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동굴에서의 스노클링
푸른동굴에서의 스노클링
만좌모에서 뜨거운 뙤약볕에 간단한 산책을 한 후 우리는 여행오기 전 예약한 스노클링을 하기 위해 마에다 미사키(真栄田岬)으로 이동했다. 미사키란 우리 말로 '곶'으로, 육지에서 바다 쪽으로 돌출되어 있는 지형을 말한다. 조금 더 친근한 개념인 '만'과 비교를 하자면 만은 파도에 의해 침식된 지형이고, 곶은 미처 침식되지 못했거나 만에서 침식된 퇴적물들이 누적되어 돌출된 지형이다. 따라서 곶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형태를 띄고 있다.
우린 핑크머메이드(https://pink-mermaid.com/ko/)라는 업체를 통해 예약했는데, 2016년 당시 기준으로 2인 7천엔에 예약했으나 요즘 관광업이 좋지 않아서인지 최근 들어가보니 특가로 1인에 3,000엔에 체험을 할 수 있나보다.
웹사이트에 안내되어 있는 스노클링 스팟으로 이동하니 '핑크머메이드'라고 뚜렷하게 쓰인 탑차가 있어서 스팟을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예약된 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했더니 해당 타임의 첫 손님이라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다른 인원이 오길 기다리며 근처 매점에서 빙수를 주문해 먹었다.
오랜만에 먹는 일본식 시럽 빙수였다. 아주 어렸을 때 일본 여행을 가면 일본인들이 형형색색의 시럽을 뿌려 먹는 것을 보고 한국에서 먹는 투박한 팥빙수보다 세련됐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좀 더 들고보니 시럽 빙수보다 팥빙수가 훨씬 더 건강하고 입맛에 맞는 것 같다. 그래도 오키나와의 화창한 날씨를 배경으로 시원한 매점에서 여유롭게 먹는 일본식 시럽 빙수의 맛은 그보다 나을 수 없었다.
냇가 놀러가서 물안경 쓰고 강을 들여다 보는 것 말고 제대로 갖춘 스노클링을 하는 것은 둘 다 처음이었다. 처음 하는 스노클링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오키나와의 바다에서라니! 약간은 흥분되는 마음으로 업체에서 제공하는 수트를 입었다. 이쯤 갖춰입으니 전문가 느낌(?)이 난다. 스노클링을 하러 가는 길에 방수케이스를 씌운 폰로 급하게 부탁해 둘의 사진을 찍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스노클링을 다녀와서 찍은 것인지 가기 전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초췌해서 깜짝 놀랐다.
실제 스노클링은 우리가 모였던 장소보다 거리가 좀 떨어진 곳이었다. 가이드 분의 리딩에 따라 한참을 걸어 기다란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조금씩 해안에 다다렀다. 해안은 얕아서 스노클링하기가 어려워 좀 더 떨어진 푸른동굴까지 이동해야했다. 배라도 타고 이동하는 줄 알았는데 가이드 분의 부표를 잡고 직접 헤엄을 쳐서 이동해야 했다. 말은 헤엄이지만 수영을 못하는 사람도 어차피 구명조끼와 오리발이 있어 발만 부지런히 구르면 이동하는 데에 큰 무리가 없었다. 이동하는 중간중간에도 바다 속을 들여다보며 바닷속 풍경을 감상했다. 여기도 아름다운데 스노클링 스팟으로 유명한 푸른동굴은 얼마나 아름다울지 기대가 됐다.
웹사이트에서는 100m만 이동하면 된다고 봤던 것 같은데, 헤엄이 서툴러서 그런지 체감상으로는 한참을 더 이동한 느낌이었다. 꽤 시간이 지나 도착한 푸른동굴은 이미 다른 업체에서 체험을 예약한 분들로 어느정도 붐비고 있었다. 우리는 그 사이에 물고기가 잘 보일만한 자리를 찾아 다녔다. 근데 문득 예약할 때부터 궁금했던 점이 생각났다. 동굴인데 어떻게 '푸른'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있지? 내가 갔던 동굴은 웬만하면 다 어둡고 까맣던데.
헤엄쳐 오느라 사라졌던 정신을 조금 가다듬고 동굴 내부를 살펴보니 했던 내가 가졌던 의문이 풀렸다. 동굴이지만 위에 난 구멍으로 햇빛이 쏟아지며 바닷물이 푸르게 빛나는 것이었다. 늦은 시간대로 예약해서 해가 살짝 기운 상태였지만 그래도 동굴 속 바다는 분명 푸른색이었다. 그것도 새파란 색이 아니라 깊은 푸른색이었다. 그러고 보니 파랑을 의미하는 수많은 색채어 중 왜 하필 '푸른'이라고 붙였는지 알 것 같았다. 파아란 것도 아니고 퍼런 것도 아니고 정말 깊은 푸른 색이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좀 더 밑으로 내려가 더 많은 물고기들을 자세히 보고 싶었는데, 장비는 물론이고 다이빙 경험도 없어 보고 싶은 만큼 못 본 것이 많이 아쉬웠다. 이렇게 여행을 다니면 자연스럽게 파생되는 취미가 하나씩 추가로 생기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다시 처음 출발했던 장소로 이동했다. (물론 다시 돌아갈 때도 병아리떼처럼 가이드 분의 부표와 함께 천천히 이동했다.)
돌아오는 길엔 중간에 멈춰서 물고기 밥을 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너무 격렬하게 주다보니 손가락 두세개 정도가 물고기에 물려 피가 났다. 주변에도 많이들 주는 것 같은데 물고기 친구들이 그래도 부족했는지 계속해서 몰려들었다. 나중에는 약간 무서워질 정도로...!
나는 어떤 형태로든 기록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 날 바닷속 풍경과 우리 모습을 기록하고 싶어 만반의 준비를 거쳐 가져간 저렴이 액션캠은 습기가 가득차고 중간중간 제대로 레코드 버튼이 눌리지 않아 기록으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 때 또 한번 느꼈지. 장비는 목적에 맞게 제대로 된 스펙으로, 테스트를 충분히 거친 후 활용하지 않으면 꼭 남기고 싶은 기록을 남겨야 할 때 못 남길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