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는 쌍둥이 육아, 본격적으로 힘들어지는 느낌
천둥아, 번개야.
이제 이유식을 시작한 지 3주가 다 되었어.
무조건 이유식은 사서 먹여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책에서 이유식은 가능하면 만들어 먹이라는 이야기를 보고
사 먹이는 것에 대해 괜시리 미안함이 느껴져 만드는 걸 시작했는데
겨우 분유 먹이는 것에 적응했다 싶었지만
이게 또 다른 시작일 줄이야!
너희들을 키우면서 놀라운 점은
아기만 키우는 일상이 굉장히 단조롭고 반복되는 노동의 연속일 줄 알았는데,
무엇인가 익숙해질만 하면 너희들은 성장하고
그에 따른 변화에 엄마도 계속해서 공부하고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야.
근데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공부도 많이 필요하고
만드는 시간도 들고
특히나 아직 밥을 먹는 게 서툰 너희들이
먹고 남은 잔해들을 치우느라
하루가 다 가서
이젠 정말로 엄마의 시간을 가지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어.
엄마는 해야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은데
내 시간이 점점 사라져간다는 것이 가장 힘든 부분인 것 같아.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다른 엄마들과
지금 엄마의 상황을 비교하게 되고,
충분히 도와주지 않는 아빠를 원망하고
나만 왜 이렇게 고생하나 하는 생각도 하고,
너희들은 충분히 잘 따라와 주고 있는데
가끔 따라와주지 않을 때 화가 나기도 해.
그렇게 가끔 인상을 쓰면 또 미안해서 눈물이 나고.
나 좋은 엄마 맞나 자책하지.
누가 인정해 줘야 좋은 엄마인 것은 아닌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독한 쌍둥이 육아의 길을 혼자 걸으며
정말 외롭고 힘든 일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여태 엄마가 했던 일 중에 가장 힘들고, 도망칠 수 없고, 고독한 일인 것 같아.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너희들을 보며
지난 6개월 반 동안 너희들도 노력했지만
엄마도 이렇게 키우느라 참 노력 많았다 스스로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해.
그리고 언젠간 떠날 너희들을 생각하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이 시간을
지금처럼 최선을 다해 보내야
순간에 집중하지 못했던 지난 날을 종종 후회하는
엄마의 패턴을 깰 수 있을 것 같아.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울면서 깨어나 엄마의 글쓰기를 방해한 천둥이!
그래도 엄마가 안고 글을 쓰는 동안 엄마 품에서 꼼지락 거리다
가끔 한번씩 보여주는 미소가 엄마가 조금이라도 힘을 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아.
아직 자고 있는 번개야!
번개는 정말 잠을 잘 자서 엄마를 힘들게 한 적이 거의 없었는데,
요새 새로운 방식과 새로운 재료로 음식을 먹는 과정을 익히느라
번개도 많이 고생인데 엄마가 더 많은 것을 요구해서 미안해.
하지만 우리 인간세계(?)에서 같이 살아가려면 언젠간 배워야 할 것들이야.
엄마랑 같이 매일매일 조금씩 연습하면서 나아지도록 하자.
엄마가 옆에서 많이 도와줄게!
2023년 10월 28일 토요일
우리 다같이 처음 맞는,
깊어가는 어느 가을 오후에
아직도 배울 게 참 많은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