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문재 Feb 04. 2016

황제가 두려워한 재상

빌헬름1세가발탁한 비스마르크 

황제와 독일을 위해 온몸을 바쳐 

정부가 이익 집단에게 휘둘리면 

나라는 표류하는 배나 다름없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황제와 재상이 격돌했다. 고성(高聲)이 오갔다. 즉시 권총이라도 빼들 기세였다. 누구도 선뜻 끼어들지 못했다. 마침내 황태자가 나섰다. 가까스로 두 사람을 뜯어말렸다. 


황제는 황제대로, 재상은재상대로 이유가 있었다. 빌헬름1세는 승자로서 영광을 마음껏뽐내고 싶었다. 2등의 한(恨)을 풀려고했다. 재상 비스마르크는 달랐다. 영광을 과시하는 것보다는프로이센의 입지를 강화하는 게 먼저였다. 


프로이센 군대는1866년 6월 오스트리아로 쳐들어갔다. 독일연방의주도권을 잡기 위해서였다. 나폴레옹은 1806년 신성로마제국을해체했다. 신성로마제국은 독일연방의 전신이었다. 나폴레옹의몰락 후 오스트리아는 신성로마제국 황제권을 포기하는 대신 독일연방의 의장국을 맡았다. 


프로이센은 독일연방의 통일을 꿈꿨다. 오스트리아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상당수의 다른 연방국가들도 오스트리아에가세했다. 오스트리아를 꺾지 못하면 프로이센은 그저 그런 나라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었다. 


오스트리아는 작센과 연합해 쾨니히그레츠에 포진했다. 오스트리아는 수세에 몰리자 프랑스에 지원을 요청했다. 오스트리아황제는 프랑스에 이탈리아 베네치아까지 양도할 생각이었다. 


유혹은 강렬했다. 나폴레옹3세는 프랑스군에 출병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프로이센 군대가 더 빨랐다. 프랑스군이 개입하기 전에 승부를 결정지었다. 프로이센의 몰트케 참모총장은“흩어져서 진군하고, 한데 모여 공격하라”고 명령했다. 프로이센의 3개부대가 동시에 포위공격을 감행했다.  


쾨니히그레츠 전투는 오스트리아의 참패로 끝났다. 프로이센의 피해는 전사자 2000여 명에 부상자 7000여 명에 그쳤다. 반면 오스트리아는 전사자만 1만 명에 달했다. 7000여 명의 부상자가 나왔고, 2만5000여 명의 장병이 포로로 잡혔다. 


오스트리아는 패전국으로 전락했다. 빌헬름1세는 의장대를 앞세워 오스트리아 빈으로 입성한 후 대대적인승리 축하 파티를 열려고 했다. 아울러 오스트리아에 보상금과 영토를 요구할 생각이었다. 


비스마르크는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그는 독일 통일을 위해서는 오스트리아의 협조가 필수라고 여겼다. 그는“오스트리아의 자존심을 짓밟으면 통일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이라고주장했다. 


오스트리아의 전략적 가치는 높았다. 오스트리아를 동지로 만들면 러시아의 팽창을 막는 방패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 프랑스의 간섭도 차단할 수 있었다. 


비스마르크의 판단은 옳았다. 빌헬름1세도 수긍했다. 하지만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황제가 재상에게 끌려 다닌 꼴이었기 때문이다.빌헬름1세는 “비스마르크 밑에서 황제 노릇을하기란 쉽지 않다”며 자주 당혹감을 표시했다. 


빌헬름1세는비스마르크를 거북하게 여겼지만 신뢰를 버리지 않았다. 비스마르크의 탁월한 정치력과 충성심을 믿었기 때문이다. 황후와 황태자가 “독단적이고 무례한 인간”이라고 욕할 때도 비스마르크를 감쌌다. 


비스마르크도 황제에 대한 일편단심을 잃지 않았다. 황제 앞에서 무례할 정도로 목소리를 높이더라도 그것은 황제와 독일을 위해서였다. 비스마르크는 자신의 묘비에 ‘황제 빌헬름1세의 충직한 신하’라고 새겨달라고 유언을 남겼다. 비스마르크는 빌헬름1세의 절대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독일을 유럽의강국으로 끌어올렸다. 


일을 하려면 힘이 실려야 한다. 비스마르크가 황후, 황태자, 의회의반발 속에서도 철혈(鐵血)정책을 밀어붙인 것은 황제의신임(信任) 덕분이었다.  


정부의 노동개혁 시도가 또 다시 좌초할 조짐이다. 노사정위원회는 깨지고 말았다. 노사정위는 멀쩡하거나 깨지거나 별차이가 없다. 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노사정위원회는 6자 회담과 마찬가지로 회의를 여는 것을 존재 이유로 삼는다. 그게전부다. 


무책임의 결과다. 국가적과제보다는 구성원들의 편안한 수명 연장이 더 중요한 목표다. 노동계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당연하다. 시기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총선이 코앞이다. 그래서 반(反)노동자 후보와정당에 대한 심판투쟁을 선언했다. 이미 오래 전에 정치권에서 ‘야합(野合)’이라는 DNA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참여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국정이 흔들리고 있다. 사권력(私權力)이 정부를무력화하고 있다. 대의제 아래서는 여론을 수렴해 정책을 추진하되 국민의 뜻에 맞지 않으면 물러나면 된다. 차라리 자신이 없으면 국민투표에 부치면 된다. 하지만 그럴 용기가없다. 노동계도 그것을 꿰뚫어 보고 있다. 한노총 위원장이정치인들에게 야합을 강요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참고문헌 

강미현 지음. 2010.비스마르크 평전. 에코리브르 

작가의 이전글 자본주의의 적(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