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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O Jun 16. 2019

잊혀져가는 그 이름, 장항 (長項)

과거의 그 번영했던 모습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가

장항이라는 이름을 듣게 된 건 전라도 여행 중 군산에 방문했을 때였다. 익산에 남아있는 백제의 흔적을 찾고 군산의 일제 시대 건물을 보면서 우리나라 역사를 되돌아보는 일정의 마지막 날이었을까. 추운 겨울 군산은 눈이 내리는 을씨년스러운 풍경이었고 빈 집으로 가득한 구시가는 공포감마저 조성하였다. 사람들이 떠난 군산 곳곳에 보이는 일제시대 건물은 그 가치를 최근에야 인정받아 깔끔한 모습으로 재단장한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금강 하구에 지어진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은 군산이 어떻게 발전하고 쇠락하는지 잘 보여주는 곳이었다. 박물관 위로 가면 금강과 서해가 만나는 곳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었다. 강이 바다로 변하기 직전 급격하게 넓어진 강 너머로 또 다른 시가지가 보였다. 군산만큼은 아니지만 수많은 배들이 정박하고 있고 굴뚝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산업의 현장. 내가 '장항읍'과 처음 맞닥뜨린 순간이었다.

새로 건설된 동백대교로 인해 군산과의 왕래가 더욱 쉬워졌다

그 후 군산을 여러 번 찾았으나 장항에 찾아갈 기회는 없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군산도 점점 변해가 구시가가 다시 활기를 띠고 젊은 사람들의 여행지로 주목받는 곳이 되었다. 일제시대 건물들은 카페나 게스트하우스로 변하면서 다시 사람을 맞이하고 있었다. 쉐보레 공장이 철수한 여파로 도시는 전반적으로 우울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지만 과거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구시가를 통해 다시 부활할 그 날을 기약하는 듯했다. 군산의 바뀌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옆동네 장항은 어떠한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군산 구시가처럼 점점 더 쇠락해가는 항구가 되어가고 있는지 아니면 일제시대의 흔적을 통해 재생하고 있는 도시가 되고 있는지 그 변화의 과정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 졌다.

장항읍의 상징인 장항제련소 굴뚝

때마침 한산모시문화제가 서천에서 열렸고, 축제와 함께 장항읍을 서천 여행의 일정에 넣을 수 있었다. 여행의 둘째 날 일정을 장항읍에서 소비했으며, 장항역의 철도를 통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에 굳이 다시 서천읍으로 돌아갈 필요는 없었다. 한 나절 동안 관찰한 장항읍의 모습은 충격을 주기도 했고 설렘을 느끼게도 했다. 장항은 아름다운 항구는 아니지만 근대 역사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었다. 금강 너머 군산과 함께 발전하고 동시에 쇠락한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현재 둘의 모습은 점차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항 산업단지에서 가동중인 공장들. 도로의 발달로 철도의 이용은 끊긴 지 오래다.

호텔 카몬

전화번호: 041-957-8899

숙박료: 더블 ₩50,000 (평일) ₩60,000 (주말)

호텔 카몬은 이름은 호텔이지만 시설은 고급 모텔 수준이다. 방도 넓고 깨끗하여 서천에 여행 온 사람들이 묵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숙박 시설 중 하나라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호텔이 가지고 있는 단점은 바로 장항읍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이다. 장항읍이 해가 지기만 하면 한밤중인 것처럼 어둑해지는 곳이라 조금만 늦어도 저녁을 못 먹는 데다 밤에 놀 거리도 없다. 게다가 호텔 주변은 예전에 창고 같은 항구 시설로 쓰였던 곳이라 빈 건물들로 둘러싸여 오싹한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호텔 카몬 주변 풍경. 창고들이 널려 있다.

그럼 동백대교를 타고 조금만 가면 화려하고 좋은 시설을 만날 수 있는 군산시내를 외면하고 이 곳에 묵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 이유는 바로 호텔을 운영하는 주인아저씨의 친절함에 있다. 입가엔 미소가 떠나지 않으며 말투 또한 친절할뿐더러 간단한 아침식사를 제공해준다. 함께 아침식사를 하며 아저씨의 신상에 대해 조사를 해보았다. 원래 리조트의 스키 또는 골프 코스를 설계하는 일을 맡고 있었는데, 리조트 사정이 어려워지자 직원을 해고하라는 상부의 지시 때문에 퇴사를 하고 서천 장항으로 내려왔다고 한다. 서천 출신은 아니지만 장항의 조용하고 아늑한 풍경이 좋아 현재 생활에 더없이 만족하고 있다고 하신다. 장항을 여행한다고 하니 명소를 하나씩 추천해주면서 함께 여행 일정을 짰다. 문을 나서 다시 장항읍 탐험을 시작하려 하자 아저씨가 작별 인사를 건넸다.

"서천이 잘 안 알려져 있어서 그렇지, 볼 만한 곳이 많아요. 아름다운 서천 여행 잘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요."


장항 스카이워크

전화번호: 041-956-5505

관람시간: 9.30am-6pm

입장료: ₩2,000

소나무 숲을 지나 해변까지 볼 수 있는 장항 스카이워크

장항항에서 장항제련소와 한솔제지 공장을 지나 서해에 다다르면 소나무가 우거진 해변을 만날 수 있다. 송림의 규모는 꽤 크며 바다 쪽으로 방향을 틀면 모래사장과 갯벌을 만날 수 있다. 여름에 바다로 뛰어들기엔 적절하지 않지만 갯벌을 통해 생태탐험을 하기엔 더없이 좋은 곳이다. 소나무 숲은 '장항 송림 산림욕장'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다. 산책로가 나 있어 조용히 사색을 즐기며 걸을 수 있으며, 높디높은 소나무들 때문에 대낮에도 어두컴컴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송림 한가운데로 들어서면 거대한 전망대가 보인다. 소나무 숲과 잘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철골 구조물은 눈에 안 띌 수가 없다. 이 곳이 바로 2016년 6월에 개장한 '장항 스카이워크'다.

장항 송림 산림욕장

높이 15m의 장항 스카이워크에 올라서면 소나무 숲보다 더 높은 곳에서 서해 바다와 장항읍을 관찰할 수 있다. 송림 앞에는 눈부신 파란 해변이 펼쳐져 있으며 하얀색 모래는 태초의 모습을 간직한 듯하다. 전망대 끝까지 가려면 바닥이 보이는 길을 한참을 걸어야 한다. 아래를 쳐다보기 무서워하는 아이들, 이게 뭐가 무섭냐고 핀잔주는 부모님들의 모습이 미소를 띠게 만든다.

송림 산림욕장 앞으로 펼쳐진 해변

전망대 끝에 다다르면 '기벌포 해전 전망대'라는 이름을 볼 수 있다. 나당 연합군에 의해 고구려와 백제가 차례로 멸망하자 당나라는 신라마저 자기들 손아귀에 넣으려 하였다. 670년부터 시작된 전쟁은 675년 당나라의 장수 이근행 (李謹行)이 이끄는 20만 대군이 경기도 양주의 매초성 (買肖城) 싸움에서 궤멸되자 신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당나라는 육로를 통해 한강 방어선을 돌파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676년 11월에 설인귀 (薛仁貴)가 이끄는 해군이 금강을 통해 신라의 측면을 공략하였다. 하지만 신라는 금강 앞 서해 바다인 기벌포에서 22번의 전투 끝에 당나라 군사를 격퇴시키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모래사장을 조금만 벗어나면 갯벌이 펼쳐진다

신라 이후 두 번의 왕조가 들어서고 민주국가로 거듭나는 동안 당시 전투의 흔적을 찾기란 어렵게 되었다. 육로가 발달하기 전 금강을 비롯한 한강, 낙동강, 영산강이 한반도 내륙으로 진입하기 위한 통로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장항과 군산이 근대에 일제의 수탈로 급격히 발전한 항구긴 하지만 그전부터 장항은 한반도를 지키기 위한 전략적인 위치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던 것이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전화번호: 041-950-0600

홈페이지: mabik.re.kr

입장료: ₩3,000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시큐리움

1980년대 말 정부는 군산과 장항을 묶어 군장국가산업단지로 개발할 계획이 있었지만 산업의 중심이 울산으로 옮겨가며 유명무실한 계획이 되었다. 무려 30년을 끌어 온 개발계획에 서천군과 군민들은 지칠 수밖에 없었고, 정부는 기존의 공업단지 대신 생태산업단지를 서천에 조성하여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려 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해양자원의 개발과 보존을 목적으로 건설된 곳이다. 해양 자원에 대한 연구∙교육뿐 아니라 관광객들이 해양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전시관도 포함하고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답게 꾸며진 버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장항 스카이워크와 지척인 거리에 있어, 서해 바다를 감상한 뒤 바닷속에 어떤 생물이 살고 있는지 확인하기에 좋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상징은 해양생물 표본 5,000점을 쌓아 올린 씨드뱅크 (Seed Bank)다. 로비 1층부터 꼭대기까지 우뚝 솟아있는 탑 내부에는 생물학 실험실에서 볼 수 있는 표본들이 층층이 쌓여 있다.

씨드 뱅크 (Seed Bank)

생물 자원관은 4층으로 올라간 다음 차례로 내려오면서 전시물을 둘러보는 구조다. 아쿠아리움처럼 살아있는 생물을 만날 수는 없지만 박제된 생물들만으로 생전의 생생했던 모습이 상상이 된다. 가장 놀랍고 신기한 표본은 바로 고래다. 고래의 뼈가 3층에 전시되어 있지만 워낙 거대한 동물이다 보니 4층에서 바라보는 것이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해양생물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종들이 바다에서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더불어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바다의 심각성을 알리는 다큐멘터리는 우리들이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플라스틱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생물들

장항의 예전 모습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해양생물자원관을 둘러본 뒤 점심을 먹기 위해 장항읍으로 향했다. 논밭을 지나 시가지로 향하는 내 맘은 씁쓸하기만 하다. 작동을 멈춘 듯한 공장을 지나 읍내로 들어서니 한참 전에 영업을 중단한 듯한 빈 가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장항은 최근에 주목받는 옆 동네 군산처럼 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폐허가 된 장항읍을 리모델링하여 '장항 도시탐험역'을 조성하고, 공장 노동자와 뱃사람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한 식당들을 모아 장항 6080 음식골목인 '맛나로'를 지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항읍의 풍경은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다. 시장은 주말임에도 몇몇 가게가 과일과 농산물을 파는 것 빼곤 다 문이 닫혀있는 상태다. 기차로 수많은 승객들이 장항으로 왔을 때 손님들을 맞이했던 여관과 여인숙은 간판만 남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말에도 한적한 장항읍내

고래식탁

전화번호: 041-956-0940

영업시간: 11.30am-8.30pm Wed-Sun

메뉴: 쉬림프 로제 파스타, 새우튀김

쉬림프 로제 파스타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이 떠난 시가지는 임대료가 저렴해 청년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 좋은 환경이 된다. 장항읍의 '고래식탁'은 한식이 주가 되는 장항읍의 식당들과 달리 파스타나 리조또를 먹을 수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장항 도시탐험역에서 철로를 지나면 나오는 식당으로 쇠락하는 장항 구시가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곳이 되고 있다. 서해 바다를 가까이 한 지리적 이점 때문인지 '쉬림프 로제 파스타'가 가장 자신 있는 요리라고 한다. 도시에서 먹는 파스타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맛이기 때문에 장항에서 파스타를 먹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다.

장항읍을 되살리기 위한 상징과도 같은 건물들

사람들은 점점 떠나고 있지만 남은 주민들은 장항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서천읍에도 없는 영화관이 이 곳에 있으며, 장항 도시탐험역에서는 트렌디한 카페를 만날 수도 있다. 그뿐 인가. 일제 수탈의 상징으로 남아있는 장항 미곡창고는 서천군 문화예술창작공간으로 거듭나 전시,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장항역 전망대에서 바라본 장항읍내

장항역과 철로를 기준으로 마주 보고 있는 기벌포 영화관은 서천군민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군산과 시내버스를 통해 연결되어 서천군의 경제가 군산에 종속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일 것이다. CGV나 롯데시네마와 같은 메가플렉스만큼 쾌적한 환경은 아니지만 영화 한 편 보러 금강 건너 군산까지 발걸음을 옮기지 않아도 되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영화관 내에 들어서면 서천의 영화 촬영지와 서천 출신 영화배우들에 대해 알 수 있다. '공동경비구역 JSA'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이 촬영된 신성리 갈대밭, '싸움의 기술', '역전의 명수'의 배경이 된 장항읍 등 이름을 들어 본 영화들이 서천을 촬영지로 택했다. 뿐만 아니라 김진규∙김응수∙설경구∙류승룡 같은 유명한 영화배우들은 서천이 배출한 슈퍼스타이기도 하다.

장항역의 도시탐험카페

아담하게 꾸며진 장항역 철로를 지나 장항 도시탐험역에 들어가 본다. 장항읍이 발전과 쇠락을 거듭했던 역사를 사진과 도표를 통해 자세하게 알 수 있다. 충청남도의 쌀은 장항으로, 전라북도의 쌀은 군산으로 수탈했던 식민지 시대 때문인지 장항과 군산은 발전과 쇠락의 역사도 함께 하고 있다. 하지만 장항읍내는 무슨 연유에서인지 군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제 시대 건물이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직 하나 남은 장항 미곡창고만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되어 있을 뿐이라 옆동네 군산에 비해 볼거리가 너무나 부족한 실정이다. 장항 도시탐험역은 이런 단점을 만회라도 하듯 장항읍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와 분홍빛으로 가득한 도시탐험 카페가 들어서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위에서 바라본 장항읍은 철도를 중심으로 발전한 모습이 역력하다. 아기자기한 장항읍내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지만 더 이상 기차가 들어서지 않는 장항역의 모습과 겹쳐보니 너무나 안쓰럽기만 하다.


국립생태원

전화번호: 041-950-5300

홈페이지: http://www.nie.re.kr

관람시간: 9.30am-6pm

입장료: ₩5,000

국립생태원의 상징인 에코리움

국립생태원은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함께 서천의 생태산업단지를 대표하는 기관 중 하나다. 군장산업단지 조성 실패로 인한 보상으로 조성된 서천 생태산업단지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산업단지라는 명칭과 달리 국립생태원은 서천에 온 방문객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관광지 중 하나로 거듭나게 되었다. 순천만 국가정원에 가 본 사람이라면 야외 정원을 보며 당시의 감동을 되새길 수도 있을 것이다. 제주의 여미지 식물원의 매력에 반한 이라면 주제관인 에코리움의 다양한 기후 속 식물들을 보며 두 식물원을 비교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국립생태원에는 북쪽의 용화실 못과 남쪽의 금구리 못 주변으로 습지 주변으로 고산식물, 건생식물, 한반도 숲 등 다양한 식물들이 심겨 있다. 다양한 식물의 모습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산책을 즐길 수 있기도 하며, 지구의 생태계에 대해 알 수 있기 때문에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에코리움의 사막관

에코리움은 하나의 생태계를 압축해 놓은 듯한 공간으로 열대관, 사막관, 지중해관, 온대관, 극지관 총 5개의 구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열대관에 들어서면 동남아시아에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더우며, 열대에서 서식하는 동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아마존에서 살고 있는 거대한 물고기들과 피라니아를 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사막관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선인장과 프레리도그, 사막여우 등의 동물을 볼 수 있다. 지중해관에선 흔히 볼 수 없는 식충식물과 다양한 종류의 파충류를 만날 수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온대관에는 제주도에서 서식하는 식물을 비롯해 멸종위기종인 수달이 있다. 밖으로 나가면 원숭이가 서식하고 있는 공간이 조성되어 있어 흥미를 더한다. 전시의 마지막인 극지관에는 박제된 동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유일하게 살아있는 동물은 극지 펭귄인 젠투펭귄과 턱끈펭귄인데 한국에서 유일하게 이들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국립생태원이라고 한다.

에코리움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들

국립생태원은 장항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로 마서면으로 옮겨진 장항역 바로 뒤편에 위치하고 있다. 내일로를 이용하는 대학생들이 찾기에도 편리하며 버스 대신 기차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여행지기도 하다.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는 이라면 국립생태원에 들러 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장항읍을 떠나며

국립생태원을 나와 장항역에서 수원으로 향하는 무궁화호를 탔다. 익산을 출발해 군산, 장항, 보령, 홍성, 예산, 아산을 거쳐가는 열차에는 의외로 사람이 많았다. 주말에 대천 해수욕장을 찾은 듯한 젊은 사람들도 눈에 띄고 내포신도시에서 떨어진 가족을 만난 뒤 다시 수도권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덕분에 장항선은 사람들로 인해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찬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장항선을 타고 있는 동안 지방 도시 또한 우리 인간들과 같이 빈부격차가 심하다는 현실이 와 닿기 시작했다. 충청남도청의 이전으로 인해 개발된 내포신도시 덕분인지 홍성과 예산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린다. 보령은 머드축제가 열리는 서해 제일의 해수욕장 덕분에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아이러니하게 사람의 발길이 적었던 곳은 장항선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된 서천이었다.

마서면으로 위치를 옮긴 장항역

기차를 타는 내내 서천과 장항이 대한민국 지방도시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마음 한 구석에서 떠나지 않는다.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고 유령도시가 되어가는 대한민국의 현실. 이미 가까운 이웃인 일본이 마주하고 있는 큰 문제인 역삼각형으로 바뀌어가는 인구 피라미드. 신문으로 접하던 현실을 실제로 마주하니 괴롭기만 하다. 결혼을 하지 않은 나도 이러한 현실에 한 몫했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문제 아닐까. 출산율이 낮은 가장 큰 원인은 나를 비롯한 대한민국 청년들이 바라는 삶의 질이 과거와 달리 턱없이 높아졌기 때문이니까.

장항선을 타며 바라 본 서천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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