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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솔웅 Jan 18. 2023

물 문제: 여자와 아이들, 삶과 건강, 기후변화

여자와 아이들

상대적으로 물 때문에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여자와 아이들이다. 성 평등을 추구하며 여자와 남자의 역할이 보편화하고는 있지만, 가족들 가운데 살림을 도맡아 하는 것은 아직도 여자가 상대적으로 많다. 그렇게 많은 여성은 밥을 하고, 설거지하고, 빨래와 청소 등의 집안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게 그들은 살림의 중심이 되는 물 확보에 대한 책임 또한 지고 있다. 인프라가 발달한 지역에서는 큰 어려움이 아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수도나 전기 등의 인프라가 전혀 없는 지역의 경우, 그들의 삶은 고통의 연속이 된다.


아이티 산악지역에서 내가 만난 한 여인은 매일 한 시간 가까이 물을 길어야 했다. 그녀는 물을 기르기 위해 강까지 건너고 거친 돌길을 걸었다. 물이 부족한 서부 아프리카의 경우는 더욱 고통스럽다. 그들이 걷는 길은 더욱 길고 험하다. 어떤 지역의 경우 아이들까지 물 확보에 동원된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놀고 있어야 할 어린이들이 어쩔 수 없이 이런 노동에 가담되는 것이다. 그렇게 사회의 약자라 볼 수 있는 여자와 아이들은 매일 같이 물을 찾는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그들의 여정에는 크고 작은 위험이 따른다. 험한 길을 무거운 물통을 들고 걸으며 다칠 수도 있고 사나운 동물의 표적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여정은 그들이 가난과 고통의 쳇바퀴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는 큰 이유이기도 하다.


2009년 미국 뉴욕에 본부가 있는 대표적인 물 단체인 채리티 워터Charity Water는 충격적인 공익광고를 하나 만들었다. 뉴욕 맨해튼Manhattan에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가정을 하고 만든 광고이다. 수돗물이 없으니 사람들은 직접 물을 구해야 했다. 집집마다 노란색의 커다란 물통을 손에 들고 거리로 나왔다. 물을 기르기 위해서이다. 그렇게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든 곳은 맨해튼 중심에 있는 센트럴파크Central Park. 이미 수많은 인파가 몰려 긴 줄을 만들고 있었다. 한 어머니와 아들은 오랜 시간 기다려 공원 내 호수에서 물을 길었다. 그리고 무거운 물통을 저마다 힘겹게 들고 다시 집까지 걸어간다. 집에 도착해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한 컵의 물을 따라준다. 그렇게 힘겹게 길러온 물, 그 물마저 깨끗하지는 않았다. 이 공익광고는 한 문구로 끝을 맺는다. “이것을 마신다고 생각해 보세요.”


우물에서 물을 기르는 아이 (콩고민주공화국)


삶과 건강

물이 얼마나 우리의 삶과 연관이 있을까? 우리가 사는 지구의 70퍼센트는 물이다. 그렇기에 지구는 푸른 행성이라고도 불린다. 이 가운데 20퍼센트 만이 마실 수 있는 담수인데, 담수의 95퍼센트는 얼음 형태의 영구동토층으로 이뤄져 있다. 그리고 나머지가 지하수 그리고 강이나 호수 또는 공기 중에 있는 것이다.


인류의 발전 역시 물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알고 있는 4대 문명은 모두 큰 강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티그리스Tigris강과 유프라테스Euphrates강, 나일Nile강, 인더스Indus강 그리고 황하Yellow강. 그 이유 역시 다양하다. 강은 교통수단 또는 물류의 거점이 되었고 경계 또는 보호막 역할도 한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도 물을 잘 다스린 국가는 가장 큰 번영을 누렸다. 몇 천 년 전에 이미 상하수도를 만들어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국가를 형성했고, 목욕탕 그리고 수세식 화장실과 같은 시설을 만들 수 있었다. 지금도 우리가 알고 있는 큰 도시의 대부분은 강, 호수 또는 바다를 끼고 있지 않는가? 파리는 센Seine강, 런던의 템스Thames강, 네덜란드는 암스텔Amstel강, 뉴욕은 허드슨Hudson 만과 이스트East강 그리고 대한민국 서울엔 한강이 있다.


또한 종교적으로도 물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깨끗게 한다’라는 의미 때문에, 물은 줄곧 성스러운 물질로 표현된다. 인도 바라나시Varanasi에는 성스러운 갠지스Ganges강이 자리하고 있다. 이 강에서는 힌두 교도들의 수많은 성스러운 행동이 매일 펼쳐진다. 어떤 이는 목욕을 하고 또 어떤 이는 죽은 이들을 이 강에서 보내기도 한다. 기독교 역시 물로 행하는 세례라는 의식이 있으며, 이슬람에서도 물은 성스럽게 하는 물질로 모스크 안에 들어가기 전에 손과 발을 씻는 의식을 행한다. 이렇듯 지구를 여행하다 보면 인류의 삶에 물이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더욱 알게 된다.


우리 개인의 하루는 또 어떠한가? 아침에 일어나 물 한 잔을 마시고, 화장실을 사용한다. 샤워를 하고 식사 준비를 하고 식사 후에는 설거지한다. 그리고 빨래도 한다. 화초에 또는 정원에 물을 주고, 집 밖 편의점에서는 음료수 하나를 사 먹는다. 또 틈만 나면 회사 또는 학교 앞 카페에서 커피를 사 마신다. 모두 물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음식을 먹지 않고는 한 달간 살 수 있다. 하지만 물이 없으면 일주일도 살기가 어렵다. 물론 물의 수질도 굉장히 중요하다. 깨끗하지 않은 물을 마시면 우리의 몸은 망가져 버린다. 아주 먼 곳에서 힘들게 물을 길어와도 그 물이 더럽다면 물을 마시는 사람이 질병에 걸리고 죽게 할 수 있다. 우리가 아는 질병의 약 80퍼센트가 수인성 질병, 즉 물과 관련된 질병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말라리아와 콜레라, 설사 등이 있다. 물은 우리를 살리기도 하지만 우리를 죽이기도 한다.




기후변화

마지막으로 물은 기후변화에 민감하다. 우리는 뉴스를 통해 종종 여러 나라가 물로 인한 재해로 고통받고 있는 모습을 본다. 가뭄과 홍수, 폭우와 폭설, 강한 태풍, 허리케인 그리고 사이클론까지. 물이 너무 많아도, 또 너무 적어도 사람들은 고통받는다. 분명 우리 지구는 기후변화로 신음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해마다 더욱 강한 자연재해를 몰고 온다. 기후변화는 물 문제를 더욱더 어렵게 만든다. 만년설이 녹으면서 해수면은 상승하고 이로 인한 기후난민까지 등장했다. 호주의 싱크탱크 국제경제평화연구소IEP: Institute for Economics and Peace는 2050년까지 기후와 관련된 문제로 12억 명 이상이 난민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산림파괴와 사막화 현상 역시 물과 관련된 문제이다. 나무가 없어진 숲은 자연적으로 홍수와 가뭄을 통제할 수 있는 기능을 상실하고 침식을 막지 못한다. 또한, 강수량에도 영향을 미쳐 강을 마르게 하고 동식물도 사라져 생태계가 파괴되는 모습을 보게 한다. 탄자니아의 경우 산림파괴가 심해지면서 킬리만자로Kilimanjaro산 앞으로 흐르던 싼야Sanya강은 거의 사라진 상태이고 그 지역은 홍수와 가뭄에 취약해져 버렸다. 비옥하던 땅은 황무지가 되었고 동물들 역시 자취를 감춰버렸다.


1991년부터 2000년까지 66만 5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2,557개의 자연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이 가운데 물과 관련된 재해는 90퍼센트나 된다. 결국,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물과 관련된 재해로 가족을 잃고, 집을 잃고, 땅을 잃고 있다. 남태평양에 위치한 섬나라, 투발루Tuvalu의 경우,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까지도 잃을 위기에 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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