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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문재 Feb 15. 2016

도박판으로 내몰린 은행

첨단 기술 지원은 높은 위험 수반

안정성 중요한 은행에는 맞지 않아

적극적 기술금융 확대 요구할 경우 

부실대출 키워 금융불안 초래 우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려고 했다. 미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공수부대 창설을 적극 지지했다. 


공수부대는 북아프리카에 이어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도 큰공을 세웠다. 공수부대의 생명은 빠른 기동성이다. 장비는아주 가벼워야 한다. 그래야 빠른 이동이 가능하다. 식량조차 최소화해야 한다. 소지한 먹거리가 기동을 방해해선 곤란하다. 


미군 병참본부는1941년 생리학자인 앤셀 키즈(Ancel Keys)박사에게 비상 전투 식량 개발을 의뢰했다. 요구 조건은 세 가지였다. 가볍고, 쉽게 변질되지 않고, 즉시 먹을 수 있어야 했다. 


키즈 박사는 하루에 2,830 칼로리를 공급할 수 있는 비상 식량을 개발했다. ‘K-레이션’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파나마 정글에서 훈련중인 공수부대원들은 3일 동안 모두 아홉 끼를 K-레이션으로 해결했다. 체중이 줄어든 부대원은 없었다. K-레이션은 성공작으로 평가됐다. 


K-레이션 개발의 일등공신은 키즈 박사와 도리오 장군(GeneralDoriot)이다.  도리오장군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다가 병참 장교로 입대했다. 도리오의 군수품 개발 지침은 단순명료했다. 그는 “병사들에게 없는 것과 병사들이 원하는 것을개발하라”고 독려했다.


미군은 도리오 장군의 지휘 아래 방수복, 전투화, 합성수지 방탄복, 합성고무등 여러 혁신적 제품을 개발했다. 합성수지 방탄복 ‘도론(Doron)’은 태평양전쟁에서 숱한 해병대원들의 목숨을 구했다. 일본이동남아시아 고무 산지를 대부분 점령한 터라 합성고무는 미국 군수산업에 큰 도움을 줬다. 


도리오는 군수품 개발을 지휘하면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바로 ‘과학의 현실적 활용’이었다. 도리오는 종전 후 하버드대학으로 돌아오자마자 ARDC(AmericanResearch and Development Corporation)를 세웠다. 전세계 최초의 벤처캐피털업체였다. 


ARDC는 창의적 아이디어는 가졌지만 돈이 없어 애태우는 학자나 발명가들에게 투자 자금을 공급했다. 도리오는 탁월한 혜안을 가졌지만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편하게 살고 싶다면 벤처투자는 생각도 하지 말라”고 말할 정도였다. 


미국의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대부분 기술 전문가로서 기업경영 경험을 갖고 있다. 그래야 투자한 기업의 경영에 참여하면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갓 창업한 벤처기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버블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멧칼프의법칙으로 유명한 로버트 멧칼프는 “버블은 혁신을 가속화한다’고주장하기도 했다. 돈이 많이 몰려야 우수한 인력도 속속 뛰어들며 첨단 기술을 개발한다는 뜻이다. 


스티븐 추(StevenChu) 전 미국 에너지부장관은 연구개발(R&D) 투자를 ‘주사위 굴리기’로 비유했다. 신기술또는 벤처기업 투자는 실패 확률이 높지만 성공하면 엄청난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ARDC는 ‘디지털 이큅먼트’에 투자해 5000배의 수익을 올렸지만 상당수 투자 프로젝트에서 쓴 맛을 봤다. 


미국의 경우 벤처 또는 첨단기술기업 투자는 철저하게 벤처캐피털의몫이다. 은행은 그쪽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은행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술금융을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이 ‘금융 보신주의 타파’를주문한 후 정부 당국은 거세게 은행권을 몰아붙이고 있다. 금융위원장은 필요하다면 ‘탈영병의 목을 치는 것’과 같은 단호한 자세를 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알아서 기술 금융을 확대하라는 얘기다. 듣는 입장에서는 ‘협박’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다. 


기술금융은 곧 중소기업 대출을 의미한다.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우수한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자금 부족으로 애를 먹는다. 제품을 생산해보지도 못하고 쓰러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은행을 주요한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하면 엄청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은행의 기술 대출 확대는 위험하다. 은행은 '남의 돈'을 제 3자에게 빌려주고 수익을 얻는다. 돈을 떼이면 존립하기 힘들다. 


은행은 안전성을 중시해야 한다. 원금 회수 가능성이 낮은 대출은 최소화해야 한다. 안전성이 무너지면 전체 신용질서가 흔들린다. 은행의 건전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IMF 외환위기때 뼈저리게 경험했다. 


은행 대출은 ‘신용’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나마 신용도 믿지 못해 담보를 요구하는판이다. 기술은 ‘신용’ 또는‘담보’의 보완재일뿐 대체재가 될 수 없다. 기술금융은 온렌딩(on-lending) 대출 같은 정책 자금이나펀드투자를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참고문헌

1)   대니얼 예긴 지음. 이경남 옮김. 2013. 2030 에너지전쟁. 사피엔스21. 

2)   GeorgesDoriot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3)   K-ration-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4)   Paratrooper-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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