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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문재 Feb 15. 2016

한국의 정치기업인

오직 로비만으로 회사를 이끌어

기업은 물론 정치까지 망쳐버려 

규제의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정치자금법도 합리적 개정 필요 


미국은 ‘기회의땅’이 아니었다. 그렇게 보일 뿐이었다. 숱한 유럽인들이 기회를 찾기 위해 미국행 배에 몸을 실었다. 상당수는 뱃삯도 없었다. 미국 도착 후 장기간 노동력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후 배에 올라탔다. 


유럽 농민들의 삶은 팍팍했다. 땅이 없으면 살아가기가 빠듯했다. 더욱이 산업혁명에 힘입어 농사도기계화됐다. 노동력에 대한 의존도는 그만큼 줄어들었다. 독일, 아일랜드 등 유럽 곳곳에서 농민들이 신세계를 향해 떠났다. 


링컨 대통령은 유럽인들의 미국 이주에 한몫을 했다. 그는 1862년 ‘자영농지조성법(Homestead Act)’을 도입했다. 자신의 ‘경자유전(耕者有田)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링컨은 “농민은 땅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남부는 ‘노예노동기반 붕괴’를 우려해 거세게 반발했지만 링컨은 밀어붙였다.


21세 이상의 기혼 남성에게 5년 이상 한 곳에 거주하면 160에이커의 연방 국유지를 공짜로 나눠줬다. 6개월간 거주하면 1에이커의 토지를 1달러25센트에 불하했다.


유럽에도 이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은 가난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곳, 희망을 실현할 수 있는 땅으로 여겨졌다. 빚을 내서라도 미국으로 떠났다.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자영농지 조성법’의 수혜 대상은 그리 많지 않았다.1862년부터 1890년 사이에 공짜로 땅은 받은 사람들은 40만 가구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동안 미국의 인구는 3200만 명이나 늘어났다. 


‘자영농지 조성법’은 유토피아적 실험으로 그치고 말았다. 법이 정치(精緻)하지 못했다. 거주 요건을 증명하는 것은 아주 간단했다. 친구 몇 명을 증인으로내세우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허술한 법은 탐욕 앞에서 힘을 쓰지 못한다. 메마른 국유지를 불하했기 때문에 경제성은 떨어졌다. 물을 확보하기 어려운 곳은 더욱 그랬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외면했다. 


투기꾼들은 다르다. 이들은 동물적인 감각을 발휘했다. 석유 및 삼림 개발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앞세워 땅을 확보했다. 공짜로 땅을 얻었으니 투자 수익도 엄청났다. 


미국은 이들에게 ‘확실한’ 기회의 땅이었다. 단지 아무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부지런하면서도 뻔뻔스럽고, 무자비해야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었다. 


철도사업도 마찬가지였다. 철도는 그 당시 최고의 ‘성장 엔진’이었다. 코넬리우스 밴더빌트는 철도사업으로 떼돈을 벌었다. 철도 사업을 시작하기전까지만 해도 그의 재산은 2000만 달러에 그쳤다. 하지만 철도사업에 뛰어든 후 16년 동안 무려 9000만 달러 이상을벌어들였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설립자 릴랜드 스탠퍼드(Leland Standford), 콜리스 헌팅턴(CollisHuntington), 찰스 크로커(Charles Croker) 등 쟁쟁한 미국 갑부들은모두 철도사업에서 큰 돈을 거머쥐었다.


철도회사들은 철도 건설 및 운영에 따른 손실을 부동산개발을 통해 보전했다. 이들은 국유지를 무상으로 취득한 후 보통 1에이커당 5달러에 팔았다.


정치권과의 뒷거래를 통해 이런 특혜를 얻어냈다. 이들은 정치를 돈으로 매수해 반대급부를 얻어내는 게임으로 여겼다. 대통령을비롯한 유력 정치인들을 구워삶았다. 정치인과 기업인이 결탁한 ‘패거리자본주의(crony capitalism)’ 행태였다.  


미국의 역사학자 버튼 폴섬(Burton Folsom)은 기업인을 두 가지 부류로 나눴다. 하나는‘시장 기업인(market entrepreneur)’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 기업인(political entrepreneur)’이다. 


시장 기업인은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싼 값에 제공함으로써경쟁력을 유지한다. 정치 기업인은 기업의 경쟁력은 형편없지만 정치권과의 뒷거래를 통해 회사를 끌고 간다. 정치 기업인의 수명은 길지 않다. 핵심 역량은 ‘로비’밖에 없기 때문이다. 로비는상황이 꼬일 때 돌파구를 만들어 줄 수 있을 뿐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보장하지 못한다. 


경남기업 뉴스로 머리가 어지럽다. 마치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를 다시 보는 느낌이다. 정치 군인은 오래전에 사라졌는데 정치 기업인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정치 군인은 정치와 군(軍)을 망치고, 정치 기업인은 정치와 경제를 결딴낸다. 


규제의 투명성을 높이되 정치자금법 보완을 병행해야 한다. 모호한 규제는 로비의 필요성을 높이고, 불합리한 정치자금법은 선거때마다 정치인과 기업인을 옥죄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1)    에릭 홈스봄 지음. 정도영 차명수 옮김. 1998. 혁명의 시대. 한길사 

2)   에릭 홈스봄 지음. 정도영 옮김. 1998. 자본의 시대. 한길사 

3)   CronyCapitalism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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