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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나 Dec 06. 2022

나를 닮은 딸

- 진하디 진한 피


‘미미’, 그녀의 이름이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금빛이다.

그녀는 늘씬하고, 눈도 크고 심지어 8등신에 키도 크다.

그 덕에 청소기를 밀며 보석조각처럼 반짝이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모으러 다닌다.


    



어? 그런데 왜?

다이아몬드 보석조각처럼 빛나는 물체를 찾으러 다녔는데, 마녀가 마법의 주문을 건 것처럼 바닥에는 검정 머리카락이 나를 인도했다.     



왜지?

하나, 둘, 열, 응?

이렇게 뭉텅이로? 아.     



숨어있는 보석을 찾든 쫓던 청소기 주인은 고민하지 않고 바로 인생 4년차인 한 명을 소환한다.     



나와 가장 닮은 딸

그래서 그 아이의 마음이 가장 이해가 되는 엄마     

그런 딸.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나름 나는 멋진 엄마이니까, 우아하게 묻는다.

“이게 다 뭐야? 뭐 한거야?”

그런데 들켰나보다. 아이가 잔뜩 긴장한 얼굴에, 울먹이며 말한다. “내가 그랬어.”

들켜서 민망할 틈도 없이, 들켰다고 이제 다 보여주기 시작하는 청소기 주인 “왜 그랬어!!!!”          



청소기 주인이 그토록 화낸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그것이 머리카락이라서? 스스로 잘라버린 머리카락이라서?        





  

뭐든 해봐야한다고, 시도는 뭐든 괜찮다고 여기던 중1, 

사춘기였을까 괜히 머리를 단발로 하고 싶었다. 정말 그냥 단발

절대 안된다는 엄마에게 반항이라면 반항이랄까, 엄마가 없는 틈을 타 거울을 앞뒤로 놓고 작업을 시작한다.     


 


‘서. 걱.’      



이젠 돌이킬 수 없다. 뭐 뒷머리도 이 정도면 된 것 같고,  길이도 대충 맞는 것 같으니 첫 가위질 치고는 나쁘지 않다. 



전문가가 그냥 있는 것이 아닌데, 세상을 좀 쉽게 살려고 했나보다.      





나름 만족하고 머리카락을 치우려는 그때, 엄마의 문여는 소리

엄마를 보며 해맑게 엄~ 하는 순간, ‘마’를 내뱉지 못하고 내 얼굴은 거울 앞을 보고 있었다.


아프다. 하지만 제법 손이 날랜 엄마는 내 얼굴을 순식간에 돌려버렸던 그 손으로 내 손을 잡고 어딘가로 간다. 

당연히 미용실.

전문가분은 어이없어하며 길이를 다듬어주셨다. 그랬더니 내 머리는 바보가 되었고, 어른들은 만족해했다.


그때부터 엄마의 저주가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너 닮은 딸 낳아라.”               




저주는 통했다.           



정말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로 닮은 딸이 내 앞에 있다.

웃기게도 머리를 자른 것은 화가 나지 않는다. 옆머리를 댕강 자른 것도 웃길 뿐이다. 

미용실을 갈 수도 없다. 아직 청출어람은 아닌게지. 일부만 잘랐는데 그 부분에 맞추려면 머리가 뚜껑만 남을 것 같으니까.          



그럼 왜 화가 난 것일까.

그냥 정말 너무 나를 닮아서 화가 났다.



상대의 미묘한 목소리와 표정 변화에 나의 감정을 숨기고, 

상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눈물부터 그렁그렁 해지는 그 모습

닮지 말았으면 하는 부분이 너무 닮은 그녀.



내 어린 모습을 마주한 나는  어린 나에게 그리고 나와 똑닮은 딸에게

‘어?잘했네? 어디보자. 괜찮아"라고 그 말이 하고 싶었을 뿐.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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