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거리 내 이자카야, 타케스미
국제거리 내 이자카야, 타케스미
국제거리는 이색적인 먹거리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국제거리를 걷다 지친 먹깨비 친구들과 맥주를 좋아하는 맥주 귀신들에게 추천하는 이자카야가 있다. 바로 국제거리 안에 있는 타케스미라는 이자카야이다. (한국인에게 유독 인기 있는 이자카야인 듯하다. 희한하게도 영문으로 치면 지도에서 검색이 불가능하다.)
그와 나는 숙소에 짐을 놓고 나올 때부터 이미 지쳐 있던 상태라, 더운 음식보다 시원하고 신선한 음식을 먹고 싶었다. 하지만 국제거리로 향할 때 들어갈 음식점을 특별히 정해놓지 않아 결국...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오키나와에서만 판다는 블루씰 소금 아이스크림을 먹게 되는데...
제일 유명한 소금 맛 말고도 다른 맛이 궁금해서 망고 맛도 함께 시키게 되었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나는 단짠단짠 한 맛을 좋아해서,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소금 아이스크림도 거부감 없이 상당히 맛있었다. 함께 주문한 망고 맛 아이스크림도 다행히 맛있어서 다른 맛도 궁금해졌다. 혹시나 오키나와에 또 오게 되더라도 다시 한번 들르게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잠시나마 기운을 낸 우리는 계속해서 시원하고 신선한 음식을 서치 했다. 88 스테이크가 유명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나 나나 이 무더위에 구이 요리를 먹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길 위에서 한참을 서치 하다 한국인들이 많이 추천하는 타케스미라는 이자카야로 발걸음을 향하게 되었다.
타케스미에 들어서자 드는 생각은, '여기가 한국이었나?'였다. 일본인도 간간히 있었지만 한국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심지어 구글 맵에서 검색해서 나오지도 않는 이 이자카야를 어떻게 알고 오키나와 국제 거리를 방문하는 한국인들은 다 이곳으로 모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바 자리를 선호해서 남아있는 바 자리에 앉게 되었다.
자리에 앉고 보니 한국말이 더 선명하게 들렸다. 사실 여행지에서는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로컬 레스토랑에 가는 것을 선호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한국인들이 많으면 '진짜 여행 왔다!'는 기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드는 것과 동시에 그래도 한국인 입맛에 꽤나 맞나 보네 하는 안도감도 동시에 퍼진다.
우리는 이곳을 찾아 헤매는 동안 이미 카페 쿠루쿠마에서 먹었던 카레를 연료로 다 썼기 때문에 얼른 새로운 연로를 보충해야 했다.
어떤 메뉴를 먹을지 한창 고민하는 중에 애피타이저가 등장했다.
파스타인지 소면인지 단박에 구분은 안 가지만 짭쪼름하니 이것만 있어도 맥주가 무한대로 들어갈 것 같은 맛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어떤 것보다 이 메뉴가 가장 기억이 남는다. 무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것도 상차림비 개념으로 별도 비용으로 계산했던 것...)
결국 장고 끝에 이 곳을 방문한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주문한다는 888엔짜리 모둠 사시미 세트를 주문했다. 물론 오키나와 특산 맥주인 오리온 맥주도 잊지 않았다. 오리온 맥주가 나오자마자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로 잔을 들고 철쑤(Cheers!)를 외쳤다.
오리온 맥주... 한 모금 들이키니 체온을 2도는 떨어뜨려주는 짜릿한 시원함이다. 개인적으로 맥주 중에서도 라거를 좋아하는 편인데, 그중에서도 무겁고 구수한 맛보다 가볍고 청량한 맛을 선호한다. 근데 이게 웬걸, 오리온 맥주는 내가 딱 좋아하는 카테고리 안에 드는 맥주였다. 이것 또한 우리가 무더위 속을 걷다 오래간만에 목을 축여서 그런지, 원래 오리온 맥주가 이렇게 맛있는 건지 구분은 할 수 없었지만 아무렴 어떨까. 이미 우리는 오키나와 바다에 풍덩 빠져버렸다.
돌이켜 생각해봐도, 이 구성의 모둠 사시미 세트가 888엔이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마더 테레사 급의 자애로움인 것 같다. 사진상으로는 양이 적어 보일 수 있지만 꽤 괜찮은 퀄리티의 사시미가 두 점씩 들어있다. 신선한 오키나와의 해산물과 끝도 모를 시원함의 오리온 맥주를 함께 먹자니 이 사람과 함께 오키나와를 오게 된 게 운명이었나 싶을 정도로 온 몸이 행복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역시 888엔짜리 모둠 사시미로는 우리의 광활한 위를 모두 채울 수는 없었다. 결국 메뉴판을 보고 간단한 메뉴를 하나 더 주문하게 되었다.
우리가 시킨 모둠 꼬치는 짭조름하니 모둠 사시미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오리온 맥주와 너무 잘 어울렸다. 누군가 말려주지 않으면 이것만 가지고 맥주를 무한대로 들이켤 수 있을 것만 같은 맛이었다.
비록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음식점은 아니더라도 가격 대비해서, 그리고 국제 거리를 걷다 생각나면 바로 쓰윽 들어갈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 또한 충분히 들러볼 만한 집인 것 같다.