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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나 May 06. 2023

엄마, 내가 바라는 엄마는..


아이의 말을 옮겨적어보았다

어린이날, 둘째가 다가와 애정어리게 말한다.

"엄마, 엄마가 이랬으면 좋겠어!"


당연히 화안내고 친절한 엄마를 생각했던 엄마는,

첫번째 "아프지 않고 건강한 엄마" 라는 말에 감정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부여잡고 그다음 반짝이는 눈을 바라보며 듣는다.


그리고 행복하게 웃으라는 모습을 바란다는 우리 둘째... 엄마가 더 많이 웃고 행복해해야겠구나 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반성과 미안함의 말들..


물론, 바로 얼굴과 몸매 지적을 해주셔서 정신줄을 부여잡았지만요. 요즘 부쩍 외모에 관심이 많던데, 제 얼굴에 꽤 많은 점들을 없애주고 싶은가보다...(엄마도 빼봤는데,,,다시 다 생겨나더라...)


감정선이 많이 흔들렸던 그말,

아프지 않고 건강한 엄마라는 말.



실은, 작년전까지 4년간은 아이들이 엄마가 주사를 맞으러 서울에 가끔가는 것은 알았지만, 어떤 아픔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치료받고 있는지는 몰랐었다.

게다가, 주변에도 "엄마가 아프니까~~~"로 시작하는 말들을 하지 않도록 부탁과 반협박을 했었다. 나의 아픔이 아이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주기 싫었으니까. 아이들의 아이다움을 일찍 가져가기 싫었으니까.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정색 혹은 눈을 크게 떴으니... 의사전달이 되었으리라 믿어보며...



하지만, 작년부터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다.

아이들의 눈에도 확연히 보이게 잘 걷지 못했고, 안아줄 수 없기에 또한 아이들의 짐을 대신 들어줄 수 없었기에.. 아빠 역시도 엄마가 아프니까 하지마, 할머니도 엄마아프니까 쉬게해줘 라는 말들을 자주 했고, 정말로 아픈것을 숨길 수 없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정확히 몰라도 엄마가 크게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한달에 한번에서 두세번까지 엄마와 길면 일주일정도 떨어져 지내야하는 생활들이 시작되었으니 모르면 그것도 이상한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 둘째가 이런말을 꺼내니 마음이 많이 묵직해졌다.



아픈 엄마가 되고 미안한 일들이 참 많았다. 쌍둥이가 돌도 되기전 처음 발병했기에, 돌쟁이를 두고 4개월을 떨어져 지내야했고, 그때부터 기관생활을 시작하기도 했다. 엄마가 아프고 예민할때면, 짜증을 받아내기도 했고, 스스로 하는 것을 남들보다 더 빨리 해야만하는 상황들을 겪었다.

첫째는, 2살 터울밖에 되지 않아 본인도 아이임에도 동생들을 나름 많이 챙겼고, 그덕에 일찍 철이 든 느낌도 있었다. 무엇보다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들은 아이들에게 적잖은 마음의 공백을 줘버렸다는 것이다.

티를 내지 않으려 아무리 애를 써도,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생겨났고 나도 지쳐버릴 때가 있어서 한번씩 숨어버리기도, 한번씩 제어가 안되기도 했으니까...



그런 마음들을 가진 채 살아가던 어떤 날,

나는 다짐한게 하나 있다.

아픈 엄마인 것을 부정하지 말자


아픈 것을 숨길 수 없고, 피할 수 없다면 즉시해왔던 것 처럼 아이들에게도 부정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못해주고 예전과 같지 않은 미안함과 죄책감은 잠시 내려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자. 하고 말이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들려주어야 할 이야기들을 써내려갔다. 아직 수취인이 받아보지도, 발송여부조차 모르는 편지이지만 그때의 마음을 담아야만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무리 마음을 고쳐먹는다 해도 미안한 마음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번 이야기를 듣고 더 미안함이 커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우리 둘째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다가와 이야기했듯, 건강한 엄마가 되고자 노력하는 것이 맞으니까. 그리고 그 노력이 언젠가 빛을 보리라는 기대와 희망은 버리지 않았으니까. 



몇년 뒤 아이들과 웃으며 그랬었지...하고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인생의 그냥 한페이지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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