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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문재 Feb 15. 2016

21세기의 프로메테우스

자선은 인류를 위한 사랑의 실천

정부나 시장도 이루지 못할 과제

끊임없는 도전 정신을 통해 해결   

인류 문명의 지속적인 발전 모색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 아이스킬로스(Aeschylus)는 ‘자선(Philanthropy)’이라는말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사용했다.  BC5세기 자신의 비극 ‘바위에 묶인 프로메테우스(PrometheusBound)’에서다.  


자선의 원뜻은 ‘인류애(人類愛)’다. 인간에 대한 사랑을 가리킨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로부터 불을 훔쳐 인간에게 넘겨줬다. 불은 인간을만물의 영장으로 올라서게 했다. 인간은 불을 이용해 문명을 일으켰다.불이 없었다면 금속 도구나 건자재는 등장할 수 없었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내준 대신 말 못할 고통을자초했다. 코카서스 바위에 쇠사슬로 묶인 채 날마다 독수리에게 간을 쪼여 먹히는 형벌을 받았다. 인류애를 실천한 대가치곤 너무 가혹했다. 


아이스킬로스가 ‘자선’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것은 그리스의 지적 전통과 무관치 않다. 그리스인들은공동체에 대한 봉사를 최고의 미덕으로 여겼다. 공동체 전체의 발전을 이끄는 게 자유인의 책무라고 생각했다. 


체육이나 군사훈련은 장려했지만 노동은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체육이나 군사훈련은 공동체를 적(敵)으로부터지켜내기 위한 공익활동으로 간주됐다. 반면 자유인이 돈을 벌기 위해 노동에 종사하는 것은 수치로 여겼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기본적인 욕구 충족 이상 수준의 부(富)를 추구하는것은 공동체의 이익을 훼손할 수 있다고 가르쳤다. 


기독교의 확산과 함께 부(富)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심화됐다. 부를 쌓는 것은 물론소유하는 것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표시했다. 심지어 무역조차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St. Augustine)는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기 전까지는 사유재산이라는 것은 존재하지도 않았다”며 “훌륭한 기독교인이라면 재산을 모으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종교 개혁을 계기로 부(富)에 대한인식은 달라진다. 종교 개혁은 부의 축적과 상거래를 장려했다. 경제적성공을 거두는 것을 하나님의 은총으로 간주했다.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부를 쌓으라고 독려했다. 금욕을 동시에 강조함으로써 자본 축적을 촉진했다.  


특히 장 칼뱅은 자본주의 발전에 눈부시게 기여했다. 그는 종교개혁가이자 경제 철학자였다. 마르틴 루터는 대금업에 반대했지만칼뱅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합리적인 수준의 금리를 적용하고, 가난한사람들을 착취하지 않는다면 대금업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칼뱅은 대부업에 기회비용 개념을 도입했다. 그는 이자는 특정한 돈벌이를 포기한 데 따른 대가로 간주했다. 금융시장도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금융시장의 발전은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자선’은 칼뱅에 힘입어 현대적 의미를 확보했다. 본질은 인류애(人類愛)지만 형식은그리스 시대 때와는 달라졌다. 칼뱅은 성공한 상인들의 자선을 장려했다.그는 “성공한 상인은 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사람으로서 그의 의무는 자본을 늘리면서 그것을사회 전체를 위해 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록펠러, 카네기등 숱한 부자들이 칼뱅의 가르침을 실천했다. 이들은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숱한 비난에 시달렸지만 이들의공(功)은 과(過) 이상이다. 


부자의 자선은 새로운 역사를 창조한다. 인류 공통의 과제를 해결하도록 돕는다. 이들의 기부는 정부나 시장조차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록펠러의 기부에 힘입어 단기간에 황열병(yellow fever) 치료법을 찾아냈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위험을 회피한다. 한정된 정부 재정을 인류의 장기 과제 해결에 투입하기 어렵다. 관료들은책임 추궁에 대한 우려로 이런 과제를 기피할 수 밖에 없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시장의잣대는 수익이다. 일정 수준의 수익이 약속되지 않는 한 아무리 훌륭한 과제라도 외면할 수 밖에 없다.   

  

자선은 ‘정부실패’와 ‘시장 실패’를동시에 해결하는 구원투수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가 자신의 페이스북 지분 가운데 99%(52조원)를 기부하기로 했다.기부는 개인화된 맞춤형 학습, 질병 치료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인류는 ‘21세기의 프로메테우스’에게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참고문헌

1)             Kahan,Alan. 2010. MIND vs. MONEY: The War between Intellectuals and Capitalism. NewBrunswick: Transaction Publishers.  

2)             Graeber,David. 2011. Debt : The First 5,000 Years. New York : Melvillehouse. 

3)             막스 베버 지음. 박성수 옮김. 프로테스탄지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2010. 문예출판사. 

4)             Philanthropy-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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