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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문재 Feb 15. 2016

붉은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의 불평등 비판

일부선 공산주의라고 몰아 붙여 

인간 존중이 기본적 메시지인데

이를 왜곡하는 것은 코미디일뿐


“그런 자가 교황이라니! 바나나나 팔아 먹고 있어야 할 작자가…”


스펠만 추기경은 분을 참지 못했다. 콘클라베 결과를 인정할 수 없었다. 비오 12세가 1958년 서거하자 후임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가 열렸다. 흰 연기는 좀처럼 피어 오르지 않았다. 투표가 무려 12차례나 진행됐다. 마침내 베니스 교구를 이끄는 안젤로 론칼리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됐다. 그는 농민의 아들로 대표적인 개혁파 인사였다. 스펠만추기경은 신임 교황을 적대시했다. 그래서 콘클라베가 끝나기 무섭게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론칼리 추기경은 78세의나이로 교황 자리에 올랐다. 교황 요한 23세다. 보수적 성향의 추기경들은 론칼리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그에게 표를 던졌다. 바로 나이 때문이었다. 앞으로 살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계산이 작용했다. 다음 교황을 뽑기 위한 콘클라베가 곧 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보수파의 계산은 어그러졌다. 요한 23세는 “숨이 막힐 것 같은 바티칸에 새로운 공기를 불어 넣을 것”이라고 다짐했다.그는 취임하자마자 파격적 인사로 허를 찔렀다. 밀라노 교구의 지오반니 바티스타 몬티니 대주교를추기경으로 임명했다. 몬티니 추기경은 5년 후 요한 23세로부터 교황 자리를 이어받았다. 바로 바오로 6세다. 보수파는 요한 23세와몬티니 추기경을 ‘좌파’로 간주했다. 


요한 23세는 대못을 박았다. 23명의 진보적 사제를 추기경으로 임명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제 3세계 출신이었다. 추기경 회의의 보수적 색채를 지우기 위한 포석이었다. 요한 23세는 ‘극단주의자들(ultras)’ – 교황은 바티칸의 보수적 사제들을 이렇게불렀다 –의 개혁 저지 노력을 무산시키는 것을 자신의 과제로 삼았다.


새 교황은 질풍노도처럼 개혁을 추진했다. 교회가 사회 변화와 경제 개혁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주의자는 물론 공산주의자들과의 대화도 적극 추진했다. 후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바티칸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교황은 해묵은 전통을 과감히 떨쳐버렸다. 엄격한 교회법을 사회 변화에 맞게 바꿨다. 가톨릭 교도와 비(非)가톨릭 교도간의 결혼도 용인했다. 그는 ‘분홍색 교황(Pink Pope)’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요한 23세가 1963년 서거한 후 바오로 6세가 취임했다. 보수파로서는 ‘갈수록 태산’이었다. 미국 CIA는 “바오로 6세가 전임자보다 더 급진적”이라고 평가했다. 비오 12세 시절 교황청에서 밀라노 교구로 쫓겨난 것도 지나친 개혁적 성향 때문이었다. 


CIA의 평가는 정확했다. 바오로 6세는 종교적 다원주의 및 개종 권유 자제 등을 지지했다. 바티칸의구조조정을 진행하는 한편 교황청 주요 보직에 비(非)이탈리아인들을 앉혔다. 


바오로 6세는‘공산주의자’ 딱지까지 달아야 했다. 그는 “선진국들이 남아 도는 돈을 후진국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교황의주장 하나 하나가 공산주의의 재탕”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공산주의자 교황이 등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미국의 방송진행자 러시 림바우는 “교황의 주장이 완전한 공산주의”라고 비판했다. 교황이 권고문을 통해 전세계적인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자 이런 반응이 나왔다. '붉은 교황'이라는 딱지를 붙인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높다. 이런 비판을 ‘공산주의’라고 몰아붙이면 월가에 구제금융을 제공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버냉키 FRB 의장도 공산주의자로 분류하는 게 맞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간에대한 사랑’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끊임없이 이어지는교회의 전통이다. 종교인이 ‘배제’와 ‘불평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120여 년 전 교황 레오 13세는 노동헌장(Rerum Novarum)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검소하면서도 품위있는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임금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오 13세는 공산주의에 반대하면서도 “규제가 따르지 않는 자본주의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조화로운 사회를 위해 교회가 사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적은 레오 13세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교황의 비판을 ‘공산주의’라고 매도하는 것은 코미디다. 달을 보라는 데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참고문헌 

1)             Kahan,Alan. 2010. MIND vs. MONEY: The War between Intellectuals and Capitalism. NewBrunswick: Transaction Publishers.  

2)             Williams,Paul. 2003. The Vatican Exposed. New York: Prometheus Books. 

3)             RerumNovarum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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