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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문재 Feb 15. 2016

나폴레옹의 패인(敗因)

국민 저항 우려로 증세를 꺼려

전쟁 통한 약탈로 재정을 확충 

전비 부족은 결국 패전을 초래

건전 재정은 국가 운명을 좌우


“황제 폐하 만세! 공화정 타도! 증세 반대!”


나폴레옹 황제는 개선문을 통과했다. 파리 시민들은 환호를 질렀다. 나폴레옹은 그다지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전율을 느꼈다. 등에서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나폴레옹은 잘 알고 있었다. 민중은 야누스였다. 환호는 언제 규탄으로 바뀔지 모른다. 파리 시민들은 10여 년 전 단두대에서 루이 16세의 목을 잘랐다. 충성스런 신민(臣民)이라도 여차하면 폭도로 변한다. 


프랑스 대혁명은 국가 재정 불안에서 비롯됐다. 국민들은 과도한 세금 부담에 반발했다. 결국 왕정은 무너지고 말았다. 국민회의는 정권을 장악한 후 세금 문제만큼은 조심스레 접근했다.


국민회의는 1790년 소금세를 폐지했다. 소금은 음식 저장을 위해 필수적이다. 소비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겼다. 세금을 걷기도 쉬웠다. 재정 확충에는기여했지만 역진적 성격이 짙었다. 부유하건 가난하건 세금 부담은 비슷했다. 당연히 민중의 불만이 컸다. 


국민회의는 대안으로 소득세를 도입했다.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의회에 소득의 1/4을 기부하도록 요구했다. 소득세는 그저 아이디어 차원에 그치고 말았다. 세금을 징수할 관료조직이 정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만한 게 교회였다. 국민회의는 교회가 가진 토지를 담보로 채권을 발행했다. 하지만 토지를 처분한 후 원리금을 상환치 않았다. 채권은 휴지조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나폴레옹은 국민회의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했다. 세금은 나폴레옹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소작농을 비롯해 프랑스 국민상당수가 ‘자신들은 세금을 없애기 위해 싸운 것’이라고 여겼다. 세금 확대는 국민들의 거센 저항을 자초할 게 뻔했다.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다양한 세금을 동원했다. 물론 세금 부담도 그리 크지 않았다. 조세저항을 우려해서다. 토지세, 면허세, 통행세등을 줄줄이 도입했다. 토지에 세금을 물리는 동시에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연간 임대료의 10%를 면허세로 징수했다. 마차,난로, 심지어 하인에 대한 세금까지 부과했다. 일종의 재산세인 창문세도 도입했다. 창문이 많을수록 세금 부담도 늘어났다. 


민중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대표적인 게 통행세였다. 도시 입구에 톨게이트를 세워놓고 세금을 거뒀다. 하지만 이곳 저곳에서 민중들이 톨게이트에 불을 질렀다.  


나폴레옹이 도입한 세금은 대부분 합리적이고 공정했다. 하지만 전비(戰費)를 충당하기에는부족했다. 나폴레옹은 고육지책을 동원했다. 전리품을 재원으로 활용하려고 했다. 전쟁을 통한 약탈을 재정 확충 수단으로 삼았다. 지속불가능한 모델이었다. 


영국은 달랐다. 그당시 영국 총리는 윌리엄 피트(William Pitt) – 소(少) 피트 –였다. 피트는 재무장관을 겸직하며 재정 확충 방안을 고민했다. 소비세, 토지세 등 다양한 세금을 도입한 데 이어 마침내 소득에도눈을 돌렸다. 


피트는 소득세 도입 방침을 밝혔다. 영국 조야(朝野)가 발칵뒤집혔다. 영국은 이미 600년 전 왕권으로부터 국민의 자유를보호하기 위해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를 도입했다. 소득세를 부과하려면 소득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이는곧 권력에 의한 자유의 침해, 나아가 폭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다.  


피트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그는 “프랑스와의 전쟁이 끝나면 6개월 후 소득세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공언(公言)은 공언(空言)으로 전락했다. 소득세는 1801년 도입된 후 1816년까지 시행됐다. 그만큼 소득세의 재정 기여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영국은 1875년 다시 소득세를 도입했다. 소득세만한 강력한 재정확충 수단은 없었다. 


경제사 전문가들은 소득세를 ‘나폴레옹을 쓰러트린 세금’이라고 표현한다. ‘재정 안정’이 영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영국은 넉넉한 재정을 바탕으로 해군력을 키우는 동시에 동맹국을 지원했다. 


여당 대표가 증세 필요성을 언급했다. 복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증세는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증세’라는 말조차 입에 담는 것을 꺼린다. 오히려 ‘확장 재정’을 강조한다. 말이 좋아 ‘확장’이지 ‘적자 재정’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  


정부는 확장 재정을 통해 경기가 호전되면 세수(稅收)도 늘어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가능성일 뿐이다. 낙관론을 전제로 한 것이다.


여야가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장기 플랜을 마련해야한다. 누가 집권하더라도 재정 건전성은 필수다. 재정 확대, 복지 수요 확충 등에 대비해 증세를 위한 컨센서스를  모아야 한다. 재정 건전성이 훼손되면 그 자체가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1)             Adams,Charles. 2001. For Good and Evil : The Impact of Taxes on the Course of Civilization. Maryland. Madison Books. 

2)             케네스 모건 엮음. 영국사학회 옮김. 1997. 옥스퍼드영국사. 한울아카데미.

3)             William Pitt the Younger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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