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08

민나섬

by 티나






민나섬


츄라우미 수족관을 둘러본 후 다음 계획은 원래 바로 코우리 대교로 드라이빙을 가는 일정이었다. 민나섬은 사실 그 사이에 시간이 맞으면 가보기로 했었는데, 수족관을 나와 배 시간표와 현재시간을 살펴보니 조금 서두르면 아슬아슬하게 다음 배편을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서로 눈이 마주치자마자 둘 다 '콜~'을 외치고 바로 차로 달려가 토구치항으로 이동했다. 그때까진 몰랐다. 민나섬이 오키나와 여행에서 가장 손꼽히는 기억중 하나로 남을 줄은.







토구치항


2016년 7월 20일 ~ 8월 31일의 배 시간표


민나섬으로 이동하려면 우선 토구치항에 들러 민나섬으로 갈 수 있는 배의 티켓을 구입해야 한다. 그리고 토구치항 주차장에 차를 두고 배에 올라 민나섬으로 이동하면 된다. 차까지 실어서 함께 이동할 수 있는 배가 아니기 때문에 물놀이에 필요한 도구만 쏙 챙겨가야 한다.


7월 말~8월 말까지는 성수기라 비성수기보다 많은 배가 토구치항과 민나섬을 왕복한다. 또한 생각보다 토구치항에서 출발하는 배편과 민나섬에서 돌아오는 배편 모두 일찍 끊기기 때문에 민나섬에서 오래 즐기려면 오전 시간에 들어가 여유 있게 즐기다 나오면 좋을 듯하다.


우리는 토구치항에 도착한 후 가장 빠르게 탈 수 있는 배편의 티켓을 구입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1시 20분. 근데 구입한 티켓의 시간은 1시 30분! 심지어 티켓을 사고 나니 5분이 지나 앞으로 배가 출발하기까지 5분밖에 남지 않았다. 위에도 적어두었듯이 차를 싣고 갈 수 있는 배가 아니기 때문에 필요한 물건만 얼른 챙겨서 나와야 했다. 그러나 민나섬은 확정된 계획이 아니었기 때문에 물놀이에 필요한 준비물들이 가방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나 때문에 이미 구한 배편을 놓칠까 싶어 엄청 부산스럽게 서둘러 짐을 챙겼다. 내 부산스러움을 느꼈는지 그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챙기자!"


별거 아닌듯한 말이지만, 이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이었다. 다시 돌이켜 생각해봐도 그렇게 고마운 말이 없었다. 신기하게도 급하게 서두르는데 괜찮으니 천천히 준비하라는 말을 듣고 뭔가 한 대 맞은 것처럼 오히려 정신이 바짝 들었다.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머리로 다시 생각하고 정말 필요한 물건만 챙겨서 곧 떠날 채비를 하는 배 쪽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무사히 구입한 돌아오는 배편 티켓







민나섬에서


막상 배를 타고 보니 안도감이 들면서 '역시 이런 스릴이 있어야 여행이지!'라는 오만한 생각이 함께 스쳤다. 평정심을 찾은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100% 해결이 되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굳이 없는 스릴을 만들어 여행에 포함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아찔한 상황 없이도 새로운 경험을 통해 뭔가 배울 수 있다는 것은 변함없이 때문이다.



이날도 역시 하늘이 도왔는지 날이 너무 좋았다. 하늘도 빛나고 하늘이 비친 바다도 빛나고! 마음 편히 배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바람을 쐬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민나섬에 도착했다.



누가 민나섬 하늘만 뻥 뚫어 놨는지 하늘이 정말 높고 깨끗했다. 깨끗하고 새파란 하늘에 솜뭉치 몇 개가 둥둥 떠다니고 사람들은 모두들 행복한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데, 이게 천국이 아니면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풍경을 잊기 싫어 계속해서 사진 촬영을 하다 문득 정신을 차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많은 사람들이 파라솔과 썬베드를 빌려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우리도 이 대열에 함께 하기 위해 파라솔과 썬베드를 대여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후 바로 신나게 물놀이를 즐겼다.



물놀이를 실컷 즐기고 썬베드에 누워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진짜 우리가 휴가를 온 게 맞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행복하고 지금 이 순간이 벌써 그리워서 다시 현실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런 마음 가짐이라면 나중에 지칠 때 한 번씩 끄집어내어 회상하면 분명 힘이 되어줄 기억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다들 이런 기억 때문에 여행을 하는구나. 이런 기억 하나가 일상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겠구나. 오늘도 여행의 가치에 대해 또 하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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