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기획자에 대한 몇가지 답변
글을 쓰다보니 내가 일하고 있는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은것 같다. 이 글은 내가 제일 자신 없어하는 다른 사람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부분의 연습으로 작성하는 글이기에 약간의 비하적인 표현이 있을 수 있음을 사전에 양해를 구한다. 고백하건데, 누군가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부분을 가장 두려워 하는것이 사실이다. 일단 남을 가르칠 만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가르치는 행위로 다른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무서움을 알게 된 이후에는 더욱 두려워 하게 되었다. 그러기에 되도록이면 해결책 보다는 현상을 설명하는데 목표가 있음을 미리 적어둔다.
웹기획자는 한국에만 있다.
맞다. 게임을 제외한 홈페이지, 앱과같은 소프트웨어에 기획자는 한국이 가지는 특수한 직군일지도 모른다. 해외에 비슷한 역할을 하는 직군이 있지만 한국과 동일한 역할을 하는 나라는 없다. 게임과 같은 분야에서는 외국에 설명할 때 아티스트 라는 말로 설명하기도 한다. (외국 분들이 진행하는 유투브 방송에서 해당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학에서는 기획론이라는 별도의 학문으로 가르치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 IT쪽 기획분야와는 동떨어진 (나도 대학에서 해당 부분의 교육과정을 수료한 경험이 있다.) 정말 일반적인 이론이다. 물론 이론이라고 해서 무시하는것은 아니고 실질적인 업무와는 다르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웹기획자로 일하면 많이 듣는 이야기
기획자는 필요없다. 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을 것이다. (실제로 모 카페에서 어떤 사람은 기획자를 원숭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긴 하다.) 실제로 기획자없이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라는 보도자료로 종종 기사에 실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 사업이 성공했건 실패했건 언급하지 않겠지만... 나도 사실은 2012년쯤 앞으로 2-3년 후면 기획자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었다. 또한 기획을 겸업하는 디자이너도 있고, 개발자가 기획을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모두 틀린것은 아니다. 그러한 환경이 된다면 굳이 기획자는 필요 없으며,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사람이 겸업하는것은 회사의 사정에 따라 그렇게 하면 되는것이다.
웹기획자가 왜 생겼을까
일단 한국의 경제 상황부터 살펴보자 인정하기 싫은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말하는 의사결정권자들은 소프트웨어 시대의 사람은 애석하게도 많지 않다. 따라서 소프트웨어를 만들 때 해당 부분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았다. 또한 새로 생겨나는 사업이기 때문에 마땅한 규칙이 없었으니 대부분 건축공학에서 방법론을 가져 왔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IT 종사자들의 업보라 생각한다. 건축공학 자체는 문제가 없다. 다만 두가지 다른점이 있는데 보이지 않는 부분을 만든다는 것과 인력으로 만들어 내는 운영까지 포함하여 끝이 없는 서비스라는 부분을 인식시키지 못한것이 지금도 우리들이 고생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본론으로 넘어가서 이러한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눈에 보이도록 인식시키고, 고객과 협의하여 방향을 어떻게든 만들어 가는 사람이 한국에서 필요하여 웹기획자라는 직군이 생기지 않았을까 예상해 본다.
학교에서 배우는 기획자와는 조금 다르다.
잡부(IT에서는 직군에 관계없이 너도나도 잡부라 말하는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분야가 애매하다기 보다는 고객의 요구사항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어떤만화에서처럼 떢볶이 배달부 일이나 하는 사람은 아니다. 회사가 그렇게 사람을 부린다면 그 회사에 문제있는거다. 물론 여러가지 겸업하는 경우가 많다. 제안서, 화면설계,초기 테스트 등을 모두 하는경우도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리처치를 하고 고객모델을 그리는 일은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일부 특수한 회사들만이 진행하고 그 직군 또한 전문화 하여 하나의 일만 하는 경우도 있으며 그러한 사람을 기획자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웹기획자도 개발을 배워야 하는가
배우면 좋다. 그러나 필수라고 부르기엔 애매하다. 모 유명한 회사의 대표의 말처럼 기획자란 SQL 쿼리문을 알고 HTML과 CSS,JavaScript를 자연스럽게 알게된다는, 혹은 알아야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모르면 물어보면 된다. 나도 개발을 꾸준히 공부하고는 있지만, 실제 기획자로써 얼마나 그 공부한 분량을 사용하는지는 알 수 없다. 어떤 부분에서는 개발을 공부했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해당 회사의 개발자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의 개발자가 어떤 성향이냐에 따라 공부를 권하기도 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애매해다는 표현을 쓴 것이다. 회사 개발자가 본인의 화면설계가 왜 개발이 어려운지 잘 설명해 주는 개발자라면, 물어보면서 일을 진행할 수 있을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개발자와 근무한다면 위로의 말과 함께 여러 좋은 강의와 스터디를 권해줄 방법밖에 없다.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개발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러나 그 대답또한 이렇게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이유는 내가 처한 상황이 다른사람과 같지 않으며 또한 내가 했던 방식대로 남에게 강요하는것은 대단한 인사이트를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인것 같다.
웹기획자로 일할 때 오는 어려움
당연히 사람에서 오는 어려움이다. 우리의 사업이 이성적인 일정과 과정에서 오는것이면 굳이 이러한 글을 쓰지 않았겠지만, 사실은 말도 안돼는 일들이 많다. 여기서 오는 어려움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사실 개발자나 디자이너가 보기에 혹은 회사 대표가 보기에 기획자들이 무능력하게 보이는 경우 중 하나로, 이 위기를 해결하는데 결국 사람에 의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나는 좌절을 많이 했었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과 일하는것은 어느 회사 어느 직종이건 복인것 같다. 경영자도 마찬가지인데 오래동안 IT사업을 했던 회사의 대표가 십여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기획자도 전문직종인것을 이해하겠다는 말을 하는것을 보면 경영자의 시각도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는것을 알 수 있었다.
웹기획자가 착각하지 말아야 하는것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부하가 아니다. 물론 사장이 기획을 겸업하는 경우는 예외이지만, 그러한 분들을 기획자라고 부르기 애매하기 때문에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같이 일하는 개발자나 디자이너를 부하처럼 대하는 사람들을 본적이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프로젝트 중에 한번 쯤 찾아오는 위기를 돌파하기 어렵다. 정말 완벽한 기획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여지껏 일하면서 최소 한두번은 양해를 구하면서 일을 진행할 때가 온다. 이 부분을 돌파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위의 경우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몇년전까지 웹기획자가 되려면 어떤게 필수적이냐 라고 물어보는 사람에게 믿지않을지도 모르지만 정말 성격 좋아야 한다고 이야기 한적이 있다. 거짓말이 아니라 고집이 쎈 사람은 다른길을 권하고 싶다. 앞으로 돌파해야 할 산들이 많은데 같이 가는 사람들과 불편한 관계를 가지면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때로는 같이 일하는 사람을 위해서 욕심도 내려놓아야 할 때가 있는데, 이러한 상황이 온다면 동료를 배려하는 마음 없이는 힘들기 때문이다.
2011년의 나에게
2011년 기획자로서 가르침을 주셨던 분에게 했었던 질문이 있다. 기획자라는 직업이 전망이 있는가라는 질문이었는데.. 그분의 대답은 웹기획자가 아닌 교육기획자의 길을 권하였다. 교수설계라는 분야는 나와 맞지 않아 그 길을 가지는 않았지만.. 뒤돌아보면 그 길로 가지 않은게 잘 선택한 것이었던 것 같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2011년의 나에게 스스로 대답을 하자면 그 어떤 직종도 전망이나 미래를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에 지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 어떻게 일하고 싶은가를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것이 자기중심인것 같다. 공부를 해서 오로지 스스로의 힘으로 서는것을 인생의 목표로 했었기에 지금의 길을 선택한 부분에 후회는 없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내가 갔던 길을 추천하기는 어렵다. 무책임한 말일 수는 있겠지만, 스스로 선택하고 그 부분에 대한 책임을 지는것이 인생이라 생각하기에 지금은 개발을 공부하면서 기획자로 있을 수 있을 때까지 일해보는것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