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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문재 Feb 15. 2016

무적함대의 몰락

스페인, 잘못된 세금 제도로 

강대국에서 삼류국가로 전락

정치권, 포퓰리즘에서 벗어나

나랏살림 밑그림 다시 그려야


카를로스5세는 은숟가락을 입에 물고 태어났다. 그의 아들 펠리페2세도 마찬가지였다. 왕이라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은 특별했다. 여느 왕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부모로부터 엄청난 대제국을 넘겨받았다.  


카를로스는 외가로부터 스페인을 물려받았다. 외할아버지는 아라곤왕국의 페르디난드, 외할머니는 카스티야왕국의 이사벨라였다. 페르디난드와 이사벨라는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고, 스페인을 통일했다. 


카를로스는 스페인 밖에도 많은 영지를 거느렸다. 아버지 덕분이었다. 아버지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왕가의 왕자였다. 아버지로부터 네덜란드, 나폴리, 시실리 등을 유산으로 받았다. 


횡재까지 겹쳤다. 콜럼버스는 1492년신대륙을 발견했다. 프란시스코 피사로를 비롯한 스페인 정복자들은 금과 은을 약탈했다. 약탈은 조직적 착취로 발전했다. 대규모 은광 개발을 통해 은을 캐냈다. 볼리비아 포토시에서만 무려 4만5000톤의은을 채굴했다.  


경제력은 국력이다. 스페인은 이런 막강한 국력을 오래 유지하지 못했다. 그래서 두고두고 비웃음거리가 됐다. 워털루 전투에서 나폴레옹을 깨트린 웰링턴 장군도 조롱에 가세했다. 웰링턴은 “스페인은 2 곱하기 2가 4가 되지않는 유일한 나라”라고 비꼬았다. 상식 밖의 정책으로 영락을자초한 것을 이렇게 비웃었다. 


흔히 무적함대가 영국 해군에 패한 것을 계기로 스페인의 국력이 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진실이 아니다. 영국의 과장 광고 탓이다. 자신을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 상대를 깎아 내렸다. 영국이 승리한데는 태풍의 영향이 컸다. 그래서 이 태풍을 ‘신교도의 바람(Protestant Wind)’라고 부른다. 


무적함대의 피해도 과장됐다. 함대의 2/3는 스페인으로 귀국했다. 스페인은 그 후로도 상당기간 동안 해상 지배권을 유지했다.  


경제사 전문가들은 스페인의 몰락 원인을 세금에서 찾는다. 스페인은 ‘알카발라(alcabala)’라는 세금을 활용했다. 세수 확보 효과는 엄청났지만 많은 원성을 샀다. 알카발라는 일종의 부가가치세다. 세율은 5~14%로 지역마다 달랐다. 


알카발라는 단기적으로는 세수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부작용과 폐해는 그 이상이었다. 같은 제품이라도 거래단계마다 세금을 물리다 보니 상당한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스페인 제품 가격 경쟁력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곤두박질쳤다. 반면 국내 시장을 고스란히 밀수품에 내주고 말았다.   


백성들의 살림살이는 팍팍해졌다. 신대륙으로의 이주 수요가 급증했다. 스페인의 인구는 줄어들었다. 남아 있는 사람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들의 선택은 두 가지였다. 돈도 있고,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관리가 되거나 귀족 신분을 얻었다. 관리나 귀족은 면세 혜택을 누렸다. 돈도 영향력도 없는 사람들은 집시로 전락했다. 스페인의 생산 기반은 노동력 부족으로 허물어졌다. 


해외 영지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예외 없이 알카발라를 도입했다. 세금은 주로 전비로 쓰였다. 영토 방어보다는 확장을 위한 전쟁이었다. 백성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격렬히 저항했다.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했다.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또다시 증세에 의존했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정부가 연말 정산 후폭풍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자업자득이다. 증세가 아니라고 우겼지만 소득세 부담은 늘어났다. 정부가 근로자들을우롱한 셈이다. 


첫 단추를 잘못 꿰놓고도 계속 헛발질이다. 연말 정산 세액공제 확대조치를 소급 적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정치권이라면 앞으로 증세는 말도 꺼내지 못한다. 그렇다면 결과는 뻔하다. 복지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증세조차 어렵다면 그리스의 전철을 밟을 수 밖에 없다.  


여야 모두 욕 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복지를 확대하려면 세금을 늘려야하고, 세금을 줄이려면 복지를 축소해야 한다. 큰 방향을 제시한 후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세금을 확대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세금을 얼마나 늘려야 할 지를 놓고 치열하게 토론을 벌여야 한다. 


정치권은 현재 태업(怠業)중이다. 포퓰리즘(populism) 때문이다. 포퓰리즘에 빠지면 유권자만 바라본다. 국민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만다. 우리나라에서도 2 곱하기 2는 4가 되지 못할 것 같아 걱정스럽다.  


참고문헌

1)             Adams,Charles. 2001. For Good and Evil : The Impact of Taxes on the Course ofCivilization. Maryland. Madison Books.

2)             니얼 퍼거슨 지음. 김선영 옮김. 금융의 지배. 2010.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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