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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문재 Jan 20. 2016

립턴의 금수저

토마스 립턴(ThomasLipton)은 홍차의 대명사다. 그는 부모로부터 홍차 회사를 물려받지 않았다. 립턴은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하지만 죽을 때는 금수저를 남겼다.

 

립턴은 1848년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빈민가의 다세대주택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아일랜드 출신의 유민(流民)이었다. 부모는 아일랜드를 휩쓴 대기근(Great Famine) 때문에 글래스고까지 흘러 들어왔다.    

 

아일랜드는 1845년감자잎마름병으로 황무지로 전락했다. 잇단 흉년으로 굶어 죽은 사람만100만 명을 웃돌았다. 100만 명 이상의 아일랜드인들이 먹고 살기 위해 고향을 등졌다.

 

립턴의 부모도 이민 대열에 합류했다. 예나 지금이나 타향살이는 고단하다.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다. 아버지는 날품을 팔아 가족을 먹여 살렸다. 빈곤은 립턴 가족을 떠나지않았다. 립턴의 위로 형이 셋, 누나가 하나 있었지만 모두어렸을 때 죽었다. 가난이 남긴 상흔이었다.

 

립턴도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인쇄소, 증기선 사환으로 일하며 푼돈을 벌었다. 증기선 사환으로 일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다. 선원들로부터 “미국에가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렵사리 뱃삯을 마련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5년간 미국 각지를 전전했다. 담배농장 노동자, 방문 판매사원, 경리사원을 거쳐 뉴욕 식료품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했다. 큰 돈을 모을 수도 없었다. 미국은 립턴에게는 기회의 땅이 아니었다.

 

립턴은 결국 1870년글래스고로 돌아왔다. 부모님의 구멍가게 일을 돕기 시작했다. 립턴은그 다음해 ‘립턴스 마켓(Lipton’s Market)’이라는식료품 가게를 열었다. 부지런히 일했다.

 

뉴욕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제품을 싼 값에 판매하려고애썼다. 결과는 좋았다. ‘립턴스 마켓’ 체인점을 잇달아 열었다. 체인점은300개로 늘어났다.

 

거대한 유통망을 확보하자 신규 사업을 시작했다. 저소득층도 홍차를 음미할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에 공급했다. 스리랑카(실론)에서 홍차를 들여와 싼 값에 팔았다. 도시화에 따른 소비시장 확대를 겨냥했다.

 

포장도 혁신했다. 홍차를 1/4파운드(113g)짜리 포장으로 규격화한 후 판매했다. 그 이전에는 홍차는 중량 단위로 팔았다. 홍차를 보다 쉽게 즐길수 있게 됐다.

 

립턴의 위대함은 씀씀이에서 찾아야 한다. 그는 금수저를 만들어 사회에 돌려줬다. 죽을 때 대부분의 재산을고향 글래스고에 기부했다. 그는 살아있을 때도 기부를 아끼지 않았다.

 

에드워드7세와친구처럼 지내게 된 것도 기부 때문이다. 에드워드7세는 1897년 황태자 시절 어머니 빅토리아 여왕의 재위 60주년 기념이벤트를 준비했다. 소외계층을 위한 저녁식사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3만파운드 모금 운동을 벌였다.

 

모금 운동은 어려움을 겪었다. 여왕의 즉위 기념일이 얼마 남아있지 않았는데도 모금 실적은 5000 파운드에그쳤다. 어느 날 2만5000파운드의 기부금이 들어왔다. 독지가가 누구인지를 놓고 추측 보도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립턴이 주인공으로 밝혀졌다.

 

립턴은 빛나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런 자수성가형 부자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19세기는 혁명의 시대였다.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에 힘입어 신분제 사회가 계약제 사회로 전환됐다.

 

신분제가 무너졌지만 계층이동은 쉽지 않았다. 1865년 영국의 제강업자 가운데 89%는 부르주아 계급 출신이었다. 소상인이나 독립수공업자를 비롯한 하층계급 출신은 7%에 불과했다. 사회 구조는 극심한 폐쇄성을 드러냈다. 립턴은 이런 폐쇄적 환경속에서 성공을 일궈냈다.

 

립턴이 21세기한국에서 태어났다면 금수저를 만들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회의적이다. 세계 400대 부자 가운데 65%는자수성가했지만 한국에서는 한 명도 없다. 19세기 혁명의 시대보다도 폐쇄적인 구조다.

 

계층 이동이 어려운 사회는 유리처럼 위험하다. 지나칠 정도로 경화(硬化)된 나머지언제 깨질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1)   에릭 홉스봄 지음. 정도영 옮김. 자본의 시대.1998. 한길사

2)   에릭 홉스봄 지음. 김동택 옮김. 제국의 시대.1998. 한길사.

3)   ThomasLipton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4)   EdwardVII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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