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10

만좌모 & 나카무라 소바

by 티나






만좌모 & 나카무라 소바

오키나와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서치하다 한번쯤은 지나쳐 봤을 스팟 중 하나가 바로 만좌모다. 만좌모(万座毛)라는 이름은 18세기 초 류큐 왕국의 왕 쇼케이가 이곳을 방문하여 만 명도 앉을 법한 들판이구나 하고 칭찬한 것이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참조 : http://okinawatravelinfo.com/ko/sightseeing/manzamou/).


이름의 유래도 유래지만, 사방이 바다인 오키나와의 수많은 해안절벽 중에서도 특히나 인기있는 관광지로 꼽히는 특별한 이유는 만좌모의 코끼리 바위만이 가진 독특한 형태 때문이다.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절벽이 오키나와의 거친 파도를 만나 침식되어 가운데가 뚫린 특이한 기암절벽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낯선 것을 발견하면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연상하여 생각하려는 인간의 습성 때문에 이 해안절벽은 코리끼를 닮은 절벽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만좌모를 건너편에서 바라보니 코끼리와 정말 닮았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 낮맥한 채로 보면 코끼리로 착각할 만하다.







타베로그에서 찾은 현지 맛집, 나카무라 소바


만좌모에 가서 절경을 즐기려면 언제나 그렇듯 미리 에너지를 비축하고 가야했다. 이 날의 아점은 오키나와에 오기 전 타베로그(일본 맛집 검색 사이트, https://tabelog.com/kr/) 알아본 만좌모 근처의 나카무라 소바라는 곳이었다. 만좌모 근처에 먹을 곳이 많이 없어서 그런지 막상 가보니 꽤 인기가 많았다. 내가 오키나와 여행을 준비할 때만해도 한국인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어서 검색 사이트에서도 후기를 찾기가 어려웠는데, 최근(글을 쓰고 있던 2017년 기준) 검색했을 때에는 나카무라 소바에 다녀온 한국분들이 올린 후기가 많으니 본인한테 잘 맞는 메뉴를 보고 고르면 된다.


주차장이 꽤 넓게 구성되어 있어 점심시간인데도 주차에 무리가 없었다
IMG_9059.JPG
IMG_9060.JPG
나카무라 소바의 메뉴판



우리는 오키나와 소바는 처음이라 무엇을 먹어야 할지 막막해 인기메뉴라고 적혀있는 메뉴 중 남바완인 '아사소바'를 골랐다. 여행을 다녀온 분들의 후기를 보니 오키나와의 소바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해 오히려 꼭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굳이 따지자면 불호가 많은 축에 속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대하는 라멘이나 우동의 쫄깃쫄깃하고 탱탱한 느낌이 아니라 메밀소바보다도 뚝뚝 끊어지는 면의 식감에 실망을 많이 한 듯 하다. 나는 그런 얘기를 들으면 그 메뉴는 피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진짜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게 진짜일까 혀를 통해 검증하고 싶어진다.



몇 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오키나와 소바의 맛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오키나와 소바가 입맛에 너무 잘 맞았다. 밖은 더웠지만 시원한 실내에서 따뜻한 국물과 함께 먹으니 시원한 곳에서 시원한 음식을 먹을 때 보다 이상하게 더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뚝뚝 끊어지는 식감의 면도 오키나와 소바 안에서는 신기하게도 국물과 고명으로 얹어진 고기와 함께 조화롭게 느껴졌다. 약간은 익숙하지 않은 파래의 비주얼도 먹다보니 다른 해조류는 대체할 수 없이 자기 자리를 조용하게 지켜 파래 말고는 어울리는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지역 소바는 메밀이 아니라 밀가루라고 하던데 어쩐지 입에 착 달라붙더라.



시치미 - 코레구스 - 베니쇼가

그리고 오키나와 소바는 그냥 먹는 것 보다 테이블에 함께 제공되는 곁다리들과 함께 먹으면 극강의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나는 매운 맛을 선호하여 초반에는 본래의 맛을 즐기다가 반쯤 남았을 때 시치미를 듬뿍 뿌려먹다 옆에 생소하게 느껴지는 아이들을 추가로 넣어보았다.


고추를 술에 넣고 우려낸 코레구스(술에 고추라니 웬말인가 싶은데 막상 넣어서 먹으니 또 이것대로 잘 어울린다. 어떻게 이렇게 기발한 조합을 받견했는지 인간의 실험 정신은 대단해!)와 흔히 아는 홍생강을 식초에 절인 베니쇼가도 함께 넣으면 감칠맛이 폭발한다. 조미료 3종세트를 넣고 나서 진즉 시작부터 넣지 않은 걸 후회할 정도로 내 입맛에 찰 달라붙었다.



조미료 3종 세트에 더욱더 강하게 기억에 남은 것은 바로 테이블 바로 앞으로 펼쳐지는 파란 하늘뷰였다. 우리는 원래 나란히 앉을 수 있는 바 자리를 선호하는데, 우연히 바로 하늘과 바다를 볼 수 있는 바 자리로 안내 받은 것이 신의 한수였다. 나중에 꼭 자유로이 여행을 다닐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바 자리에 앉아 푸른 하늘과 바다를 보여 소바를 먹고 싶다.







타는 듯한 더위 속 만좌모


만좌모에 도착하고 주차를 한 뒤 바로 코끼리 바위를 찾아 움직였다. 근데 이게 웬걸. 차에서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 이동할 때와는 달리 내리쬐는 햇살에 어깨가 벗겨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갓 점심을 먹고 이동한 상태라 햇살이 거의 수직으로 꽂이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에서도 느껴지듯 그림자가 거의 없을 정도다.



내가 여행오기 전 찾아봤던 만좌모는 코끼리 바위 사진만 있어 특별이 둘러볼 것이 없는 곳인 줄 알았는데, 만좌모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측으로도 기다란 산책길이 펼쳐져 있었다. 비록 우리는 해가 직각에 가까운 시간대에 그것도 한창 더울 8월이라 오랜 시간 머물지는 못했지만, 날씨가 조금 선선한 10월이나 조금 더 늦은 시간대에 둘러보면 더위를 신경쓰지 않고 좀 더 느긋하게 둘러볼 수도 있을 것 같다.


IMG_9073.JPG 실제로 보면 만 명이 앉을 만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넓다


산책로를 따라 가다보면 옆 쪽으로 아름다운 해안이 펼쳐진다. 사진 속 멀리 보이는 리조에서 바라보는 뷰도 여기서 바라보는 뷰 만큼이나 멋질 것 같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