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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솔웅 Jan 19. 2023

레만호 카페에서 꿈을 꾸다

2009년 6월 20일

나는 이러한 물 문제들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엇인가 하고 싶었다. 하지만 바로 카메라 하나만 달랑 들고 떠날 수는 없었다.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계획이 필요했다. 어떤 곳을 가서 누구의 이야기를 기록할 건지 생각해야 했다. 기획서를 만들고, 예산안을 만들어야 했다. 물론 돈도 필요했다. 후원을 받을 체계도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 계정도 만들어야 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혼자 할 수는 없었다. 함께할 동료가 필요했다.


론강변 제네바-코르나뱅역Gare de Genève-Cornavin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카페를 찾았다. 함께 카페를 찾은 이들은 필립과 레이첼 그리고 신디아였다. 이 친구들은 모두 나와 비슷한 나이의 또래였다. 우리는 커피를 한 잔씩 주문하고는 물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설렜다. 오늘부로 함께 꿈을 나눌 동료가 생겼기 때문이다.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켤 때마다 우리의 꿈도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막연한 꿈. 우리의 꿈에는 제한이 없었다.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었고 그 엄청난 꿈을 함께 꾸었다. 우리의 꿈은 그 어느 것보다 위대했고 화려했으며 지구적이고 또 사랑스러웠다. 그 어떤 것도, 어느 누구도 우리의 꿈이 헛되다 이야기할 수 없을 테다.


물론 이 모든 꿈을 우리가 다 이루지 못하더라도 좌절당해서는 안된다. 꿈을 꾸지 않았다면 지금껏 이룬 것은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다. 때로는 사치스럽고 허황스럽다 보이는 꿈이 모든 시작의 동기가 되며 우리가 조금 더 멀리 갈 수 있는 연료가 된다. 꿈을 꾸는데 제한이 있어서는 안 된다. 특히 출신이나 가진 것, 학벌 또는 나이, 장애 등이 꿈의 제한이라 생각한다면 더더욱 안된다. 물론 그 꿈은 도덕적이고 윤리적이며 우리가 사는 사회에 해가 안 된다는 것에 한해서 말이다.



우리는 그렇게 화려하고 막연한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기 시작했다. 아이디어를 빠르게 행동에 옮기기 위해서였다. 당장 실현 불가능한 아이디어는 과감하게 제외했다. 그리고 체계화된 아이디어들을 실행 리스트로 만들었다. 웹사이트를 만들고 우리가 하는 일을 알리고,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들어 온라인 소통을 시작했다. 캠페인을 기획하고 필요한 글과 문구를 작성했다.


그렇게 시작한 첫 번째 프로젝트는 물 이야기 캠페인 <What is your water story?>이었다. ‘당신의 물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60초짜리 티저 형식의 영상이었는데 여러 나라 사람들이 자신의 물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제작했다.


“물이 없다면 생명은 없습니다. 많은 이들은 깨끗한 물을 구하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친구의 이야기로 영상은 시작된다. 하지만 한 미국인은 수돗물을 틀면 물이 나온다고 이야기한다. 한 남자는 물이 없어 한 해 농사를 망쳤다고 말하지만 한 친구는 도대체 무엇이 문제냐고 되묻는다. 또 다른 친구는 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깨끗한 물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한 친구는 어렸을 적부터 물을 기르기 위해 오랜 시간 걸었다고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남태평양 섬나라의 친구가 해수면 상승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하며 영상은 끝이 난다.


물이 전 세계적 문제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짧은 영상이었다. 우리는 여러 사람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금방 영상 하나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첫 번째 프로젝트를 마치고 우리 넷은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나는 북아일랜드로 갔고, 레이첼은 미국 오리건으로, 신디아는 인도로, 그리고 필립만 스위스에 남게 되었다. 몸이 멀어지니 같이 일을 하기가 어려워졌다.


결국, 나는 다시 혼자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끝은 아니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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