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꽃의 낙원, 겨울엔 눈의 천국
후라노(富良野)는 홋카이도의 중심에 있는 내륙도시다. 동계스포츠의 중심지인 소도시지만, 겨울뿐 아니라 여름에도 다양한 종류의 꽃들이 들판에서 사람들을 반겨주는 곳이다. 홋카이도를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이 비에이(美瑛)와 함께 찾는 곳으로, 가장 유명한 팜 토미타 외에 치즈 공장, 와인 양조장 등 특색 있는 곳이 많으므로 한 번 방문해서 후라노의 매력을 만끽해보는 것도 괜찮은 여행이 될 것이다.
전화번호: 011-644-9914
홈페이지: asaichi-maruka.jp
영업시간: 6-11am Mon, Tue & Thu-Sat
메뉴: 스시 세트 ¥2,800
우리 가족은 후라노로 떠나기 전에 아침 일찍 일어나 스시노우마사(鮨の魚政)에 들러 스시를 맛보기로 했다. (삿포로 관련 정보는 전편에 실었어야 했는데 실수로 빠뜨려 버렸다.) 스시노우마사는 중앙도매시장(中央卸売市場, Chuo Oroshi-uri-ichiba) 내 마도카 센터(マルカセンター) 건물에 위치한 조그만 스시집으로,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미로 찾기와 비슷하다. 내비에서 스시노우마사가 나와도 정확한 위치가 아닐 가능성이 높으므로, 중앙도매시장에 가서 사람들에게 마도카 센터가 어디냐고 물어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마도카 센터 건물만 찾으면 스시노우마사 찾기는 어렵지 않다. 스시노우마사는 영업시간이 특이한데, 오전 6시에 문을 열고 오전 11시에 문을 닫는다. 아침에만 잠깐 열기 때문에 쉽게 식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침에만 여는 맛집이라는 정보를 우리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 가족은 대기하지 않고 앉아서 먹을 수 있었으나, 뒤늦게 온 몇몇 사람들은 20분 정도 기다린 후 스시를 먹을 수 있었다.
스시노우마사의 아저씨는 잡지에도 실릴 정도로 스시로 정평이 나있는 요리사다. ¥2,800 세트에 맛있는 스시 10피스를 먹을 수 있는 것은 정말 축복이었는데, 이 정도 가격에 훌륭한 품질의 스시를 맛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같이 간 어머니도 스시를 다 먹은 뒤, 이렇게 맛있는 스시는 처음 먹어본다고 감동하셨다. 삿포로가 위치한 홋카이도 주변의 청정해역에서 잡은 물고기라 그런지 더욱더 맛있었던 것 같다. (역시 스시는 재료가 가장 중요하다!) 후라노로 가기 위한 2시간의 여정 동안 우리 가족의 배를 든든하게 해 준 스시노우마사는 삿포로에서 추천할 만한 맛집 중 하나이다.
전화번호: 0167-44-2123
홈페이지: town.nakafurano.lg.jp
입장료: 무료
삿포로에서 2시간 정도 차를 몰고 가면 후라노에 도착할 수 있다. (고속도로를 타거나 국도를 이용하거나 걸리는 시간은 비슷한 것 같다. 고속도로가 상당히 둘러가기 때문에...) 고속도로의 지겨운 풍경을 보다가 후라노에 도착하니 다이세쯔산을 배경으로 이국적인 풍경이 눈에 펼쳐진다. 팜 토미타를 가는 길에 펼쳐진 후라노의 전원풍경, 거대한 다이세쯔산, 스키 슬로프에 핀 꽃들이 어우러져 마치 유럽에 온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원래 계획엔 없었지만 아름답게 꾸며진 나카후라노 호쿠세이 스키장의 슬로프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잠시 들리게 되었다.
여름엔 후라노와 비에이 곳곳이 아름다운 꽃으로 뒤덮여 많은 여행객들을 유혹한다. 가을엔 그 유명한 라벤더를 볼 수 없지만, 후라노는 여전히 아름다운 곳이며 사람들도 적어 꽃밭을 독차지한 기분도 느낄 수 있었다. 꽃밭 한가운데서 많은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우리 가족도 홋카이도에 온 흔적을 남기기 위해 애를 썼다. 슬로프를 따라 산책을 즐길 수도 있는데, 꼭대기에 올라서면 후라노시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고 도시 뒤편에 우뚝 서 있는 홋카이도의 지붕, 다이세쯔산도 볼 수 있다. 나카후라노 스키장은 팜 후지타에 비해 규모도 작고 볼 것도 없지만, 후라노 여행의 서곡으로 잠깐 들릴만한 아름다운 곳이다.
전화번호: 0167-39-3939
홈페이지: farm-tomita.co.jp/en
영업시간: 9am-4.30pm Oct-late Apr, 8.30am-6pm late Apr-Sep
입장료: 무료
팜 토미타(ファーム富田, Farm Tomita)는 후라노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라벤더의 계절인 여름에 가장 아름답다고 하지만, 계절마다 시시각각 바뀌는 풍경은 팜 토미타를 언제 찾아도 아름답다고 느끼게 해준다. 가을에도 다양한 꽃들이 피어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드넓은 농장을 산책하며 삿포로에서 느낄 수 없었던 홋카이도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우리 가족은 팜 토미타에 들어가기 전, 옆에 있는 토미타 멜론 하우스에 들렀다. 토미타 멜론 하우스에선 팜 토미타에서 생산된 다양한 농산물을 구할 수 있는 곳이지만, 이 곳의 진정한 매력은 홋카이도산 멜론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가족은 멜론 위에 아이스크림을 얹어서 먹었는데, 멜론의 부드러움과 아이스크림의 단 맛이 어우러져 눈 깜빡할 사이에 멜론 한 통을 해치울 수 있었다. 홋카이도 멜론의 맛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은 토미타 멜론 하우스에 반드시 들러보길!
팜 토미타가 인기가 있는 이유는 비록 인위적이긴 하지만, 들판 위에 펼쳐진 꽃과 밭이 도시가 줄 수 없는 아늑함과 편안함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라벤더는 이미 지고 없었지만, 가을에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꽃들이 홋카이도에 왔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고, 도시에선 경험할 수 없는 '느긋하게 여유롭게'라는 주제의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전화번호: 0167-22-3242
홈페이지: furanowine.jp
영업시간: 9am-5pm
입장료: 무료
후라노 와이너리는 후라노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와인 양조장으로, 포도재배에서부터 와인 판매까지 모든 과정이 이 곳 와이너리에서 이루어진다. 후라노 시에서 그리 멀지 않은 언덕 위에 세워진 붉은 벽돌 건물이 바로 후라노 와이너리다. 상대적으로 작고 초라해 보여 우리나라의 몇몇 양조장에 비해 특별한 것이 있을까 의심이 되었다. 실제로 건물 내부에는 와인 생산 과정을 설명해 놓은 박물관과 와인 저장고 등의 일반적인 시설만 볼 수 있다. 하지만 와이너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와인 시음이 아닌가! 후라노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다섯 종류의 와인을 시음해 볼 수 있는 것만으로 후라노 와이너리를 방문한 이유는 충분했다.
후라노 와이너리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건물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와이너리 바깥 언덕 위에 펼쳐진 포도밭에 있다. 후라노 시를 배경으로 언덕 위에 심긴 포도밭의 풍경은 후라노 와이너리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기 때문이다. 포도밭 사이를 가로지르는 드라이브는 와이너리를 들리지 않더라도 한 번쯤 해볼 만한 체험이다.
전화번호: 0167-23-1156
홈페이지: furano-cheese.jp
영업시간: 9am-5pm
입장료: 무료
후라노 치즈공장 또한 후라노 와이너리와 비슷하게 후라노의 특산물인 치즈를 내세운 곳이다. 치즈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공장을 방문하면 실제로 볼 수 있으며, 후라노 치즈로 만들어진 피자와 후라노 우유로 만들어진 아이스크림도 먹을 수 있다. 와이너리와 비슷하게 공장 건물 자체보다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이 더 매력적인 곳으로 드라이브 중에 해바라기로 뒤덮인 밭과 나무로 뒤덮인 숲을 만날 수 있다.
후라노 치즈공장에서도 공장에서 생산된 다양한 음식들을 시음할 수 있었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여러 종류의 치즈를 맛볼 수 있었지만, 우리 입맛엔 별로였다. 후라노 치즈로 만들어진 피자를 먹으며 임실치즈피자와 비교해 보고 싶었지만 점심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러진 못 했고, 숲 한가운데 세워진 공장 주변을 산책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전화번호: 0167-39-1810
홈페이지: kunenkobo.com
영업시간: 11am-3pm Fri-Wed
메뉴: 오무카레(オムカレ) ¥1,080
후라노에는 하루를 묵은 것도 아니고 반나절 동안 주변을 둘러본 것이 다기 때문에, 후라노에서 들린 맛집도 단 한 군데였다. 후라노 시내에 위치한 쿠넨코보 야마도리가 우리 가족이 점심을 먹기 위해 들린 곳이다. 쿠넨코보 야마도리의 대표 메뉴는 오무카레(オムカレ)로 오므라이스와 카레가 합쳐진 음식이라고 보면 된다. 하얀색의 오무카레와 갈색의 오무카레 두 종류가 있었는데, 나는 하얀색을 먹었다. (왠지 갈색은 일반적인 무난한 맛이었을 것 같아서) 하얀색의 오무카레는 크림 맛이 강해 느끼한 것을 좋아하는 나한테 아주 잘 맞았다. 동생은 갈색 오무카레가 훨씬 맛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아, 크림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 사람들은 갈색 카레를 먹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전화번호: 0167-22-1001
홈페이지: furano.ne.jp/marche
영업시간: 10am-7pm
후라노를 떠나 비에이로 가기 전에, 후라노 마르셰에 들러 뭔가 살 것이 있나 둘러보았다. 후라노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와인, 기념품 등을 구할 수 있는 곳으로, 홋카이도 농산물을 먹고 싶으면 이 곳에 들르면 된다. 우리 가족은 요리를 할 생각은 없었으므로 과일이나 먹을거리를 사러 후라노 마르셰에 들렀다. 비록 먹을거리는 못 구하고 기념품만 잔뜩 사 가긴 했지만, 후라노 특산물을 구경하기 위해 한 번 둘러볼 만한 멋진 곳이었다.
후라노 또한 삿포로처럼 짧게 들린 곳이라 여행기에 뭔가 부족한 것이 많아 보인다. 하지만 후라노는 삿포로와 달리 하루만 들러도 충분한 곳이기 때문에 내가 이번에 소개한 곳만 들러도 만족할 만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겨울에 스키나 보드를 즐길 것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 우리 가족은 하루를 후라노에, 다른 하루를 비에이에 투자해 여유롭게 여행을 즐길 수 있었지만, 일정이 빡빡한 사람들은 위에서 소개한 와이너리와 치즈공장을 빼고 후라노와 비에이를 하루에 봐도 될 것이다. 짧은 시간의 여행이었지만, 후라노의 아름다운 풍경은 나를 비롯한 우리 가족들의 기억에 확실히 새겨질 만큼 이국적이고 아름다웠다. 교외의 한적한 곳에서 산책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홋카이도의 후라노를 방문해 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