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우리 대교 & 쉬림프 웨건
코우리 대교 & 쉬림프 웨건
민나섬에서의 꿈같았던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민나섬에 막상 먹을게 마땅치 않아 세네 시간 동안 아무것도 못 먹은 탓에 배가 고파져 버린 탓이다! 역시 천국도 배가 어느 정도 차야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우리는 민나섬을 나와 원래 계획했던 코우리 대교 쪽으로 이동했다. 코우리 대교는 오키나와에서 꼭 들러야 할 필수 스팟 중에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다리 길이만 해도 약 2km 정도 되는 데다가, 다리를 건너며 보이는 바다와 섬들, 그리고 하늘의 조화가 거의 완벽에 가깝기 때문이다. 정말 아쉬운 점은 사진보다는 눈으로 담고 싶어 넋을 놓은 탓에 기록이 몇 개 없는데, 그 기록조차 코우리 대교 위를 달리며 보던 풍경의 아름다움을 1/4도 담지 못했다는 것이다.
코우리 대교를 지나 코우리 섬, 코우리 오션타워 등도 함께 묶어서 즐길 수 있으나, 우리는 그다지 끌리지 않아 코우리 대교 드라이브와 쉬림프 웨건에서 간단한 저녁만 먹고 돌아오게 되었다.
쉬림프 웨건은 사실 오키나와 현지인이 만든 가게는 아니라고 한다. 오키나와에 처음 여행을 온 여행객이 오키나와의 매력에 빠져 현지인과 여행객 모두 좋아할 수 있는 메뉴를 가지고 장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꽤 최근에 생긴 가게라고 한다. 나도 오키나와를 여행하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삶을 꾸리게 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상상한 적이 있는데, 그 그림을 쉬림프 웨건에서 불 수 있었다.
- 운영시간 : 일주일 내내, 11:00 ~ 18:00
- 예산(2인 기준) : 2,000 ~ 3,000엔
쉬림프 웨건은 코우리 대교를 타고 쭈욱 달려 그 끝에 도달하면 주차장 우측에서 바로 찾을 수 있다. 꽤 인기가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고 해서 왔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생각보다 사람이 없어서 의아했다.
우리는 주린 배를 움켜쥐고 푸드트럭으로 달려가 바로 '오리지널 갈릭 쉬림프(Original Garlic Shrimp)', '스파이시 핫 갈릭 쉬림프(Spicy Hot Garlic Shrimp)' 두 가지 메뉴를 주문했다. 그리고 주문과 동시에 왜 우리가 도착했을 때 손님이 적었는지 바로 알게 되었다. 이곳은 칼같이 오후 6시에 주문을 마감하는데, 우리가 딱 주문 마감 5분 전에 도착해서 아슬아슬하게 주문했던 것이다. 심지어 몇 분 후 우리 바로 뒤에 온 손님은 주문을 할 수 없었다. 이렇게 칼 같을 줄이야.
나중에 사진을 정리하면서 알았는데, 아래 찍은 사진을 보면 이미 스텝분이 영업 종료 시간 안내문을 가져오고 있다!
민나섬으로 들어가는 배부터 쉬림프 웨건까지 완벽에 가까운 타이밍으로 굉장히 뿌듯한 와중에 주문한 음식도 빠르게 나와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포크를 가져갔다.
두 메뉴는 등을 갈라 겉을 노릇노릇하게 구운 새우와 나머지 사이드 메뉴는 동일하지만, 그 위에 얹어진 소스에 차이가 있다. 곁들여 나온 레몬을 새우 위에 골고루 뿌린 후 자르지 않고 통째로 씹으면 정말 말 그대로 새우가 입에서 팡팡 터지는 듯한 식감을 제대로 느낄 수가 있다. 레몬, 마늘, 그리고 화려한 식감의 새우. 이 세 가지 조합은 완벽했다.
그러나... 여기에 오리온 맥주나 코로나를 곁들여 먹으면 100% 이상 만족했을 것 같은데, 운전해서 돌아가야 해서 맥주 한 잔 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 혹시 차를 가져왔는데, 시간적 여유가 조금 더 있는 분들이라면 시원한 맥주 한잔 후 대교 밑에 있는 코우리 비치에서 바다에서 알코올을 좀 날린 후에 돌아가도 좋을 것 같다.
배가 어느 정도 찬 후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보이는 노을은 처음 우리가 코우리 대교에 들어섰을 때와는 또 다른 종류의 아름다움이었다. 해가 지는 쪽을 바라보니 막힌 곳 없이 뻥 뚫린 수평선에 구름 몇 점이 떠 있는데,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붉은 돼지 포스터 같은 비주얼이라 주인공인 포르코가 어디선가 비행기를 윙~하고 몰고 나타날 것만 같았다. 물론 붉은 돼지의 공간적 배경은 오키나와가 아니라 이탈리아지만...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 호텔 리셉션 분께 추천받은 이자카야로 향했다. 역시 쉬림프 웨건에서 못 먹은 알코올을 섭취하긴 했어야 했던 것이다. 누가 하루 권장량을 정해준 것도 아닌데, 뭔가에 홀린 듯이 맥주 한잔 들이붓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우리가 갔던 곳은 夕焼市場(Yuyake Shijou)라는 숙소 인근 이자카야였다. 우리가 갔을 때는 이미 손님이 빠져 우리만 있었다.
맥주와 함께 곁들여 먹을 간단한 음식도 몇 가지 주문했는데, 같은 예산이라도 여러 음식을 맛볼 수 있게 조금씩 담겨 나와서 좋았다. 위의 음식은 순서대로 타코야키, 우미부도(바다포도), 모즈쿠다.
타코야키는 우리가 아는 바로 그 타코야키다. 우미부도와 모즈쿠는 매우 생소한 식재료인데, 사면이 바다인 오키나와 답게 둘 다 오키나와에서 많이 나는 해조류다. 해조류의 특성상 비린 맛을 살짝 감추기 위해 약간의 조치(?)를 하게 되는데, 둘 다 초간장(일본식 간장인 폰즈와 식초를 섞은 듯한 맛)을 사용하여 씹으면 재미있는 식감과 함께 상큼함이 입에 맴돈다. 특히 우미부도는 워낙 독특하게 생겨서 이미 오키나와에 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모즈쿠는 초간장에 곁들여 먹으니 덥고 꿉꿉한 기분까지 다 사그라들 정도로 상큼하니 맛있었다. 심지어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나 찾아볼 정도였다.
다른 해조류와 마찬가지로 우미부도, 모즈쿠 둘 다 매우 영양이 풍부하고 오키나와를 갔을 때 주로 먹을 수 있는 식재료다 보니, 오키나와를 가면 꼭 한번 도전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