우리도 대기하고 홋카이도의 상징인 징기스칸을 먹으려 했지만, 20분 정도 기다려도 즐어들지 않는 다루마의 대기열에 포기하고 말았다.

칭기스칸으로 유명한 다루마 본점. 대기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한국인이다.

대안으로 선택한 곳은 삿포로 라멘 요코초로, 삿포로에서 반드시 먹어야 할 음식 중 하나인 미소라멘의 탄생지이다. 17개의 라멘 식당들이 줄지어 서 있는 좁은 골목으로, 어느 곳에 가도 웬만큼 맛은 보장되는 곳이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입구에 있는 아지노카류 라멘 (Aji no Karyu Ramen, 味の華龍)으로 미소라멘뿐 아니라 콘바타 라멘을 비롯한 다양한 라멘들도 제공하는 곳이다. 가족들 네 명 모두 다른 라멘을 선택해서 먹었는데, 간장 라멘을 선택한 아버지만 입맛에 안 맞아서 혼쭐이 났다. 짠 음식을 극도로 싫어하시는 아버지의 특성상 앞으로 라멘은 가급적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밤이었다. 물론 라멘을 좋아하는 나와 동생은 미소라멘을 (아버지에겐 미안하지만) 아주 맛있게 먹었다. 삿포로에 방문하는 여행객이라면 라멘 요코초에 들러 미소라멘을 꼭 맛보기를!

삿포로 라멘 요코초
아지 노 카류 라멘

삿포로 여행을 마치며?

사실 삿포로 여행을 마쳤다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반나절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둘러봤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하루였다. 삿포로는 하루만 보기엔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은 도시다. 시간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시간을 투자해 삿포로 맥주박물관이나 오도리 공원 같은 곳을 보고 징기스칸이나 삿포로 맥주 같은 식도락 여행도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나도 다음엔 삿포로에 더 오랜 시간 동안 머무르면서 이번 여행 때 느끼지 못한 삿포로의 매력을 마음껏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홋카이도 여행에서 삿포로는 서론에 불과했지만, 삿포로가 주제가 된 여행은 다음번에 반드시 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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