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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문재 Feb 15. 2016

천리마를 얻는 법

연나라 소왕 인재 영입을 위해 

파격적 자세로 정성을 기울여 

같은 생각과 진영을 고집하면 

쇄신 약속은 물거품으로 전락


연(燕)나라 소왕(昭王)은 분노의 눈물을 삼켰다. 왕위에 올랐지만 참극의 결과였다. 아버지 쾌왕(噲王)은 비참하게 삶을 마감했다. 제(齊)나라 병사들에게 들개처럼 쫓기다가 목숨을잃었다.  


때는 전국(戰國)시대 중기. 약육강식의 시대였다. 약소국은 물론 제(齊), 조(趙), 진(秦)나라 등 강대국조차 ‘아차’하는 순간 몰락을 맞았다. 연나라도제나라에 유린당한 끝에 사실상의 속국으로 전락했다. 


소왕은 복수를 위해 ‘국가 개조’를 다짐했다. 내정과 외치의 혁신이 필요했다. 그렇지 못하면 복수는 망상으로 끝나고 만다. 연나라는 제나라에 비해 인구도 적고, 국력도 약했다. 재상 곽외(郭隗)는 “대망을 이루려면 뛰어난 인재를 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왕은 “어떻게 하면 뛰어난 인재를구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곽외는 옛 일화를 들려줬다. 


옛날에 어떤 왕이 1,000금을주고서라도 천리마를 얻으려고 했다. 천리마란 하루에 천리(400㎞)를 달릴 수 있는 말을 가리킨다. 하지만 3년이 지나도 천리마를 구하지 못했다. 말단 환관(宦官)이 “임무를 맡겨주면 반드시 천리마를 구해 오겠다.”고나섰다. 

 

왕은 환관에게 1,000금을 내줬다. 환관은 사방팔방으로 돌아다닌 끝에 천리마를 발견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말은 이미 죽어 있었다. 환관은 “천리마는 죽었더라도 천리마”라며 무려 500 금을 주고 말 머리를 샀다. 

환관이 왕궁으로 돌아와 보고하자 왕은 격노했다. 왕은 “어째서 죽은 말을 500 금이나 주고 사온 게냐?”라고 따져 물었다. 


환관은 차근차근 설명했다. 


“전하께서는 죽은 천리마를 500 금을 주고 사셨습니다. 사람들은 ‘살아 있는 천리마라면 그 이상을 받을 것’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이런말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소문이 날 것입니다. 이제 곧 천리마를 팔겠다는 자가 나타날 것입니다.”


환관의 말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왕은 1년이 지나기 전에 천리마를 세 마리나 얻을 수 있었다. 


소왕은 천리마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했다. 마침내 천리마를 찾았다. 약소국 중산국(中山國)의 장수 악의(樂毅)였다. 중산국은 거듭된 실정으로 멸망 직전이었다. 악의는  조(趙)나라의 공세에 맞서 고군분투했다. 5.000명의 병력으로 10만 명의 적과 싸웠다. 


소왕은 ‘천리마 값’이라며 2,000금을 악의에게 은밀히 넘겨줬다. 참으로 위험천만한 도박이었다. 조나라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연나라는온전할 수 없었다. 악의는 군자금으로 활용했다. 중과부적이라 오래 버티지는 못했다. 악의는 왕실을 보전해 주는 것을 조건으로 항복했다. 


온갖 정성을 들인 끝에 소왕은 악의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악의는 군비(軍備)를 확충하는 한편 외교를 통해 제나라를고립시킬 것을 권고했다. 조나라를 동맹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태자를 볼모로 넘겨줄 것을 건의했다. 


태자는 이 사실을 알고 악의를 모함했다. 소왕은 태자를 질책했다. 왕은 “악의를 욕하는 것은 나를 매도하는것”이라며 태자를 채찍질했다. 왕은 교육을 소홀히 했다는이유로 태자의 스승을 처형했다. 


악의는 연나라를 위해 분골쇄신(粉骨碎身)했다.단기간에 연나라 군사를 강병으로 만들었다. 마침내 때가 왔다. 악의는 기병 5000명을 이끌고 제나라 수도 임치를 점령했다. 제나라 민왕(湣王)은 가까스로 왕궁을 탈출했지만 연나라군사들에게 쫓겨 망명 길에 올랐다.  소왕은뛰어난 인재를 등용한 덕분에 자신의 꿈을 이뤘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인사 문제로 상처를 입었다. 임기 2년 차에 벌써 ‘레임덕’ 얘기가 나올 정도다. 총리 유임 결정은 현 정권의 국정 쇄신 역량을의심케 만들었다. 인재 풀(pool)에 대한 우려로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같은 생각, 비슷한 인식으로는 ‘쇄신’커녕 ‘작은 변화’조차가져올 수 없다. 


정부 여당은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한다”고 불만을 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야당의 격렬한반대에 부딪치면 한 발도 앞으로 전진하기 어렵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인재 풀에 포함시켜야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 수 있다. 한 목소리, 같은 지역, 동일한 진영을 벗어나야 인재 풀도 넓히는 동시에 국민의 지지 기반도 확대할 수 있다. 


천리마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파격적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후라야 쇄신도 가능해진다. 


참고문헌 

미야기타니 마사미츠(宮城谷昌光) 지음. 오근영 서혜영 옮김. 악의.2000. 악의. 다리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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