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영화 Nov 27. 2016

미안하다 내가 틀렸다.

어딘가 보고 있을 웹기획 지망생에게

얼마전 기획자의 미래에 대해 주제넘게 몇번 상담을 해준적이 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지만 마음속으로 "이게 괜한 짓은 아닐까..."라는 고민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 자신을 돌아보니 많이 부족하고 또한 냉철하게 대답해 주는것을 피하려 했다는 죄책감이 있었습니다.

이 글을 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분에게 또는 비슷한 궁금증을 가진 분들에게 그때 못다한 말을 3년후에 브런치 글을 쓰겠다는 말을 어겨서라도 쓰려고 합니다. 



죄송하지만, 웹기획자는 공급대비 수요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물론 공급도 마찬가지 일지도 모르죠...) 전반적으로 경기가 어려운 탓도 있겠지만...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는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직장일 수록 더더욱 그렇고, 구직 입장에서 보면 좋은 직장은 정말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저는 하는 일에대한 고민보다 우선 "이 직업으로 먹고 살수 있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저는 "미안하지만 그렇지 않다." 라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아쉽게도 기획을 하는 사람들 중에 팀장급이나 임원급을 제외하고 받는 돈이 많은 직장은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최근의 경우를 봐도 경력대비 정말 낮은 연봉이였는데도 연봉을 이유로 무산되는것을 보면 회사가 업무의 댓가로 연봉을 지불할 허용치는 여러분의 예상보다 상당히 낮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앞서 일한 사람으로 선배라는 거만한 말을 사용하지 않겠습니다.(저는 개인적으로 같은 학교를 나오지 않은 사람이 선배라고 부르는것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사족으로 정말로 친하지 않으면 나이어린사람에게 결코 반말을 쓰지 않습니다. ) 다만, 이 직장이 미래가 있다는 거짓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물론 웹기획자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줄어드는것은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업기획이나 다른 방법으로 기획자로 이어간다는 분들이 정말 기획자가 맞는지는 저는 모르겠습니다. 사업기획을 하려고 공부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그런 기획이 아닌 IT서비스를 기획하려 기획자가 되었습니다. 또한 마케팅을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수많은 기획자가 있지만 저는 마케팅 기획자라는 말에 대한 의구심을 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시장에 대해 말해야 합니다.


좋은곳에서 안정적으로 일하시는 분들의 조언을 듣지 마세요,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그분들 처럼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은 한없이 낮은 확률의 이야기 입니다. 미래를 준비하시는 분이나 아니면 지망생분들은 잠시라도 시간을 내셔서 구직사이트에 돌아다녀 보세요.. 공고 수가 개발자나 디자이너에 비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겁니다. 또한 공고를 잘 살펴보시면 특별한 기획자(디자인이나 마케팅 겸업)를 원하는 기업이 상당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모든것들을 개인탓으로 돌리는 사람을 매우 싫어합니다. 전체의 상황이 좋지 않은데 어떻게 자신만의 상황으로 모두를 재단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정의내리는 것과 증명에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회사가 나라는 사람을 판단 할 수 있는 이력서에 어떻게 창의적이라는것을 증명 할 수 있을까요? 또한 일부회사에서 일한 문서 유출이 금지된 회사에서 일한 경력을 어떻게 증명 할 수 있을까요? 또한 몇년에 걸쳐 UX를 공부했다고 해도 그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기획자가 아닙니다. 디테일한 CEO라고 말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팀 쿡을 기획자라 하지 않고, 아무도 조너선아이브를 기획자라 하지 않는데 왜 스티브잡스만 기획자라고 하는것인가요? "


우리는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세상을 바꾸기 전에 스스로 생활에 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는 경제인이며 앞으로 계속 먹고 살아야 하는 생존의 욕구를 지니고 있습니다.  열정이라는 말로 현혹하기 보다는 그분들의 질문에 맞는 대답을 해줘야 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오래 먹고 살 직업은 전문직 외에 많지 않겠죠.... 하지만 적어도 몇년정도는 당신이 이 직업을 선택하면 먹고 살 수 있고 그 기간안에 당신은 다른 직종을 알아봐야 할지도 모른다 라는 말을 해줘야 할 때도 있습니다. 저는 열정으로 이겨낼 수 있다는 거짓말 대신 후자를 선택하겠습니다. 제가 욕을 먹어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게 저의 양심에 따른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교육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 학원은 이미 회사에 근무하는사람들을 위한 일을 잘하기 위한 학원이지 기획자가 되어보려는  사람들을 위한 과정은 아닙니다. 학원에서 마케팅 하시고 소개문을 작성해 주시는 분들에게 간곡한 부탁이 있습니다. 진실만으로 만든소개문을 작성하시고 적절한 수강생을 유치하는데 힘써주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힘들더라도 진실을 말해야 합니다.


자기자신이 일하고 있는 직종에 대해 스스로 나쁜 소리를 하는것 만큼 괴로운일이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화를 낼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진실을 말해야 할 때인것 같습니다. 적어도 저는 뒤에서 오는 분들이 저처럼 괴로워 하면서 고민하는것을 못보겠습니다. 시장에 대해 가감없이 담백하게 말해야 합니다. 제가 하고싶은 말은 단 하나입니다. "웹기획자로 어느정도 일 할 수 있겠지만, 일반 직장인의 길과는 다를것이며 당신의 직장생활의 끝이 웹기획자가 아닐 수 있다." 입니다. 저는 앞으로 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지 이렇게 답변해 줄 것입니다. 이제는 누구에게 욕먹는것이 무서워 대답을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자바스크립트 도서 리뷰(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