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팔아 사람을 만나고, 직장도 가질 수 있다.
두번째 직장을 그만두는 면담에서 나에게 재능이 없다고 영업을 권하던 당시 매니저를 비웃듯이 몇년 째 IT에서 일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보다도 스터디를 나가게 된 이후부터였다. 이후 스터디를 다니면서 훌륭한 친구도 만나서 같이 일하게 되고, 이직제의도 받게 되었다. 매번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라면 꼭 스터디를 가라고 권하고 싶다. 아래는 정말 별볼일 없는 내가 스터디를 다니면서 얻은것을 이야기 하고 싶다.
개발 스터디 나가는 기획자
가장 처음 스터디를 갔던곳은 믿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iOS스터디다. 당시 스터디 구성원은 MS에서 오래동안 개발자 생활을 하셨던 분과 그리고 이후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는 iOS개발자 1명 그리고 지금은 모 중견기업에서 iOS개발 팀장을 하고 있는 친구의 후배 개발자 1명 이렇게 구성된 스터디였다. 스터디 내용도 무었이었냐면 객체지향(OOP) 이었다. 생각해보라, 4년차 기획자가 객체지향 스터디에 나간다는 것을 그당시에 이해할 사람이 있었겠는가.. 그러나 그때 나는 잘 몰라도 성실하게 참석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그 당시 스터디 구성원도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객체지향을 사람에 비유하며.. (그당시 사람이 개가 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객체지향을 쉽게 설명하려고 스터디 구성원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스터디야 말로 스텔스 면접이다.
몇달간의 스터디가 끝난 후 그들은 비전공자인 나에게 궁금한 부분이 있을 때 얼마든지 물어 볼 수 있는 든든한 존재가 되었다. 이후 회사에서 개발 팀장의 자리가 비었을 때 나는 망설이지 않고 친구를 추천 할 수 있었다. 스터디를 매주 나오게 되는 책임감과 성실함, 그리고 놀라운 실력과 함께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놓치기 싫었다. 제안 끝에 친구는 내가 일한 회사에 팀장으로 합류하게 되었고, 뒤이어 그 후배도 같이 일하게 되었다.
스터디 구성원과 공유하는 지식
스터디를 다니면서 무엇보다 개발 지식에 대하여 얻을 수 있었다. 앱개발자는 앱의 가이드라인을 알려줘서 운영체제마다 차이점을 쉽게 알 수 있어 기획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웹 스터디에서는 HTML5스펙을 알아 볼 수 있었고, 웹의 역사와 함께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개발 스터디에서만 얻을 수 있는건 아니었다. UX스터디에서 만난 기획자들은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은 서로의 문서의 일부를 보여주고 서로의 장점을 흡수하는 계기를 가지기도 했다.
스터디에 중독되지 말것
내가 했었던 실수이기도 한데, 2012년 봄에는 거의 매일 스터디를 다녔다. 그냥 도움되는건 뭐든 참석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만큼 돈도 많이 들었지만, 안좋은것은 스터디 내용을 복습할 시간을 가지지 못하였던 것이다. 나중에는 그때 필기해 놓은 노트들을 버리지 않고 모아두어 공부할 때 찾아 보면서 도움이 되었지만 왜 그때 조금만 줄이고 더 착실하게 단련하지 않았을까.. 후회하기도 한다.
세미나도 가고, 봐라
유행을 검색, 또는 남이 조사한것을 기반으로 하면 남는것이 적다. 또한 그 기준은 나의 기준이 아니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세미나를 다니기 시작했다. 새로운 기술 발표 세미나나 다음과 네이버에서 하는 세미나들 중 맘에드는 세션을 듣고 스스로 판단해 보는 시간을 가지기 시작했다. 점점 마케팅 트랜드를 멀리하고 기술을 주도하는 회사의 겉이 아닌 내부의 세미나들을 듣기 시작했다. 예를들면 애플이나 구글의 대표가 발표하는 세미나는 일반 사람들도 많이 듣지만 같은날 개발자들이 발표하는 기술에 대한 세미나는 자신의 기술이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 간단한 예제와 같이 설명한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카메라 해상도가 늘어난 통계를 가지고 예측하는것이 아니라 개발자 세미나 중 세부 세션에서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에서 알 수 있다.
스터디에서 얻을 수 있는 것
스터디에서 얻게되는것은 첫번째는 지식이다. 두번째로 커뮤니케이션인데 전혀 모르는 사람을 매주 만나 이야기 하는게 쉬운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세번째로 믿을만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스터디를 나간다는 사실은 지식에 대한 목마름이 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하여 시간과 돈을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다는 자세를 가진 사람이다. 이제껏 내가 만난 스터디를 했던 사람들 중에 능력이 부족한 개발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다들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였고, 훌륭한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스터디에서 잃을 수 있는것
물론 스터디에서 잃을 수 있는것은 돈과 시간이다. 내가 싫어하게 된 직군의 사람들 또한 스터디에서 얻게 되었다는 것을 굳이 부정하지는 않겠다. 세미나도 몇번의 참석 끝에 가야할 세미나와 갈 필요 없는 세미나를 구분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스스로 경험하면서 판단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부정적인 부분 또한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스터디에서 가장 많은 수혜를 받았다.
최근 스터디에서 알게 된 인연으로 이직을 성공하였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직을 이렇게 순탄하게 한 적이 없었다. 이직을 하고 난 후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그 이유 또한 스터디에 있었다. 결과적으로 나도 친구를 회사에 추천하여 채용한 경험이 있었고 다른사람도 나를 추천해 주는 계기가 되었다. 스터디가 나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 셈이다. 이 부분은 IT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나의 동생은 내가 스터디를 권하여 국제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스터디 당시에는 업무와 공부를 병행하는것이 힘들었지만 인생에서 자신감을 줄 수 있는 자격증과 스터디에서 얻어진 국내 유수 기업의 실무자들과의 인맥이 동생의 삶에 조금 더 도움이 되었다고 자신 할 수 있다.
검색보다 발품이다.
자료를 잘 찾고 빠르게 본인의 것으로 만드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사람을 만나고 대화 속에서 지식을 얻는것을 더 선호했다. 그 부분이 기억에 오래동안 남고 그곳에서 얻어진 인연과 경험은 나의 자산이 되었다. 무엇보다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것과 같은 고집들이 줄어들었으며 잘못된 정보들을 걸러내는 역할을 하였다. 스스로 자기 중심을 찾을 수 있고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것은 스터디를 쫒아 다닌 발품으로 만든 인연이 기초가 된것 같다.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스터디가 있다면 한번 꾸준하게 참석하는것을 권하고 싶다.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고, 좋은 인연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