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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문재 Feb 15. 2016

제퍼슨 대통령의 변절

미국의 미래와 국익을 위해 

스스로 분권 주장을 저버려 

‘조직 보호’보다는 참교육에

치중하는 게 전교조의 과제


1804년 2월 16일밤 미국 해군 특공대는 트리폴리 항구의 해적을 급습했다. 이슬람 해적들은 1803년 10월 31일트리폴리 인근에서 좌초된 미국 군함 필라델피아호를 나포했다. 


스티븐 디케이터(StephenDecatur) 중위가 이끄는 특공대는 필라델피아호를 지키던 해적들을 불과 10분 만에 제압했다. 특공대는 필라델피아호를 점검했다. 미국으로 배를 끌고 가기 위해서였다. 필라델피아호는 엉망이었다. 해적들은 배를 전혀 손보지 않았다. 이런 상태라면 바다로 나가자마자 침몰할 게 뻔했다. 


디케이터 중위는 부하들에게 필라델피아호에 불을 지르라고 명령했다. 해적들이 수리 후 전함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미국은 이 작전에서 단 한 명의 인명 손실도 입지 않았다. 소말리아 해적들로부터 삼호 쥬얼리호선원들을 구출한 ‘아덴만 여명작전’과 흡사했다. 영국의 넬슨 제독은 ‘가장 용감하고 대담한 군사 작전’이라고 격찬했다. 


신생 독립국 미국이 해외 군사 작전을 감행한 것은 바로‘독립’ 때문이었다. 독립전까지만 해도 미국 상선은 영국 해군의 보호를 받았다. 독립은 자유를 가져다 주는 동시에 상당한 비용을 요구한다. 스스로를 지키려면 군비(軍備)는 필수다. 


영국 해군의 보호막이 사라지자 북아프리카 이슬람 해적들은 미국 배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미국인들을 포로로 붙잡은 후 막대한 몸값을 요구했다. 몸값을 지불하자 아예 정기적인 상납을 요구했다. 금액도 매년 뛰어올랐다. 마침내 연간 상납 금액이 200만 달러를 넘어섰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지 못하면 정부는 존재할 이유가없다. 해적에게 정기적으로 상납하는 신세라니 나라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마침내 미국은 함대를 파견, 해적들을 소탕하기로 했다.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은 1801년 대통령 취임 후 함대 파견을 승인했다. 필라델피아호를 비롯한 4척의 군함으로 함대를 편성했다. 필라델피아호는 좌초됐지만 나머지 군함은 이슬람 해적 소탕 작전을 벌였다. 


미국은 육로를 통한 공격도 병행했다. 윌리엄 이튼(William Eaton)장군은 알렉산드리아에서 사막을 800km나 가로질러 더나(Derna)를 점령했다. 미국의 전략적 목표는 단 하나였다. 미국 선박의 항해 안전이었다. 미국은 마침내 1805년 이슬람 해적들로부터 항복을 받아냈다. 


‘대서양 항해 안전’은 ‘영토확장’과 함께 제퍼슨의 위대한 업적으로 평가된다. 제퍼슨은 자신의 원칙을 훼손해가며 이런 위업을 이뤘다. 제퍼슨은 중앙 정부의 권한 확대에 반대했다. 하지만 중앙 정부가 강력하지 않으면 해외 파병은 불가능했다.


미국의 지도층은 독립 후 연방파와 반(反)연방파로 갈라섰다. 연방파는 중앙정부의 권한 강화를 추진한 반면 반연방파는 분권을 주장했다. 반연방파는 얼마 후 공화당(Republicans)로 이름을 바꿨다. 제퍼슨은 공화당의 지도자이자 이론적 스승이었다. 


제퍼슨은 지방분권을 가장 바람직한 정치체제라고 여겼다. 그는 중앙 정부의 권한 강화가 폭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연방 정부를 오히려 강화했다. 


제퍼슨은 권한 밖의 일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루이지애나를 프랑스로부터 6000만 프랑에 사들였다. 외국 영토 취득은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권한 밖이었다. 루이지애나를 관통하는 미시시피강은 미국의 동맥이나 다름없다. 


변절은 미국의 국익을 위한 선택이었다. 제퍼슨은 노예제 옹호 등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가장 위대한 대통령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전교조가 교육부와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교육부가 ‘법외노조 판결’ 직후전임자의 복귀명령을 내리자 전교조는 집단 행동을 결정했다. 법외노조 판결은 전교조가 해직 교사들에게조합원 자격을 인정한 데서 비롯됐다. 


전교조는 고난을 함께 한 동지를 버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조직 결속을 위해서도 불가피한 선택이다. 하지만 이는 전교조의 입장일 뿐이다. 전교조의 주장대로라면 ‘초(超)기업단위노동조합’이 허용돼야 한다. 여기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전교조는 ‘조직보호’보다는 ‘참교육’을우선해야 한다. 참교육에 전념하면 조직은 자연스레 강화된다. 상당수 국민들이 ‘참교육 실천’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냈지만 한미 FTA 저지 투쟁은 외면했다. 때로는 작은 원칙의 훼손도 필요하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대승적 변절’이다. 


참고문헌 

1)   앙드레 모로아 지음. 신용석 옮김. 1983. 미국사.홍성사.

2)   FirstBarbary War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3)   StephenDecatur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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