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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문재 Feb 15. 2016

사또와 세리(稅吏)

민생침해 사업자에 대한 세무조사 

부정적 세금 인식 심어줄 우려 커

세금을 징벌적 수단으로 쓰기보다

공동 구매로 생각하도록 유도해야 


디아스포라(Diaspora)는 서럽다. 온갖 차별과 불이익에 눈물을 흘린다. 선진 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시공을 초월한 사실이다.


고대 아테네도 그랬다. 아테네는 자유를 실현하면서 문명을 건설했다. 인류 최초다. 그 이전에는 모든 문명이 전제 군주 아래서 이룩됐다. 문명과 자유는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여겨졌다. 아테네는 자유를 훼손치 않고 문명을 건설했다. 


모든 이가 아테네에서 자유를 누린 것은 아니다. 자유는 아테네 시민들에게만 허용됐다. 아테네는 무역국가였다. 상당수 외국인 노동자와 상인들도 도시에 거주했다. 아테네 시민들은 외국인을 ‘메틱(metic)’이라고 불렀다. 이들 입장에서 아테네 시민권은 엄청난 특권이었다. 


아테네는 무역국가이자 국제도시였다. 국제 결혼이 흔했다. 아테네는 시민권을 제한했다. 부모 가운데 어느 한쪽만 아테네 시민일 경우에는 시민권을 주지 않았다. 출생기록을 위조하는 경우도 많았다. 자식들이 아테네 시민으로서 특권을 누리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그게 부모의 마음이다. 


아테네 시민의 특권은 토지 소유권과 면세로 요약된다. 아테네는 외국인에게 인두세(head tax)를 부과했다. 아테네는 인두세를 ‘메토이키온(metoikion)’이라고불렀다. 외국인만 내는 세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남성은 1 드라크마, 여성은 0.5 드라크마를 인두세로 냈다. 1 드라크마는 현재 미국 달러화로 따지면 약 41달러에달한다. 아테네 시민들은 인두세를 내지 않았다. 


외국인은 토지도 소유할 수 없었다. 외국인이 땅을 소유하거나 인두세를 내지 않다가 적발되면 엄중한 제재를 받았다. 토지는 몰수하고, 무거운 벌금을 물렸다. 신고자에게는 벌금의 50%를 포상금으로 지급했다. 특권의 희석을 막기위한 포석이었다. 


그 당시 시대정신으로는 인두세는 일종의 ‘주홍글씨(scarlet letter)’였다. 아테네에서는 어떤 형태이든 직접세는 굴욕적인 함의를 가졌다. 특히인두세는 가장 수치스러운 상징으로 통했다. ‘열등한 존재’라는 징표였다. 


아테네 시민들은 직접세를 사유재산권의 침해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직접세를 혐오했다. 사유재산권은 자유의 상징이다. 재산권을 마음대로 행사하지도 못하는 곳에서는 자유를 입에 담을 수 없다. 이는 시공을 초월한 진리다. 고대 그리스 시대로부터 2000여년이 흐른 후 존 로크는  “재산을 소유할 수 없다면 노예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구스타브 글로츠(GustaveGlotz) 전 파리대 교수는 “그리스 민주정치와 페르시아 전제정치의 차이는 바로 ‘사유재산권’에서 비롯됐다”고지적했다. 전제 정치의 핵심은 약탈적 세금이라는 주장이다. 


아테네 시민들도 이따금 직접세를 부담했다. 전쟁이 일어나면 전비 조달을 위해 ‘에이스포라(eisphora)’라는 임시 소득세를 거뒀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면 폐지됐다. 오히려 전쟁에서 승리하면 전리품을 재원으로 세금 환급 조치를 취했다.  


아테네 시민들이 낸 세금은 대부분 간접세였다. 수출입 등 상거래 행위와 사회 인프라 사용 대가였다. 항구를 이용하면 2%의 세금을 부담했다. 항구 이용 및 해적으로부터의 보호 비용 명목이었다. 해적들이 많이 출몰하는 항로를 이용할 때는 세율이 10%까지 올라가기도했다. 


세금은 공적 서비스를 공동 구매하는 개념과 비슷했다. 시민들은 기꺼이 세금을 부담했다. 그래서 탈세에 대한 제재도 가혹했다. 탈루세액의 10배를 벌금으로 부과했다.   


복지 확충은 보다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한다. 세금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세금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세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면 재정 확충도 그만큼 어려워진다. 


국세청은 불법 사채업자,불량식품 유통업자, 고액 수강료 학원 등 민생침해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고발표했다. 불량식품은 형법으로 다스려야 하고, 고액 수강료는 시장에서 수급을 통해 적정 수준을 찾도록 유도하는 게 맞다. 


세금을 징벌 수단으로 삼는 것은 시대착오다. 민생침해 사업자에 대한 세무조사 및 세금 추징은 조선시대 ‘사또’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행정권에 사법권을 틀어쥐고 “네 죄를 네가 알렸다”라고 다그치는 것 같다.


국세청은 세법에 따라 세금을 징수하는데 충실해야 한다. 징세 과정에 섣부른 도덕적 판단을 이입하면 세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킬 뿐이다. ‘사또’식 접근은 21세기 복지사회에는 맞지 않는다. 


참고문헌 

1)             Adams,Charles. 2001. For Good and Evil : The Impact of Taxes on the Course ofCivilization. Maryland. Madison Books. 

2)             존 로크 지음. 강정인, 문지영 옮김. 2013.통치론. 까치.   

3)             GreekDrachma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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