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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문재 Feb 15. 2016

국가 지배구조의 균열

개혁 과제 놓고 목소리 제 각각

단기적 이해가 장기 과제를 압도

장기적인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거버넌스 재정비 방안 고민해야 


거침없는 질주는 위험하다. 속도가 빠를수록 제어하기도 어렵다. 반작용의 세기도 강화된다. 정상을 찾기 앞서 큰 충격과 소음을 일으킨다. 


독일이 1918년 11월 항복을 선언하자 1차 세계대전도 끝났다. 4년간 사상자가 3000만 명을 웃돌았다. 인류는 ‘재앙’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수정했다. 타이타닉호 참사는 이제 ‘재앙’ 축에도 끼지 못했다. 


1차 세계대전은 무제한적인 성장 추구의 결과였다. 열강은 상품 및 원자재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경제적 팽창은 강대국의 필요조건이었다. 더 이상의 팽창이 어렵게 되자 마침내 거센 파열음을 일으켰다. 양보는굴복을 의미했다.


인류는 재앙으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했다. 자본은 더욱 그랬다. 1차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전쟁 특수도 사라졌다. 하지만 자본은 전쟁 당시의 이윤 추구 욕구를 고수했다. 


기업은 설비투자를 경쟁적으로 확대했다. 상품 공급은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수요는 공급을 따라가지 못했다. 수급불균형은 갈수록 심화됐다. 기업 수익에 대한 우려는 증폭됐다. 


뉴욕증시는 1929년 10월 24일 폭락했다. 대공황을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상당수 기업들이 줄지어 문을 닫았다. 실업자들이넘쳐나기 시작했다. 이는 곧 소비 부진을 통해 기업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후버 대통령은 이런 악순환을 방치했다. 그는 자유방임주의에 충실했다. 정부의 시장 개입에 반대했다. 시장의 자율조정 기능을 맹신했다. 큰 착각이었다. 시장은 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였다. 자유방임주의는 ‘무정부주의’로 여겨졌다. 


정부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케인즈 같은 학자가 대표적이다. 자본가들은 이런 주장을 ‘좌파’로매도했다. 좌파의 목소리는 더욱 확산됐다. 철학자 존 듀이(John Dewey)는 “대공황 이후 미국의 지식인들은 예외 없이 좌파로 돌아섰다. 차이가 있다면 얼마나 더 왼쪽으로 치우쳤는지 정도였다”고 단언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젊은 학자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기존의 사고나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이른바 정책자문단(Brain Trust)을 가동했다. 컬럼비아 대학교수들이 많았다. 

정치인들이 대학 교수들을 대거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그만큼 상황이 엄중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인식과 시각이 필요했다. 이들은 루스벨트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들은 자본주의보다는 나라와 민생을 먼저 생각했다. 정부의 적극적 시장 개입을 주장했다. 아돌프 베를(Adolf Berle) 컬럼비아 법대 교수는 “자본주의를 파괴하려는 게 아니라 살리려는 것이지만 나라에 도움이되지 않는다면 자본주의라도 기꺼이 포기할 의향이 있다”고 선언했다. 


정책자문단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들은 뉴딜 정책의 틀을 만들었다. 정책자문단은 ‘정부 규제’와‘경제 계획’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정부 주도의 지역 개발사업, 농산물생산 감축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일부 정책은 연방정부의 ‘주 정부권한 침해’라는 이유로 위헌 판결을 받기도 했다. 


정책자문단은 국가 거버넌스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렉스포드 터그웰(Rexford Tugwell)이다. 그는 컬럼비아대학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기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터그웰은 입법∙행정∙사법부에이어 정책기획부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책기획부애서 정책을 수립한 후 의회의 승인을얻으면 행정부에서 시행하자는 게 골자다. 주요 국가 과제를 위해 정치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한국의 국가 거버넌스가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공무원 연금을 개혁하자더니국민연금 개악(改惡)방안을 내놓았다. 재정적자를 축소하기는커녕 악화시킬 판이다. 장기과제는 단기적 이해의 ‘포로’로 전락했다. 


국회는 세액공제로 연말정산 과정에서 세금 부담이 늘어나자 소급 입법을 통해 환급 확대를 결정했다. 상당수는 환급 확대로 10만원 이하의 돈을 돌려받는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높이려면 연금보험료를 큰 폭으로 늘려야 한다. 1인당연간 10만원 이하의 세금도 늘리지 못하는 국회가 어떻게 보험료를 인상할 용기를 갖게 됐는지 의문이다.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를 놓고 정부와 여당조차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책에대한 신뢰는 추락한 지 오래다. 이런 국가 거버넌스(Governance)로는장기 개혁 과제는 꿈도 꾸지 못한다. 거버넌스 재정비를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 


참고문헌  

1)     Kahan, Alan. 2010. MIND vs. MONEY: The Warbetween Intellectuals and Capitalism. New Brunswick: TransactionPublishers.  

2)     에릭 홈스봄 지음. 김동택옮김. 1998. 제국의 시대.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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