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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문재 Feb 15. 2016

패거리 자본주의의 망령

전문가 양성은 많은 교육비 필요 

민간 전문가의 공직 임용 확대는

부유층의 영향력 더욱 키울 수도

견제와 감시 통해 특권 배제해야


윌리엄 셔먼(William Sherman)은 율리시스 그랜트(Ulysses Grant)와 함께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명장(名將)이다. 셔먼은 그랜트와 함께 협공작전을 편 끝에 남군의 항복을 받아냈다. 


셔먼은 조지아, 캐롤라이나에서남군을 차례차례 무너뜨리면서 ‘초토화(焦土化) 작전’을 구사했다. 철도는 파괴했고, 마을은불태워 잿더미로 만들었다. 적(敵)이 숨어있을만한 곳은 모조리 불태우라고 지시했다.  


전쟁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북군도 추가 징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가난한 사람만 군대에 끌려간다는 비난 여론이 비등했다. 셔먼은 병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점령지역을 지키기 위해 병사들을 배치하는 것을 ‘전력 분산’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나의 혹독한 처사를 비난한다면 ‘전쟁은 어디까지나 전쟁’이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지휘관이 ‘초토화작전’을 명령하자 병사들은 약탈을 당연한 권리로 여겼다. 장롱을 뒤져 귀중품을 빼앗았고, 심지어 옷까지 강탈해 고향으로 보냈다. 


남부의 지배층은 모든 것을 잃었다. 집은 잿더미로 전락했고, 농장은 쑥대밭으로 바뀌었다. 사랑하는 아들들은 전쟁터에서 팔 다리를 잃거나 영원히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남부 주민들의 한(恨)은 하늘을찔렀다. 정숙한 부인들조차 “양키(북군 병사)들의 목을 비틀어 죽이는 게 소원”이라며 눈물을 삼켰다. 


전쟁 후 농민들의 삶은 버거웠다. 대규모 농장은 해체됐다. 경제적 기반이 와해되자 상당수 지주는 영농자금을은행 대출로 조달했다. 상당수가 빚 때문에 빈농(貧農)으로 전락했다. 


전쟁 전에는 스스로를 ‘버지니아사람’, ‘사우스 캐롤라이나 사람’, ‘테네시 사람’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자 한가지 표현만 사용했다. 너나 할 것 없이 ‘가난한 남부 사람’으로 통일됐다. 


연방정부도 위기 의식을 느꼈다. 공무원을 파견해 실태 파악에 나섰다. 올리버 켈리(Oliver Kelly)도 그 중 하나였다. 그는 농민들이 가난에서벗어나려면 단체를 결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여겼다. 서로 정보나 도움을 주고 받는 게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는 1867년  ‘그레인지(Grange)’라는농민단체를 결성했다. 


그레인지는 순식간에150만 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단결은 곧 힘이다. 그레이지는 협동조합운동으로 발전했다. 농기계, 의류 등 다양한 제품을공동 구매함으로써 회원들의 살림살이에 도움을 줬다. 


회원이 늘어나자 정치적 영향력도 확대됐다. 정치인들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유권자 집단이었다. 정치인들은 그레인지의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농민들은 철도 요금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요금 체계가 불공정했기 때문이다. 철도회사들은 사회지도층 인사들에게는‘1년 정기 승차권’ 형태로 싼 요금을 적용했다. 반면 일반인들에게는 비싼 요금을 물렸다. 장거리보다는 단거리 요금이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연방정부는 1887년연방거래법에 따라 연방거래위원회(Interstate Commerce Commission : ICC)를설립했다.  ICC는 철도회사들의요금 차별화 정책을 규제했다. 연방거래법은 “주(State) 단위를 넘어서 영업을 하는 철도 등 운송회사는 ‘공정하고합리적인’요금을 책정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철도회사들은 저항했다. 연방 대법원까지 동원했다. 법원은 “ICC가요금을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판결했다. 기업인들이 판사들과의 친분을 이용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전형적인 ‘패거리 자본주의(crony capitalism)’ 행태였다. 정부와 기업 관계자들이 친분을 통해 나눠먹기식으로 사익을 추구했다. 의회가 새로운 규제 입법을 추진했지만 그때마다 반발에 부딪쳤다. 


정부가 ‘관피아’해법으로 민간 전문가 채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행시를폐지하고, 개방형 충원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채용방식의 개선도 필요하지만 ‘견제’와 ‘균형’도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민간전문가와 5급 공채 출신이 서로 ‘견제’보다는 ‘나눠먹기’에 치중한다면‘개악(改惡)’으로 전락하고만다. 


법학전문대학원은 막대한 교육비 부담 때문에 평범한 집에서는엄두도 내기 어렵다. 민간 전문가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로올라서기 앞서 많은 교육을 필요로 한다. 집에 돈이 없으면 전문가로 올라서기도 그만큼 힘들 수 밖에없다.  


이런 방식의 공무원 채용은 ‘패거리 자본주의’를 심화시킬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 중국의 ‘태자당’같은특권적 지배계층이 등장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견제’와 ‘감시’를 통한 특권의배제다. 


참고문헌 

1)   앙드레 모로아 지음. 신용석 옮김. 1983. 미국사.홍성사.

2)   Means, Howard. 2001. Money &Power. New York : John Wiley & S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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